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파리 때문이다.
창문을 열지 못하니 저녁이 되면
가슴이 너무 답답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낮에는 바람을 쐬러 잠시 산책을 다녀올 수 있지만
밤에는 그럴 수도 없으니 뒤척임이 길어진다.
밤에 잠시 창문을 열고 잠을 자보기도 했는데,
아침이 되자 파리에게 공격받는 꿈을 꾸며
귓가에 파리 날갯짓 소리에 놀라 화들짝 일어났다.
파리를 본 것 같은 기분은 꿈일지 모르지만
소리는 꿈이라기엔 너무 가까이에 들렸다.
역시 간밤에 이놈은 또 집에 침입했다.
한 시간여 실랑이를 벌였지만, 역시나 나의 승리.
요새 집에서 과일을 많이 먹어서 죽이는 애들은 몸에서 과즙이 나온다.
이번에 죽은 아이는 블루베리를 토하며 죽었다.
오래된 집이라 창틀에 틈이 있나 본데, 요망한 녀석들이다.
들어오면 죽음인데, 들어온다는 것은
실내가 얘들한테도 좋은 안식처라는 의미겠지.
그렇지만 난 정리는 못해도 쓰레기는 잘 버리는 사람인지라
얘들이 별볼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창을 뚫고 나가려다 기력을 잃고 사망한 흔적도 자주 발견한다.
검색을 해보니 파리는 눈이 몇만 개가 되다 보니 빛이나 각도에 왜곡이 덜한 영상을 수집한다고 한다.
그래서였는지
그 빠른 날갯짓으로 문에 한번 부딪히는 일 없이 집안을 신나게 돌아다니더라.
파리 때문에 창문을 못 연다.
환기도 못 시키고, 밤엔 답답해서 잠도 제대로 못 들고, 음식이라도 할 때면 집안에 연기와 냄새가 자욱하다.
결국엔 내가 불편하니
환기시키고, 밤엔 창문 열고 자다가
파리가 들어오면 결국 그놈을 죽이게 되는 것인데,
뭐가 더 나은 건지는 모르겠다.
내 손으로 파리를 죽이거나 사체를 처리할 일이 없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러려면 사람을 고용하거나 기계를 사용해야 하는데
경제적이지 못한 선택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