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해오면서 '정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뚜벅 뚜벅 전진만 했던 것 같습니다. 게걸스러운 지적 호기심에 수박 겉핧기 식으로 여러 주제를 다루다보니, 요즘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방향을 잃어 버리곤 합니다.
요즘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 있습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입니다. "직관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언제 신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추적하고 있더군요.
우리가 '전문지식'으로 간주하는 것은 개발에 우선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이란 한 가지 기술이 아니라 자잘한 기술들이 쌓이고 모인 대규모 집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여기서는 체스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전문선수는 한 번에 복잡한 수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수준의 능력을 개발하기까지는 몇 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실제로 체스 전문선수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고난도의 체스 기술을 익히려면 적어도 1만 시간의 집중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루 5시간씩 연습한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6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강도 높은 집중의 시간 동안, 선수는 체스 경기의 매 수마다 공격 또는 방어가 가능하게 말을 배열할 수 있는 수천가지 수들에 익숙해진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집중적 연습으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를 언제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 결국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의 직관적 판단에 대한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문지식을 가지기 위해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는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기 마련입니다. 전문가의 직관을 평가할 때, 우리는 결국 두 가지 기본 조건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첫째, 예상 가능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규칙적인 환경을 가졌는가
둘째, 오랜 시간의 연습을 통해서 이런 규칙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가
두 가지의 조건이 충족되면 직관을 다듬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것은 전문가의 주관적 확신이 가져오는 '편향'성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하는 일이 '전문성'이라는 키워드로 대변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궁극적으로는 타당성있는 주관적 직관을 강화해서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실천하는 일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 그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