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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선생 Dec 13. 2016

논리적 글쓰기 이렇게 시작하자

논리적 글쓰기 실력은 논리적인 글을 많이 읽고 따라하는 것에 비례한다.

어제 한 학생이 찾아와 이런 고민을 토로하더군요. “선생님. 언어영역은 객관식이라 대충 읽고 그에 맞는 답을 찾으면 되니 별 어려움이 없는데요. 논술은 대체 어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뭘 써야 할지는 대충 감이 오는데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논술 수업을 하면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에 상당수가 무엇을 써야 하는지는 알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는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합니다. 어릴 적부터 본인보다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선택과 판단에 의존해온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학력을 평가하는 방식 역시 서술식보다는 주어진 답안에서 정답을 고르는 선답 식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저는 그래서 많은 학생들에게 이 방법을 권합니다. "책을 읽을 때 너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을 베껴서 적어놓는(필사) 습관을 길러라." 많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강조하는 것, 시험에 나올 만한 것, 주제와 관련된 내용에만 밑줄을 긋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안에 갇혀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시험을 대비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이 아니라 본인이 공감할 수 있는 더 나아가 본인의 삶에 비추어 연결을 지을 수 있는 내용이 중요한 내용이고 밑줄을 그어야 할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앎이란 결국 세상과 맺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공감하는 문구에 밑줄을 긋고 이를 따다 써보면 어느 순간 그 표현에 익숙해지게 마련이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글이 자신이 좋아하는 저자의 표현을 따라 하게 되는 것이죠. 흔히들 고전을 비롯한 양서를 읽으라는 것은 이러한 맥락과 함께 합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다 보면 특히 인문학 분야에서는 제자들의 글이 지도교수의 표현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교수들이 그렇게 시켰다기보다는 제자들이 공부하면서 지도교수님의 언어에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문하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많이 읽고 배우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 작가의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죠. 물론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표현을 쓰는 데 있어서 타인의 표현을 따라간다는 현상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역사상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창의적 결과를 먼저 보인 사람은 없었습니다. 창의란 그 분야에 이미 존재했던 기존의 영역을 바탕으로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창의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이루어 놓은 선배들의 노고를 통해 발현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대입 시험이 코앞에 닥친 학생들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방향으로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자기 첨삭의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내가 읽었을 때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지 검토해 보고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글을 주고 검토를 받는 것이죠. 왜냐하면 글이란 저자의 이해를 위해서 쓰기보다는 독자의 이해를 위해서 쓰는 글이기 때문에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답안이나 기출문제의 예시 답안을 자신이 이해한 대로 수정해 보는 것입니다. 표현을 수정도 해보고 아니면 구성을 바꾸어 보아도 좋습니다. 사실, 자기 첨삭의 과정에서 '자기 글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제일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특별한 지식과 연습이 필요하니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힘들겠죠?


참고 : 자기 글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싶다면  https://brunch.co.kr/@hshello/15


주변에 많은 학생들이 급한 마음에 무작정 기출문제만 풀어대는 현실을 목격하면 한 숨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러한 행동은 궁극적인 목적은 이해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학습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원리를 먼저 이해하고 제대로 된 답안 혹은 글을 완성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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