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세요?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작가의 작품(영상)은 미국 국경과 인접한 멕시코와 플라스틱 상품 시장으로 유명한 중국의 리우 시장이 배경이 된다. 무언가가 통로를 힘겹게 기어가는 장면을 통해 이주의 어려움을, 시장에서 플라스틱 상품을 판매하지만 이 행위 마저 상품으로 취급되는 인간의 상황을 영상으로 나타낸다. 교차점이 없어 보이지만, 두 배경은 ‘사물(여기서는 상품)’이라는 대상으로 연결된다. ’통로‘라는 장치를 통해 초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의 이주는 어렵지만 규모 상품의 이동은 매우 빠르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시장’이라는 배경은 초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 또한 사물과 같이 결국 ’상품‘으로서 인식(사용)된다. 이를 중국의 최대 플라스틱 시장인 리우 시장의 상인으로 표현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보며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반감’이다. 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해 상품의 이동은 당연히 빨라졌고, 이에 따라 편리함을 얻은 것은 인간이다. 작가의 의도를 추측해 보면 초자본주의 시스템을 ‘사물‘이라는 전시 주제에 관통해 비판 여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는 인간의 이주 문제와 대규모 상품 유통을 자본주의와 연결 지어 ‘상품’이라는 사실을 꼬집는다. 그러나 이런 모토는 결국 초자본주의에서 종국에는 인간을 상품으로 만든 시스템을 비판하고,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상품‘ 조차 대규모로 빠르게 이동하지만, ‘인간‘ 그렇지 못하는 현실을 짚은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해석에 따르면, 결국 작가는 인간이 상품만도 못하다는 점에서 비판점을 둔 것 같은데, 이 생각 자체가 결국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가 인간중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포스트 휴머니즘 흐름에 맞춰 사물(비인간)과의 공생 윤리 세계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주제와도 어긋나지 않나?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인간 이주와 관련된 문제이다. 해당 전시 오디오 가이드의 마지막 문단을 보면, “정치적인 함의에 집중하기보단, 물질적인 변화와 사회적인 제약이 현대 사회의 이동과 교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찰해보고자 한 작품입니다.”라고 말한다. 사회 현상에 있어서 정치를 배제한다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긴 하지만, 특히 이주 문제에 있어서 정치는 아주 막대한 지분을 가진다. 더군다나 미국 국경과 인접한 멕시코의 두 도시를 배경으로 두면서도 정치적 함의를 배제하려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작품이 멕시코 장벽이 세워지기 전에 구상되었다고 하지만, 두 나라는 오래전부터 국경과 관련해서 정치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이주 관련 어려움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정치적 문제와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사례를 보여주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의 혜택은 다 받아놓고 인간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상품으로 취급되긴 싫어 이동이 어렵다고 징징거리는 오만함을 나타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세지나 상징성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러한 점과는 별개로 영상 자체는 좋았다. 컨페티같이 반짝거리고 색감이 쨍한 것이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 부합했다. 유기적 관계가 전혀 없을 것 같은 장면들을 중간중간 삽입해 화면을 전환하고, 유리 전구를 깨는 등 시청각적으로 여러 자극 요소가 있어서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마음대로 오직 내 주관에 의해 해석한 점도 있다. 하지만 탈인간중심주의적 사고에 대한 나의 입장은 확고하다. 예술 분야에서의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고찰은 예전부터 자주 언급되었는데, 그 때문인지 탈인간중심주의, 생태주의와 같은 것들이 전시 주제가 되기도 했다. 나 또한 해당 분야에 관심이 아주 많다. 그 이유는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불쾌감 때문인 것 같다. 인간인 내가 이러한 것에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 아주 오만하고 비겁하며 어쩌면 이런 생각이 가장 인간중심주의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중심주의를 싫어한다고 해서 인간임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 이외의 것을 지나치게 아끼고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은 확실히 인간중심적이다. 인간이 다른 생태계의 개체수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으며, 필요 이상으로 생태계 및 자연에 지나치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주의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종’인데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점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본능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전부터 생태계적 압도적 우위에 위치해서 그런지 너무나도 당연히 그 권력을 휘두르는 게 싫다. 사물을 사랑한다며 분명히 실재하는 권력을 부정하며 인정하지 않는 것도 기만 행태로 느껴져서 딱히 좋아하진 않는다.
여기서 가장 의문인 점은 나도 내가 왜 이런 것을 싫어하는지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도 절대적 우위에 존재하는 입장이며 그로 인한 덕택도 정말 많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 훨씬 크겠지만. 사람도 좋아한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앞으로도 쓸 글은 다 인간에 관하고 인간을 대상으로 인간으로서 나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인데, 인간중심주의가 왜 이렇게 더부룩한지 아이러니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찰과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