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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함수 Sep 06. 2021

삶의 숨골

오래전 제주 비자림을 갔을 , 숲을 설명해주는 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연수라는 기관이 있다. 뇌의 한 부분으로 뇌간에 속한다. 전체 뇌의 구조에 있어서도 가장 아래에 있다. 척수와 곧바로 연결되어 있으며 호흡이나 혈액 순환을 조절한다. 즉 뇌에 공기를 넣는 역할을 한다.


강이 없는 제주는 물이 가장 귀해 빗물이 지하로 들어가는 구멍을 제주어로 숨골이라 한다. 빗물이 암석을 타고 들어가면서 물은 정화되어 삼다수를 만든다. 숨골을 타고 들어가면서 생기는 공간에서 다시 공기가 그 틈으로 올라온다. 그 공기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이 되고 겨울철에는 따스한 바람이 된다. 숨골은 제주도의 연수다.


비자림의 땅과 바위에는 언제나 습기를 유지하고 나무에서 떨이진 낙엽은 누적되면서 퇴화하고 거름이 되고 빗물을 더욱 머금게 된다.


삶에도 숨골 같은 것이 있어야 윤택해진다. 삶이 호흡을 해야 한다. 그것이 어떤 취미이건, 운동이건, 여해이건 자기만의 숨골을 찾아야 한다. 다만, 그것이 빗물을 머금고 좋은 공기를 내뿜어 주는 것인지, 그냥 밑으로 쭉 빠져 나가는 구멍인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를 숨골로 착각하진 않았는지 모르겠다. 쉬엄쉬엄 하고 있는게 물 빠지는 구멍일지도 모른다. 나의 숨골은 무엇인지 살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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