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미취학 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그런데 혹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 대해서 알고 하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오늘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의 의미와 유의할 사항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들었던 말과 글자를 연결시키며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이나 아니면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말을 배우고 언어소통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점차 언어능력을 발전시켜나가는데요. 그중에서도 글과 글자의 기능에 대해서 인식하게 됩니다. 차차 글과 글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고 글자에 자신이 경험적으로 듣게 된 음성 언어를 적용시켜 보게 됩니다. 간단히 말해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의 관계 짓기라고도 부릅니다. '인형'이란 단어를 보면 그것을 읽어보려고 시도하게 되고 부모님들은 옆에서 제대로 읽도록 도와주시기도 하지요. 또는 텔레비전 광고를 듣고 보면서 상품의 이름과 이름을 적은 문자를 관련짓기도 하고, 어머니와 함께 길거리를 걸으면서 어머니가 읽어주는 간판의 이름과 그 간판의 이름을 관련짓기도 합니다.
그냥 책만 읽어준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중에 부모님들이 책을 읽어주시는 활동이 아동들이 글과 글자의 기능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손꼽힙니다. 아동들은 부모님들이 읽어 주는 글과 그 말소리를 함께 보고 들으면서 글과 글자의 기능을 알아가는 것인데, 종종 부모님들의 부주의한 언어 습관 때문에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의 관계 짓기에 어려움을 겪에 됩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들 중에는 글을 읽어줄 때에 기능어나 용언의 어미를 분명히 발음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아동들은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의 관계 짓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또 책을 읽어줄 때에 책을 함께 보지 않고 부모님 혼자 보며 읽어준다거나 책에 쓰인 글자 그대로 읽지 않고 글의 내용을 나름대로 요약하여 이야기식으로 들려준다고 하는데, 이럴 경우 아동들은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를 정확하게 대응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활동은 생각보다 아이에게 꽤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책을 읽어 주실 때 좀 귀찮더라도 글자 하나하나에 명확한 발음을 하도록 유의하셔야 하고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 부분을 짚어가며 있는 그대로 읽어야 합니다. 안 그럼 책 읽어주기의 의미가 퇴색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님들의 책 읽어주기 과정을 통해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의 관련짓기 연습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아동의 읽기 학습의 성공 여부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읽어 주는 글을 얼마나 많이 들었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고 합니다. 부모가 읽어주는 글을 많이 들었던 아동은 이야기 구조와 문장 언어에 대한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글을 대할 때 글이 지닌 의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한 차원 높은 독서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앞의 글처럼 부모님과 함께 책 읽는 시간을 통해 자녀들은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 간의 관계를 알게 되고 언어의 기능, 형태와 구조 등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책 읽어 주기 효과가 고차원적인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부모님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에게 문해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독서란 독자의 구체적인 경험이나 상황을 통해서 글의 의미를 짐작하고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나 상황의 도움이 없이도 문자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것이 언어교육의 목적입니다. 그것을 파울로 프레이리는 문해력(Literacy)라고 불렀죠. 이러한 문해력이 뒷받침되었을 때 사람들은 직접적인 경험이나 상황(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이러한 문해력을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에서 연구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미국의 빈곤층과 중산층 부모는 독서 지도를 하는 방법이 크게 다르다고 합니다.
미국의 연구 조사에 의하면, 대체로 빈곤층의 어머니들은 아동과의 언어적 의사소통에서 언어를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반면, 중산층 이상의 어머니들은 언어를 사고나 추리의 도구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Snow와 Ninio(1986)에 따르면 중산층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흔히 이름 붙이기 놀이(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구체적인 상황이나 현상을 아이들이 일반화하여 말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지요.)를 하며, Schieffelin과 Cochran-Smith(1984)는 미국의 중산층 어머니들은 이야기책을 단지 즐거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소개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문제 해결적인 토의를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독서를 생각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위의 복잡한 내용을 쉽게 말하자면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부모님들은 일방적으로 책만 읽어주기보다는 책의 내용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의 상호작용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특정한 상황이나 배경이 나왔을 때 "너는 이게 어떤 상황인 거 같니?" , "왜 이러한 일이 생겼을까?", "우리 집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생긴 적이 있었나?" 등 자녀들이 책 속의 내용을 자신의 삶 속에 비추어보고 이를 말로 표현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녀들은 단순히 책을 정보 전달의 수단을 넘어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향상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자녀 교육의 결과는 부모 노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습득하는 문해력의 뿌리에 해당하는 이러한 경험과 환경은 자녀들의 미래의 독해 능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국어, 영어와 같은 언어교육은 단순히 사회나 과학과 같이 지식을 습득하는 교육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구성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기르는 고차원적인 과정입니다. 그래서 다른 교과에 비해서 교사들도 가르치기가 매우 어렵고 난해한 수업인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국어 교사들은 이러한 언어 습득의 원리도 모른 채 단순히 사회나 과학을 가르치듯이 문장을 해석해주고 단어나 정리해 주는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혹시 부모님들은 이 글을 읽으시고 정말 책 읽어주는 일이 더욱 부담으로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 교육이란 것이 쉬운 일은 절대 아니죠. 대충 학원에나 보낸다고 해서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하시면 오판입니다. 자녀들의 학습 능력은 학교나 학원보다도 부모의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