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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짝꿍

이젠 직접 작가가 되어보기로 하다

by 한혜신

인터넷 사이트이든, 아니면 어떤 오프라인에서의 모임이든 어딘가를 가입하려면 넣어야 하는 필수 항목들 중 직업을 기입하는 란이 있다. 요즘엔 주관식보단 객관식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그렇게 크게 고민을 하진 않지만, 나의 직업 특징 상 20대 때부터 현재의 40대까지 특정한 직업을 이야기하기엔 뭔가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 나는 늘 그냥 나를 적당히 표현할 수 있는 “프리랜서”를 선택하곤 했다.


그렇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면 나는 뮤지컬을 만드는 작곡가이다. “뮤직”컬이라 다른 형식의 음악들 보다는 그래도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축에 속해서 내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아 감사하다.


하지만 뮤지컬 작곡가가 되기 위해서는 “짝꿍”이 필요한데 그 “짝꿍”이란 작가를 말한다. 내가 희곡 작업을 알고 뮤지컬에 대한 형식을 잘 이해해도 직접 글을 쓰지 않는 한, 짧게는 한 시간 반, 길게는 세 시간에 걸친 공연 시간을 채우는 텍스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짝꿍”을 잘 만나야 한다.


그동안 정말 감사하게 좋은 짝꿍들을 만나서 지난 10년 가까이 내가 음악들 붙일 수 있는 좋은 텍스트를 많이 만났다. 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늘 지켜보며,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고, 엄청난 능력임을 깨닫고 있었다.


지난주 나에겐 또 하나의 도전 같았던 브런치 작가 신청에서 덜컥 작가가 되어버렸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특정한 마감이 없어도 나 스스로와 약속한 작은 실천을 이젠 정말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 바로 그 작가들의 짝꿍이기만 했던 내가 직접 아마추어 작가가 되는 것이다.


돈을 받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이 글을 쓴다고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도 아니지만, 그리고 나의 생각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모아두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지만 브런치도 1년 정도 정도 차근차근 실천하면, 무언가 결과가 있진 않아도 이곳에 모인 나의 글들이 나를 조금은 단단하게 만들어 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이것 또한 너무 큰 욕심이려나...)


마흔 살이 되어서야, 초등학교 때 피아노 학원 다닐 때 사과를 그어가며 오늘 몇 번 쳤는지 체크하는 시간들처럼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영어공부를 위해 듀오링고과 스픽을 150일, 그러니깐 5개월 정도 습관을 들이면서 해볼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영어를 잘하게 되거나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었지만, 무언가 삶의 일부가 습관이 되어, 하기 싫은 마음 전혀 없이 눈 뜨면 그냥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는 아주 작은 기적(?)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것도 이러한 작지만 아주 소중한 경험으로 나를 이끌어갈 것 같아서 매우 설렌다. 그러고 나면, 내가 무슨 콘텐츠를 만들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일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미루고만 있는 월간 한혜신에 대한 도전을 해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러면 내가 꿈꾸는 음악동화에도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 나갈 나의 크고 작은 꿈들...)


돈을 받고 하는 일 말고, 내가 내 음악을 주체적으로 사용하며 만들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브런치의 두 번째 글을 용기 내어 꾸욱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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