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에 종종 라디오를 듣습니다.
때론 지나치게 MSG를 친 듯한 사연에 얼굴이 찌푸려질 때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사람 사는 이야기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때가 더 많습니다.
나이 탓인지 사연을 듣다 코끝이 찡해질 때도 많고요.
오직 목소리로만 전해지는 이야기의 힘, 이것이 라디오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며칠 전 '유기견'에 관한 사연이 나왔습니다.
반려인 인구가 천오백만 명인 만큼 반려 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참 많을 테죠.
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싫증 나서, 병 나서, 귀찮아져서 버리는 사례도 참 많다고 합니다.
휴가철에는 이런 사례가 더욱 증가한다고 하고요.
가족을 어떻게 버릴 수 있냐는, 부디 그런 비인간적인 행동을 멈춰달라는
DJ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진정성이 담겨 있었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에 공감하며
부디 인간이 인간의 도리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사연 소개가 다 끝난 후
사연을 보내준 청취자에게
'치킨 교환권'을 보내주겠다는 멘트가 흘러나왔습니다.
순간 아찔했습니다.
사연과 어울리지 않는 선물이 뭔가 싶었습니다.
물론 저도 치킨 참 좋아합니다.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을 만큼요.
동물을 사랑하자는 사연에 꼭 치킨 교환권을 주어야 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참 아이러니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것이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순'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이 나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공감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물을 사랑하자는 사연과 치킨 교환권 사이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우리는 참 아이러니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