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왜 아직 외계인을 만나지 못했을까

앤디 웨어의 <프로젝트 헤일매리>를 읽다가 문뜩 든 생각

by 조이홍

2~3년 전에 읽었던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매리(Project Hail Mary)'를 최근 다시 읽었습니다. 2026년에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로 개봉된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삼체>를 읽기 전까지 최고의 SF 소설로 꼽았던 작품인 데다 영화화된다니 왠지 작품을 다시 읽고 싶어 졌습니다. 아, 역시 읽기를 잘했다 싶었습니다. 과연 영화가 이 소설의 세계관을 어떻게,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무한한 인간의 상상력을 다 담아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한창 소설을 읽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 인류는 아직까지 외계인과 만나지 못했을까. 좋은 소설이란 이런 것이겠지요. 책을 덮는 순간 진짜 이야기기 시작되는.


우주는 참 넓습니다. 사실 넓다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습니다. 무한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팽창하고 있다니까요. 아무튼, 우주가 너무 넓어서 인간의 인지력으로 그 넓이를 실감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수천억 개의 은하, 그 안에 다시 수천억 개의 별들. 그 숫자를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질문 하나가 따라옵니다. 이토록 많은 별이 있는데, 정말 우주에 우리만 있는 걸까. 누가 이렇게 엄청난 공간 낭비를 허락했을까.


이 질문은 오래전부터 ‘페르미의 역설(Fermi paradox)’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습니다.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은 높아 보이는데, 그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는 모순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러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외계 문명은 이미 멸망했을지도 모른다거나, 우리를 관찰하되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거나, 애초에 지능 생명체 자체가 극히 희귀하다는 주장까지요. 정말 왜 그럴까요. 왜 인류는 아직 외계인을 만나지 못했을까요.


'범종설(Panspermia)'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매리에도 등장하는데 생명, 혹은 생명의 씨앗이 지구에서만 탄생한 것이 아니라 우주 전반에 흩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미생물이든, 아미노산 같은 생명의 재료든, 그것들이 운석이나 혜성을 타고 우주를 떠돌다 여러 행성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지구라는 별은 특별히 간택된 장소라기보다, 수많은 착륙 지점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같은 씨앗이 뿌려졌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올 리는 없습니다. 한 평 텃밭에서 같은 씨앗을 뿌려도 개체마다 결과가 다르니까요. 행성마다 중력도 다르고, 대기 성분도 다르며, 온도와 환경 역시 천차만별일 테니까요. 어떤 곳에서는 생명이 단순한 형태에 머물렀을 것이고, 어떤 곳에서는 복잡한 생태계를 거쳐 지능을 획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주 일부 행성에서는, 우리처럼 도구를 만들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질문하는 지적 존재가 등장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지능이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별을 건너갈 수 있는, 행성 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는 오늘도 우주를 향해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태양계조차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행성 간 이동은 가능해졌지만,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인간의 상상력 밖에 존재합니다. 빛의 속도라는 물리 법칙은, 문명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단단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아직 너무 느립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의 우주여행 속도는 달팽이만큼의 속도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외계인을 만나지 못한 이유는 외계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주 어딘가에 있는 지능을 가진 존재들 역시, 인류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행성 궤도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들도 밤하늘을 바라보며 같은 질문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토록 넓은 우주에 과연 우리만 존재하는 것인가” 하고.


한 가지 희망은 이 침묵이 반드시 영원하지는 않으리라는 사실입니다. 문명의 발전 속도는 제각각이지만, 우주 단위의 시간에서는 묘하게 겹칠 수도 있으니까요. 별이 만들어지는 시기, 행성이 안정되는 시간, 생명이 복잡해지는 과정은 완전히 무작위는 아닙니다. 이런 가설 속에서 프로젝트 헤일매리도 마침내 지적인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행성에서 탄생한 문명들이, 비슷한 시기에 ‘항성 간 항해 기술’의 문턱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언젠가 빛의 속도나 이에 준하는 이동 수단을 갖게 된다면, 그 무렵 우주 어딘가에서도 비슷한 발전을 이룬 문명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마침내 우주는 오랜 침묵을 끝내게 되겠지요. SF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외계인은 지구를 지배하러 온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서로를 향해 끌려온 같은 핏줄이 되는 셈이지요. 아, 너무 낭만적인 상상인가요.


우리가 외계인을 만나지 못한 이유는 우주에 우리밖에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도달하지 못한 기술과 시간의 문제 때문입니다. 어쩌면 외계인을 만나는 순간은, 인류가 특별해졌다는 증명이 아니라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인류는 우주의 중심도, 유일한 지성도 아닙니다. 다만 수많은 생명 중 하나로서, 이제 막 여행을 준비하는 단계에 서 있을 뿐입니다. 외계인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실패가 아니라 유예일 뿐입니다. 우주는 넓고 우리는 아직 그 넓이를 헤아려 건너갈 만큼 자라지 않았습니다.


나는 마치 진리의 바닷가에서 놀며, 가끔 더 매끄러운 조약돌이나
더 아름다운 조개껍질을 찾는 아이와 같았을 뿐이다.
하지만 진리의 거대한 대양은 내 앞에 여전히 펼쳐져 있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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