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것을 보여 준 아리산

우중산책 아리산

by 바다처럼살기


타이중 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곳이 아리산이다.

외국 산을 다녀본 적은 이제까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산과 숲이 아름다운 나라도 별로 없으니까, 어지간해서는 한국인들 성에 안 찰 것이다.

외국의 산세와 숲은 어떤 모습, 어떤 향기가 날까? 늘 궁금했던 참에, 타이중 비행기 티켓을 끊고 '타이중 여행지'를 검색해 보니 '아리산투어'가 있었다.


이번 여행 기간은 짧으니 '아리산투어'만 잘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타이중 2일 차 아침.

타이중역 근처에서 가이드와 함께할 일행을 만났다.

승합차에 탑승 인원은 8명. 만차다.

모두 한국인이었다.


타이중역에서 아리산산림지구까지 편도 3시간 정도 걸린단다.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도 같은 길을 시속이 60km 정도로 달리는 거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오고 갈 때 휴게소처럼 들린 Longyin Temple과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머문 펀치후 기차역 방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리산투어로 시간을 썼다.


아리산은 대만에서 가장 높은 고도를 자랑하는 옥산(위샨) 주변의 산림 지구로 해발 2,000미터 이상의 산 군락이다. 정식명칭은 아리산 국가 산림 공원(Alishan National Forest Recreation Area)이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아리산은 쌀쌀했다. 구름까지 얕게 드리워져 걷지 않고 멈추어 있으면 춥게 느껴졌다. 투어 여행자들은 아리산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중턱까지 올라간 후 다시 입구로 내려오는 코스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며 사진 찍고 가이드 설명도 간간이 들으며 유유자적 내려오면 된다.

이렇게 편한 발걸음으로 깊은 산을 걸을 수 있다니...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을 걸었던 때가 떠오르는데 평지라는 점만 뺀다면 그 정도 숲의 깊이가 느껴졌다.


어제까지 복잡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는데, 24시간 만에 이 숲에서 이렇게 유유자적할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한참 내려가다 보니 넓은 휴게 광장이 나왔다. 작은 사원과 화장실이 있었고, 간단한 음식과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기념품이라고는 '자석하나 사고 땡!' 하는 여행자이지만 커피욕심은 좀 많다. 아리산커피가 독특하고 맛있다고 하길래 원두 봉지 하나 사고, 핸드드립 한 잔을 받아서 또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이 비가 실화인가?

우르르 쾅쾅!

내 평생에 이렇게 세찬 비를 쫄딱 맞아 보다니.

2000원짜리 비닐 비옷에 간절하게 의지하며 물 반 커피반이 되어버린 커피를 붙들고,

이미 운동화는 비에 흠뻑 젖어 무겁기 그지없었지만 버릴 수도 없으니 끌고...


이렇게 젖은 상태로 버스를 타고 타이중에 도착할 생각을 하니 그 찝찝함에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이게 더 실화?

동승 여행자인 한 커플이 내 앞에서 깡충깡충 뛰며 "와- 이런 비를 언제 맞아봐!" 세찬 빗줄기만큼이나 세차게 흥분하고 있었다.


'그러게, 이런 비를 언제, 어디서 만나보겠어' 갑자기 따갑던 폭우가 워터파크 큰 양동이 물줄기처럼 재미있어졌다.


우중산책 끝에는 낭만의 끝판왕 빨간 열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비현실적이다'

정말 비현실적인 상황과 분위기였다.


"아리산!

나에게 너무 많은 걸 보여주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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