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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Jul 21. 2024

한여름에 핫팩해 달라고...?

오늘도 아내를 사랑합니다

제 아내는 추위를 잘 탑니다. 웬만한 열대야가 아니고는 한여름에도 창문을 닫고 잡니다. 여름에도 아이들 애착 인형이나 애착 담요에 버금가는 '애착 가운'을 입고 주무십니다. 당연히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수영 강사가 된 이후로는 한여름에도 종종 핫팩을 해달라고 합니다. "이 더위에?"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가운 물에 다섯 시간 있어 봐. 슈트를 입고 있어도 몸이 꽁꽁 언다고!" 하소연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어느새 커피포트에 물을 채웁니다. 펄펄 끓는 물을 핫팩에 부으면 제 몸에서도 하얀 김이 올라오는 듯합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을 열로 다스리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아내는 언제나 저보다 먼저 잠자리에 듭니다. "자꾸 눈이 감기네. 나 먼저 자야겠다. 마무리 부탁해! 오늘도 핫팩 부탁해요, 뿌잉뿌잉." 아쉬운 부탁할 때만 시전 하는 전설의 애교에 그만 눈이 멀 것 같습니다. "제발 그만, 해 줄게. 해 준다고!" 아내가 잠들면 비로소 저는 '자유의 몸'이 됩니다. 밀린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빨래를 개며 하이볼 잔에 긴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주인님, 아니 아내가 숙면할 수 있게 텔레비전 볼륨은 최대한 줄입니다(텔레비전이 안방에만 있답니다). 창문도 열 수 없고 선풍기도 틀어 놓을 수 없으니 하이볼 한 잔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습니다. 베개에 머리가 닿으면 10초 이내에 잠드는 아내는 요맘때가 되면 한바탕 연설을 시작합니다. 꿈속에서도 수영 강습을 하지요. 


꿈속에서 호랑이 강사님이 되면 꽁꽁 싸맨 애착 가운도, 핫팩도 어디론가 내팽개쳐집니다. 이불조차 덮지 않습니다. 수영장 물에 오래 있으면 몸이 꽁꽁 언다는 아내는 더 이상 그곳에 없습니다. 더위에 지친 야인(?)만이 있을 뿐. 한동안은 사라진 핫팩을 찾아내 아내 옆구리에 꼭 끼워주고 이불도 잘 덮어주었습니다. 5분도 가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처럼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아내. 이쯤 되면 도대체 왜 창문을 열고 자지 않는지, 정말 추위를 타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 날, 아내에게 이럴 거면 핫팩을 왜 해달라고 하는지 묻습니다. "내가? 노노. 내가 얼마나 얌전히 자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내. "사진 찍어서 보여줄까?" 도발했더니 "죽고 싶냐?" 평소와는 다른 저음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보스, 아니 아내.  

        

제 아내는 추위를 잘 탑니다. 오늘도 저는 뜨거운 물을 펄펄 끓여 핫팩을 만듭니다. 이런 아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이미지 생성 : Imagineart>

핫팩도, 애착 가운도, 이불도 차버리는 아내의 잠버릇. 손 하나는 꼭 파자마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Imagineart'에 위와 같은 명령어를 입력했더니 이런 근사한 이미지를 생성합니다. AI 아직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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