수영장에 가기 싫은 이유

인생 수업

by 조이홍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자주 간 천렵 덕분에 물과 가까이 지냈다. 비록 수영복이 없어 빤스 차림으로 물놀이를 했지만 물에 빠져도 당황하지 않고 헤엄쳐 나올 정도의 실력은 되었다. 나는 자유형이라고 우기고, 친구들은 족보에도 없는 이상한 영법이라고 놀리던 나만의 '머리를 적시지 않는 자유형' 만큼은 수준급이라 믿으며 살았다. 큐가 아직 아장아장 걷던 시절에는 큐를 등에 태우고 헤엄치기도 했었다. 나름 수영에는 자신 있는 사람이었다.


아내가 수영을 시작한 것은 준을 임신하면서부터다. 당시 헬스에 푹 빠져있던 아내는 임신부가 되어 더 이상 근육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상대적으로 몸에 덜 부담이 되는 수영으로 종목을 변경했다. 이때부터 아내의 수영 사랑이 시작되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수영을 했다. 자연스럽게 준과 큐도 어릴 때부터 수영을 하게 되었다. 준은 9개월, 큐는 6개월부터 시작했다. 한때 분유광고 영향으로 영유아 수영이 인기 꽤나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시기적으로 그 끝자락쯤 되었던 것 같다. 다행히 준과 큐도 천성적으로 물을 좋아했다. 엄마들이 아무리 원해도 아이들이 물을 무서워하면 쉽지 않은 것이 영유아 수영이었다. 등록하고 절반 이상이 초기에 포기했다. 다행히 준과 큐는 물을 먹어도 물 안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제대로 된 영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준은 8살, 큐는 6살이다. 아무래도 형이 먼저 길을 닦아두다 보니 큐는 조금 앞당겨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선수로 키우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건강을 위해 매일 하는 운동이 수영일 뿐이었다. 보통 수영장에 가면 초급반 - 중급반 - 상급반 - 연수반의 과정이 있다. 스키장에 가면 언제나 초급 코스에 가장 사람이 많은 것처럼 수영장도 초급반에 언제나 사람이 가장 많다. 과정을 올라갈수록 운동량이 많아지고 영법은 숙련되고 정교해진다. 아내는 말할 것도 없고, 준과 큐 모두 연수반에서 앞 번호로 대활약 중이다. (순서도 중요하다. 수영인에게는 자존심이기도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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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등쌀에 밀려 주말 수영 초급반을 등록하게 되었다. 몇 개월을 버티고 버텼지만 아내의 갖은 위협에 굴복하고 말았다. 주말 초급반도 당연히 발차기와 음파부터 시작한다. 나름 자유형의 신(神)인데 발차기와 음파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따라 했다. 그 덕분에 자유형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물론 이전에 탄탄했던 기본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평영, 접영으로 넘어가면서 우등생이었던 나는 열등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맨 앞에서 맨 뒤로 순서도 밀렸다. 평영부터는 발동작과 손동작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발동작 후 손동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자꾸 동시에 나왔다. 긴급 보충수업이 필요했다.


주말 수영을 가는 날이면 아내와 준, 큐 형제도 함께 와 옆 레인에서 자유 수영을 했다. 그래서 초급반 수업이 끝나고 자세가 가장 좋은 준에게 평영 자세를 봐 달라고 했다. 그러자 아내와 큐도 함께 가세해 3대 1 개인강습이 시작되었다. 준은 다른 사람들도 감탄할 만큼 정확한 자세로 수영을 한다. 내가 봐도 자세가 참 예쁘다. 자세는 좀 어설프지만 힘이 좋은 큐는 파워풀한 수영을 한다. 마스터즈 수영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세 교정도 많이 했다. 아내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가 자세에서 느껴졌다. 세 명 모두 각자의 스타일이 있었다.


하지만 3인 3색, 다른 스타일을 가진 세 사람이 나 하나를 가운데 두고 언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자기 자세가 맞고, 다른 사람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누구 하나 양보하지 않았다. 모자 지간에 저렇게 싸워도 되나 싶었다. 수영에 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서로 자기 자세를 선보이며 상대는 어디가 틀렸는지 설명했다. 내 자세를 봐주는 것은 뒷전이 되었다. 먼저 흥미를 잃고 한 발 물러난 큐와 거북이 놀이 (큐를 업고 잠수해서 수영장 바닥을 기어가는 우리만의 놀이)를 했다. 아내와 준의 평영 논쟁은 한 타임 (50분)이 끝날 때쯤 마무리되었다. 예송논쟁(禮訟論爭) 이후 최고의 논쟁이라 부를 만했다. 이후에 접영 논쟁, 스타트(입수) 논쟁 등이 거듭되기도 하였다.


아내는 매일 수영장에 간다. 예전에는 한 주에 5일만 수영을 했는데 요즘은 7일 내내 수영을 한다. 토요일에는 새벽 5시에 나간다. 올림픽이라도 출전하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하지만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기는 하다. 아이들은 여전히 주 5일 수영을 한다. 나는 그 날 이후 점점 수영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그리고 이제는 수영장에 다니지 않는다. 그 대신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탁구를 시작했다. 아내와 준, 큐 형제를 탁구장에 데리고 가 탁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일장 연설할 그 날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수영_영주 (1).jpg <3.8km 장거리 수영대회에 출전한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