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카카오가 위기에 빠진 이유
한경비즈니스 [깅함수의 레드티밍] 2021.10.04 기고글 (사진생략)
‘명성 관리’ 실패하면 리스크 커져
이해관계인 인식 관리에도 힘써야
카카오는 지난 9월 정치권에서부터 언론, 주주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혁신 기업을 자부하는 회사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이었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우량주로 평가받던 카카오의 주가는 급락했다. 더구나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에 김 의장의 두 자녀가 재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적절한 경영권 승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월적 지위 남용’, ‘공정 경쟁과 상생’, ‘자산가의 의무와 책임’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정치적 어젠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13년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이후 적절한 대응과 지속적인 기업 명성을 관리하지 못한 남양유업의 지금을 생각하면 이해관계인 대상의 명성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라는 인식 버려야
명성 관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명성의 본질을 명확히 살펴야 한다. 첫째, 명성은 당신이 인식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명성은 당신이 자신을 생각하고 평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진실되고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우리는 그렇지 않은데 왜 이상하게 평가하지’라는 생각에서 명성 관리를 본다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보여주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으로 이해관계인이 이해하고 인식한다면 그 원인과 이유를 추적해 나가야 한다.
둘째, 명성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해관계인의 기대에 따라 변화된다. 5년 전에는 괜찮았던 것이 지금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 기업과 조직 체계, 그 아래에서 열심히 일하고 의사 결정했던 사람들은 본인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의 기대 인식을 넓게 보면 사회적 맥락과 연결된다. 자신에게 특별히 피해를 준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그릇된 행위를 발견했을 때 사람들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그 사실을 알리고 비난하고 화를 낸다. 기업에 기대하던 수준이 무너졌을 때 오히려 더욱 격분하고 비판을 가하게 된다. 반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무엇을 행동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공유하며 강한 충성도를 보인다.
결국 명성 관리는 ‘이해관계인 기대 관리’이기 때문에 현재의 기대치에 따라 변화하고 조정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협의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명성은 ‘이해관계인이 바라보는 인식의 합’이다. 당신의 행동적 실체를 변화시켜 이해관계인들에게 관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명성은 변화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은 이해관계인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조직 내부에 기능적으로 분산돼 있는 이해관계인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의 역할과 기능을 명확하게 부여한다.
해당 조직은 이해관계인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올바른 회사의 처신이 무엇인지를 찾고 의사 결정권자와 긴밀하게 논의해 실행한다. 비판적 인식을 가진 이해관계인들이 다른 방식으로 당신을 인식하게 되면 분명 당신의 명성은 변화될 것이다. 명성 관리에 실패한 기업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외 환경 변화를 긴밀하게 살피지 않고 시기 적절하게 내부 보고하는 역할과 기능, 권한이 부족하다.
‘바운더리 스패닝’은 조직 경계를 넘나들어 조직 내·외부의 지식을 연결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 기능이 작동되지 않거나 작동돼도 회사의 주요 조직별로 그 정보들이 원활하게 수용되지 않은 것이다.
둘째, ‘당신이 보는 세상이 전부’라는 함정에 빠져 잘못된 리더십을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조직 문화다. 경영 책임자들은 매출을 일으키고 연구·개발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데는 모든 열정을 쏟지만 기업이 성장하면서 생겨난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인식을 살펴볼 여유가 없다.
규제와 법적 기준, 사회적 정서,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전반적인 감성 변화에 둔감해 경영의 실제 활동에 반영하지 않고 과거의 성공 경험에 기반한 관행적 행동을 반복하는 기업에 ‘나쁜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은 당연하다. 명성은 재무제표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무형적 자산이다. 더 실질적인 명성 관리를 위한 조직 기능적 체계, 의사 결정 체계,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위기 관리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손실을 줄이기 위한 사후 대응이라면 명성 관리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선제적 사전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 ‘레드 티밍(red-teaming)’은 조직의 전략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다. 미국이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한 것에서 유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