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케든 3년째를 맞이했다
2023년 3월에 쓴 글 - 지금 나는 5년 차이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특별한 해법이 생각이 나지 않아 결국엔 어딘가에 써 내려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너무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다기보다는, 내가 재료가 부족해서? 괜찮은 연구를 할 재료가 부족하다는 생각. 정말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이 주제는 교수가 던져준 거다.
보통 우리 필드에서는,
1) 지도교수 진행하는 연구가 있는 경우
- 지도교수가 진행하는 연구를 함께 진행하면서 주제를 탐색하고, 이를 학생이 발전시켜 프로젝트화 한다.
- 지도교수가 아이디어를 준다.
- 지도교수가 다 준다.
2) 지도교수 진행하는 연구가 없는 경우
- 학생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를 탐색하게 한 후 디스커션 후에 학생이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내 지도교수는 2번의 경우이나, 연구를 안 한 지 너무 오래된 상태였기 때문에
본인이 10년 전에 한 연구주제를 던져주고 뭐 생각해 보라고 한 케이스이다. 오래된 방법론과 특별한 컨트리뷰션이 없는 연구들. 상위 몇 연구자들 빼고는 다들 그냥 그런 연구를 하고 사는 거지만. 우리 필드에서 사용하는 계량경제학적인 접근보다는 법률 연구가 적합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에게 네가 좋아하는 주제가 있으면 해 봐라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1학년 때 펀딩도 없는 상태에서 들어와서 프리림이라는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1학년때 탐색할 겨를은 없었다.
물론 교수도 1학년때 펀딩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난 교수가 그 주제에 계속 관심이 있고 뭘 하고 잇는 줄 착각했었다.
그런데 어쨌든, 난 교수한테 잘 보이고 싶으니 뭐라도 꾸역꾸역 했고,
3년 차 시작할 때 돈을 주는데 일은 안 시키길래 도대체 내가 지금 발굴하는 이 프로젝트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1) 만약 교수가 나를 전적으로 지원하는 목적으로 주는 돈이라면 내가 뭘 해가든 서포티브한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2) 이게 그럼 네가 주는 돈에 대한 대가로 하는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어이가 없는 상황인데?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지도교수는 나에게, 너의 성과가 너무 좋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널 돈을 주고 아무 일을 안 시켰는데 도대체 네가 한 게 뭐냐.
라는 말을 했고, 그 뒤로 너무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물론, 누군가는 교수가 그 정도 말은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것인데, 내 주변엔 그런 말하는 교수는 극소수라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내가 포닥도 아니고 - 포닥이라 할지라도 - 네가 시킨 일이 없으면 내가 발굴하는 주제는 내 건데, 널 위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너에게 성과를 보여야 하지? 돈을 줬으니 뭘 만들어와라는 식인데, 이게 건전한 지도교수와 학생의 관계인가?'
위와 같은 생각이 들면서,
정말 박사과정 때려치우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