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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성호 Apr 23. 2019

[서평] 삶을 바꾸는 독서

『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읽고

2년 전쯤, 인턴 과정을 보낼 때 힘이 되어준 팟캐스트가 있다. 바로 ‘인생공부'라는 채널이다. 이곳에서 고영성 작가님과 신영준 박사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쓴소리를 주로 하는 채널인데, 자주 듣게 되었다. 아마도 삶을 바꾸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뜻밖의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더 좋은 실력을 갖지 못했더라도, 제대로 된 방법으로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유튜브로 채널을 옮겼지만 여전히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 이야기들 중에서 ‘독서'는 꾸준히 강조되었다.


기본기와 독서

나는 개발자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에 있고, 빠르게 검색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독서를 하고 싶지만, 많은 시간을 직접 실습하는 것에 투자했었다. 하지만 기초가 없는 상황에서 실습을 해봐도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기초는 어디에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작년부터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서평을 써보고, 회사의 팀에 믿을 만한 전문가인 과니님께 그다음에 읽을 책을 안내받으며 읽고 있다. 그 와중에 질문이 들었다. 이렇게 가끔씩 독서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독서를 즐기는 독서가가 될 수는 없을까? 독서가라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그런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 고영성 작가님의 책『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읽게 되었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는 여러 가지 독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 첫 번째는 성장형 사고방식이다.


성장형 사고방식

독서를 어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글을 느리게 읽는 편이다. 독해력이 좋지 않아서, 읽었던 문장을 여러 번 읽게 된다. 나는 책을 읽고 싶지만, 글을 읽는 속도가 느려서 많은 책을 읽을 수는 없겠다 하고 단정 지어왔다. 성장을 하고 싶은 나였지만, 내 한계를 설정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책에서는 뇌의 가소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의 뇌가 변한다는 말이다. 그냥 변하는 정도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변해서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힘든 상태가 된다고 한다. 이런 ‘성장형 사고방식’을 탑재한 채로 다음 챕터로 넘어가게 된다. 우리의 뇌가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믿음이 생겼다. 하지만 어떻게 변하게 할 것인가? 우리의 뇌는 내가 행동하는 대로 변화한다. 그래서 저자는 독서가의 뇌로 변하게 하는 방법으로 다독을 추천한다.


다독

일본에서 독서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오카 세이고는 『다독술이 답이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편이 좋다'라는 등의 말은 언뜻 훌륭해 보입니다만, 이런 조언만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없습니다. 저라면 오히려 그 반대로 하라고 권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자꾸자꾸 읽어라. 자신에 맞는 책을 찾기보다는 적당히 멋있어 보이기 위해 읽어도 좋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권하고 싶습니다.” p.61

독서하는 뇌로 변하기 위해서 다독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마쓰오카 세이고의 말도 그 의견과 일치한다. 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글을 느리게 읽는 편이니까, 책을 조금만 읽어도 깊이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전혀 반대되는 내용이다. 책을 조금만 읽은 상태에서는 어떤 것이 좋은 글인지 파악하는 힘을 기를 수 없다. 잘못된 글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습관을 들일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아직 독서에 적응되지 않았을 때, 무턱대고 두꺼운 명저만 읽는다면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적당히 멋있어 보이게 위해 읽어도 좋다’는 대목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라는 것이다.


환경

다독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자는 1년에 50권, 즉 일주일에 1권 읽기를 추천한다. 엄청난 숫자이지만 무책임해 보이지는 않는다. 저자는 원래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1년에 300권을 읽게 된다. 엄청난 의지나 속독법을 익힌 것이 아니다. 책을 읽기 좋은 환경으로 나를 이끌어 보자. 책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묶어 둔다는 표현을 했다.


계독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저자는 ‘계독’을 추천한다. 계보에 따라 읽는 독서라는 뜻이다.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책을 따라서, 한 가지 주제를 따라가면서 책을 읽어보자. 일을 하고 있다면, 자신의 일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된다. 일을 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더 많은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나도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의 책을 한 가지 주제로 계속 읽고 있다. 요즘엔 객체지향, 설계에 많은 관심이 간다. 계독이 좋은 것을 알았으니, 확신을 가지고 집중해서 읽어야겠다.


난독    

Photo by Campaign Creators on Unsplash

인터넷으로 글을 소비하는 시대에 난독이라는 키워드가 많은 관심이 갔다. 나도 하루에 컴퓨터를 통해 글을 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모니터로 글을 볼 때와, 책으로 글을 볼 때 우리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뇌과학적으로 설명되어있다. 멀티태스킹을 강조하면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고, 빠르게 링크를 타고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요즘 시대의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멀티태스팅은 착각이고, 산만한 뇌를 만들 뿐이다. 모니터로 글을 읽을 때 우리는 F자로 글을 읽는다. 글의 앞부분만 읽고 쭉 스크롤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곧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마도 이 서평을 읽는 사람 중에도 여기까지 읽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정말 감사하다. 무튼, 그래서 의식적으로 책을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읽는 뇌로 바꿔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고, 앞서 나온 다독과 계독부터 꾸준히 실천하려 한다.


여러 가지 독서법  

남독: 여러 가지 분야의 책을 읽는 것. 남독을 하면 까칠해지고, 엉뚱해지고 겸손해질 수 있다고 한다. 비판적 사고를 키우고, 다른 분야를 연결하면서 창의성을 얻고, 모르는 분야를 보면서 겸손해진다.

만독: 느리게 읽는 것. 글을 천천히 읽는다는 뜻은 아니다. 한 권을 여러 번 읽으면서, 그 책에 있는 참고 서적들을 따라 읽는다. 이런 방식을 파생독서라고 한다.

관독: 특정 관점을 가지고 읽는 것. 아무 생각 없이 읽을 때보다 관점이나 질문을 가지고 읽을 때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다.

재독: 다시 읽는 것. 이전에 읽었던 글을 다시 읽으면서 추억 회상하듯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재독을 통해 추억에 잠겨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바뀌기 때문에, 재독을 하면 내 생각이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깨달을 수도 있다.

필독: 쓰면서 읽는 것. 나도 필독을 좋아하는데, 책을 지저분하게 보는 것이다. 메모도 하고 밑줄도 긋고 접기도 한다. 이러면 책을 요약할 때 표시해둔 부분만 보면 된다. 결국 메모는 글이 된다. 또한 메모해둔 부분을 재독 한다면, 더 생생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낭독: 소리 내어 읽는 것. 글을 쓰고 나서 퇴고를 할 때, 소리 내서 읽으면 어색한 표현을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어린아이에게는 낭독이 좋다. 문자 체계가 머리에 잡혀있지 않을 때, 글을 무턱대고 읽히는 것보다 부모가 글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엄독: 책을 덮는 것. 책을 덮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휴식한다. 글을 읽었다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리

책을 읽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는 한 권을 읽을 때도 한 달 넘게 걸렸다. 하지만 이 책도 이틀 만에 읽었다. 내가 글을 느리게 읽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독서를 위해 시간을 따로 빼둔다면, 아무리 느리게 읽어도 독서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면, 삶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항상 실천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이제는 독서법도 배웠으니 더 많은 실천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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