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함수 Jul 24. 2020

지금 위기를 대응해야 할 때라면..  

고려해야 할 사항 

위기 유형별 특징을 떠나서 공통적으로 위기에 대한 기업 입장을 표명하기 전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첫째, 위기 책임성의 정도이다. 기업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건/사고인지, 기업 내부의 구성원으로 인한 것인지, 재난재해와 같은 불가항력의 상황인지, 기업 조직 체계와 연관은 없는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이때 직접적인 위기의 원인이 아니더라도 정황적으로 피해나 희생 발생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그 위기의 사건사고가 발생해서 기업이 관련되었다고 인식하는 순간 모든 책임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둘째, 위기 이해관계자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위기 사건/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해자에서부터 주변 1차 , 2차 이해관계자를 규정하고 그들이 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셋째, 법적 책임 여부이다. 사건/사고로 인해 발생한 위기의 범위, 규모, 피해 정도, 원인 등과 법적 기준이나 적용 범위, 해석 범위 등은 언제나 일치하지 않는다. 법적 책임이 작다고 해서 위기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작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법적 책임이 크다고 해서 법적 대응에만 신경 쓰고 이해관계자의 여론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넷째, 여론의 동향이다. 이해관계자의 인식과 연결되는 영역이다. 일반사람들이 발생한 위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인식하는가이다. 통상 여론을 언론의 취재 내용, 범위, 인식 등을 통해 파악하면서 대응하게 되는데, 여론의 범주를 더욱 확대해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위기가 발생한 주체, 기업의 위기 이력, 또는 기존의 명성의 수위를 포함하는 것이다. 작은 사건/사고라도, 책임이 크지 않더라도, 과거의 행동, 평편이 연결되어 여론이 더욱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언론 보도 기사의 내용이 여론이라고 확증하거나 온라인 상의 댓글 내용이 여론 전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경계하는 것이다. 


위 네 가지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기에 대한 대응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설정하고 입장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위기에 대한 상황 파악에 따라 입장이 정리가 되고 나서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언어’를 통해서 정리를 한다. 공개 사과는 앞서 원칙에 따라 충분히 고려했더라도 사과에 쓰인 언어의 맥락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 


공개 사과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원칙적인 표현 기준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위기에 의해 벌어진 일,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잘못이 있다는 것인데, 그 ‘잘못’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사과하는 주체는 자신이 어떤 행동 규범을 어겼는지 분명히 밝히고 그 행위를 명시적으로 자책하거나, 유감이라고 표명하면서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주 목격되는 부분은 잘못이 무엇인지를 언급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사과를 하는 경우이다. 상황에 떠밀리거나 자기에게 불리하다는 판단으로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한다는 의미로 읽히기 마련이다. 


무엇에 대한 사과를 할 것인가는 결국 위기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며 사과의 수용성을 높이는 일이다. 여기서 잘못이라는 부분을 사건/사고 자체의 원인이나 책임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인 가치를 지키지 못한 부분이나 피해자의 자존심이나 명예를 훼손시켰거나 미래의 안전을 저버렸거나 등이 위기가 가져오는 상황적 맥락을 고려해 잘못의 대상을 살펴볼 수도 있다. 


둘째, 사과의 주체와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다. 누가 누구에게 사과를 하는가이다. 사과를 해야 하는 주체를 명확히 설정하고 우선적으로 사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경우, 처음 대한항공의 사과 입장문에서 대한항공 기업이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메시지가 주는 의미를 그대로 수용할 리가 없으며 정작 피해를 받은 이해관계자는 오히려 사과를 거부하고 용서나 화해할 마음은 전혀 생기기 않을 것이다. 


