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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린이의 첫 마라톤

41년 인생 중 가장 열심히 산 58분

by 한혜신

5년 정도를 정신없이

그냥 주어진 일에 휩쓸리듯 살고 나니

나에게 남은 건

한 시간도 책상에 제대로 앉아있을 수 없는 허리와

점점 더 불어나는 몸과 과체중 딱지


정작 신작들을 쓰려고 으쌰으쌰 해야 할 타이밍에

열심히 가동해야 할 공장이 셧다운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시작한 수영과 러닝이

생각보다 내 몸과 마음의 즐거움에 잘 맞아서

도전하게 된 첫 마라톤!


10km는 부담스러운 찰나에

션 대표님의 815런을 발견하였다

우리 부부는 13년 전

션 대표님의 행복한 가정 만들기로 결혼을 했었다

오랜만에 얼굴도 뵙고 싶고

(사실 인사까지 가능할지는 몰랐다)

좋은 취지의 행사로 첫 시작을 하면 좋겠다 싶어

신청을 하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한 달 정도를 준비기간으로 잡고

남편과 함께 성북천을 뛰기 시작했고

3km로 꾸준히 뛰기 시작

여기저기 지방 공연 가서도

각 지방에서 매일 3km씩 달리려고 노력했고

막판에는 0.5km씩 늘리면서

겨우겨우 5km를 채웠다


당일까지도 과연 내가 8km를 채울 수 있을까

중간에 나가떨어지면 어쩌지

전체 중에 꼴찌 하면 어쩌지

행사 다 접는데도 못 들어오면 어쩌지

온갖 불안감에 시달리며 8월 15일을 맞이했고

결국은! 58분 33초의 결과로 8.15km를 완주했다

41년 인생 중에 가장 열심히 산 58분이었다


초반에 뛰기 시작하면서 남편한테

나 한 번도 안 멈추고 뛰면 마치고 맛있는 거 사죠!

이 한마디를 했고 결국 저 맛있는 거 얻어먹으려고

그냥 쉬지 않고 계속 뛰었다는!


마라톤 시작 전, 콘서트를 마치고 내려오는

우리의 웨딩플래너 션 대표님께

오랜만에 인사도 드리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의 안부도 전했다

두 달 정도 노력했더니 몸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마라톤 마치자마자 남편한테

나는 왜 20대도 아니고 30대도 아니고

마흔 살 돼서 이제야 이걸 하고 있을까

수영도 배우는 반에서 제일 못해서

두 달째 킥판을 손에서 놓지도 못하고

앞 뒤 사람에게 매일 미안하다고 하면서

허우적허우적


그래도 요즘의 내 삶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 에너지를 나의 본업으로 잘 이어가서

차곡차곡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용기 있게 끄집어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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