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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개인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개인주의자 선언' 책을 읽고

by 강함수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이라는 책을 읽었다.



개인 에세이 같은 산문집을 잘 보지 않는데, 현 부장판사의 주장을 들어보고 싶었다. 스스로 뭔가 불편했던 생각을 조금은 털어 줄 수 있을까 해서 구입했다.

1. 서문 마지막에 이런 글이 나온다.

/ 지금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드리고 싶은 한상궁 마마님의 말씀이 있다.

장금아, 사람들이 너를 오해하는 게 있다.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있어. 모두가 그만두는 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시작하는 것. 너는 얼음 속에 던져져 있어도 꽃을 피우는 꽃씨야.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


/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노력의 대가는 분명 있다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기에 정말 필요한 내용이다. 사람들이 화를 내고 분노하고 무기력해지는가. 그것은 결국 "노력해도 안된다"는 인식이 너무 팽배하기 때문이다. 사회를 지배하는 '신화'가 되었다.


2. 중간 쯤의 한 곳을 옮겨본다.

"판사는 고등부장, 대법관을 목표로, 검사는 검사장, 총장을 목표로, 변호사는 큰 재산 형성 또는 로펌 주요 파트너가 되려는 목표로 눈 가린 경주마처럼 일생을 가정도, 취미도, 친구도, 여가도 없이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을 하던 시대에는 자기 개성의 억제, 경쟁, 낙오, 우울증, 노년의 외로움을 필수적으로 동반했다. 이제는 야심을 가지기 힘든 시대이기에 오히려 미래에 무엇을 이루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각자 소신껏 자기 할 일을 하며 나름의 소소한 행복들을 추구하며 살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사진전을 여는 변호사, 합창하는 판사, 무협소설 작가인 검사... 법조인이라는 직업은 나라는 존재의 일부에 불과하다. 법조 내에서 한 줄로 서서 경쟁하고 낙오할 것이 아니라, 가족, 친구, 취미를 같이하는 동호인들, 함께 봉사하는 이들, 작지만 다양한 여러 사회 내에서 누구든 필요한 존재, 인정받는 존재로 살 수 있다.
그리고 과거의 특권은 다 사라져가고 있지만, 한 가지 특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도 이 사회의 아주 많은 이들에게 법이란 미지의 공포에 가깝다. 법조인들은 약자를 돕기 위해 자기 일을 포기해야 하는 대단히 희생이 필요 없다. 그저 월급 받고 일하고 자기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자기 일에서 5분만 더 고민하고, 말 한마디만 더 따뜻하게 해주어도 큰 고난의 한가운데서 두려워하고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황송할 만큼 말이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특권이 있단 말인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에 불을 붙인 전태일은 생전 내게 법을 아는 친구가 한 명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얘기하곤 했다. 법을 공부한 이들은 바로 그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딱히 인권변호사가 되거나 노동 현장에 투신하지 않더라도, 자기 직업에 충실하기만 하다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2016년 11월 1일, 법조인의 모든 주체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저자 판사는 야심을 가지기 힘든 시기라고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저자처럼 본인의 위치에서 합리적이고 상식적 업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해 성심껏 살아가는 모습 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2. 민주주의와 개인


"제도로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반에는 근대적인 의미의 ‘개인’이 있다. 이때의 개인은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자이다. 또한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도 역시 나와 똑같이 그러함을 인정한다. 다만 개인주의자는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기에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엄연히 구분되어 있음을 알 뿐이며, 서로의 입장과 영역을 존중할 줄 안다. 그러나 군대 문화, 가족주의 문화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개인주의자는 별종 취급을 받거나, 때로는 사회적 질타를 받기도 한다. 집단에서 요구하는 것과 개인의 욕망이 일치하지 못할 경우, 혹은 집단의 불합리성을 고발하고자 할 경우 개인주의자는 집단과 ‘불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개인’은 억압당하고 그래서 불행하다. 특히 한국인은, 내가 너무 별난 걸까 하는 생각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거나 자신의 욕망을 제풀에 꺾어버리는 경험을 살면서 수없이 겪는다. 그리고 이는 거꾸로 건강하지 못한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원인이 된다."

/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자가 개인이라고 한다. 집단의 불합리성을 고발하고자 할 경우, 개인주의자는 집단과 '불화'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법조계에는 합리적 개인이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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