위기 피해자가 있다면, 피해자에게 사과를 해야 하지 일반국민에게 사과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당사자는 어떤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 위기 대응 현장에서 언어적 표현 하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책임과 잘못의 크기보다 표현이 과잉 되어 오해할 수 있다고 하거나 너무 낮은 자세로 표현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여러 차례 표현을 고치기 일수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사과하겠다는 것으로 끝나면 안된다. 사과하는 행위는 사과를 요청하는 셈이지 사과의 상호작용이 되는 것이 아니다. 즉 피해자가 받아 드리고 화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공중의 공분과 분노, 화, 나쁜 감정에 더욱 직면할 것이다. 집단적 감정을 다스리고 조직적 공감력을 키우는 것은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상황적 대응이라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단순히 도식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셋째, 극복에 대한 의지와 구체적인 개선 행위가 필요하다. 그 ‘잘못’에 대해 재발 방지와 개선을 위한방안이나 노력이 제시되어야 한다. 위기에 직면하고 입장을 표명할 때, 당장 개선 방안을 수립해 공개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어렵거나 위험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하는 개선방안은 앞에서 지적한 잘못의 범위, 사과의 대상과 연결되어 있다. 그 잘못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서, 해당 위기 원인을 점검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기업이 책임 있고 윤리적인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 행동의 약속을 제시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라고 하면 우선 '사과'부터 하라고 하거나 '사과'를 했는데,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무엇을 더욱 살펴야 할까? 


사과'의 그 행위 (언어로 표출되는) 가 위기관리의 목적을 담보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목적은 발생할 수 있는 심무형적 유형적 손실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다. 평상시 비즈니스로 신속하게 되돌아 가는 것이다. 기업은 분명 조직을 유지해 온 기존의 관습, 관행이 있고 자원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업의 위기 영역은 무조건 모든 책임을 다하고 성인군자와 같이 모든 것을 대응할 수가 없다. 


이슈가 제기될 때, 기업은 대응 논리, 자기 합리화, 사실관계 및 정황에 대한 근거 정보를 취합한다.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 사과는 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핵심 주제에 대해서는 변론이나 정당화를 위한 논리를 기술한다. 문제는 그 변론이나 정당화 내용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바”는 아닐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기업의 피해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또는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논리와 내용을 바탕으로 입장문을 전달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슈를 확대하고 위기 손실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자가 명확할 때, 우리가 원하는 것, 말하고 싶은 것을 그들이 원하는 것, 말하고 싶은 것과 연결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어떤 지적과 비판이 나올지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배달의 민족에서 도입된 ‘새로운 요금체계’ 이슈는 그 소상공인들의 비판하고 요구하는 것은 그 요금체계가 왜 만들어졌고,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에 대한 도입 과정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요금체계’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대응의 메시지는 경청, 수정 그리고 보완이었다. 결국은 첫 대응 메시지가 나간 후 소상공인 뿐 아니라 지자체, 정부 등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요금체계는 폐지 되었다. 


이해관계자가 분명하게 있는 경우에는 책임의 정도, 객관적인 사실(증거)확보 여부에 따라서 대응의 수준과 정도를 조율해야 한다. 그 대응이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책임전가, 꼬리 자르기, 희생양 만들기 등과 같은 비판을 받지 말아야 한다. 남양유업은 비방 게시물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 입장문에서 ‘사실 정보’를 활용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사건을 부인하고 그 행위의 주체가 직원과 제3자의 관계자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당연히 비난과 비판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잘못했다 사과이든 개선하겠다는 구호이든 위기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을 말하는 것 같다. 기업이 그것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인가?


진정성은 주로 상대(고객, 위기 이해관계자)와 실제 감정의 합치에 의해 형성된다. 이런 부분을  우리는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입장문, 사과문에 표현된 언어와 더불어 그들이 드러내는 수치심, 말투, 시선, 정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보게 된다. 기업의 사과,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의 그것과 다를 수 있겠지만, ‘진정성’을 충분히 고려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어떤 행동 규범을 어겼는지, 어떤 보편적인 가치를 훼손했는지를 따지고 그것을 명시해야 한다. 언어를 통해 사과를 하고 진정성을 보여준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기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 사과의 태도에 대한 진심을 이해할 수 있다. 


두번째로 본인의 행동에 대한 자책감과 행동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위기관리에서 이 부분은 단순히 사과문에 표현한 멋진 수사나 표현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사과문에 기술되기 위한 행동, 위기에 대한 조치, 조직의 관심 정도가 가시적으로 선행되고 그것이 사과문에 표현되었을 때, 더욱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부분은 배려이다. 당연히 피해자를 배려하거나 위기에 의해 희생자를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은 이 배려가 종종 법적 책임의 범위와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한다. 법적 기준과 근거에 의해서 배려의 수사를 조율하기 마련이다. 위기의 심각성, 피해의 범위, 여론 맥락 등을 고려해 살펴봐야 하겠지만, ‘배려’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진정성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언어를 구성하는 순간 깨지게 되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360도 명성 관리’를 위한 두 가지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