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공부할 내용보다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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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모양은 같을지라도 경험에서 나오는 결과는 다릅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험이 다양할지라도 삶의 환경이 비슷하다면 경험의 모양도 유사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정규교육과정을 받게 되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경험은 더더욱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할지라도 개개인은 비슷한 경험을 통해 각자 다른 의미를 발견하거나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학교에 다녀도, 같은 부모님의 곁에서 자라도 사람들마다 다르게 성장합니다. 동일한 경험일 지라도 누구에게는 유용한 경험이 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는 삶에 치명적인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동일한 경험일지라도 이를 경험한 주체에 따라서 각각의 경험은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경험의 가치는 경험의 주체에 달려있습니다.
경험의 가치는 개인이 부여한 의미, 즉 깨달음의 가치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리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은 바로 창의성의 하나입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평범한 경험 속에서도 종종 특별한 가치를 발견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부에 적힌 학생들의 비슷한 활동들이 자소서와 면접을 통해서 그 가치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의무적으로 하는 봉사활동에서 어떤 학생은 고아원 방문 봉사를 단지 외롭고 불쌍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으로 '뿌듯함'이나 '보람' 정도의 느낌만을 얻었다면, 어떤 학생은 고아원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었을 때 겪을 난점들을 고민해보고 봉사 활동 시간을 난점을 대비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학생 나름대로 큰 가치를 부여한 활동이 봉사 대상자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봉사활동 속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책을 고민해 보았다는 것입니다. 이 학생에게 봉사활동은 남들과 같은 경험을 했지만 다른 가치를 부여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태도는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러한 창의적인 태도는 어떻게 길러질 수 있는 것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수다가 아니라 어떤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대화는 가족과 함께 나눌 수도 있고, 수업을 통해서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선생님은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사교육의 경우는 더욱 그렇죠. 그래서 어떤 교사를 만나는지에 따라 학습자의 인생은 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교사를 선택하는 문제 역시 명확해집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교사는 좋은 교사가 되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본인이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업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교사와 꾸준히 수업을 한다면 학습자의 창의적 학습 능력이 길러질 가능성이 남들보다는 높을 것입니다.
경험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 독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독서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읽어서는 안 되겠죠? 좋은 책과 좋지 않은 책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독서의 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져보면 됩니다. 독서의 목적은 한 개인에게 저자의 간접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사고와 깨달음을 끌어 내는 것입니다. 그 사고는 지식 습득인 아주 분석적인 사고에서 시작하여, 지적 회의심이나 타당성 등을 가리는 비판적 사고를 거쳐 책에서 다루는 문제를 본인의 입장에서 비추어 해결하려는 창의적 사고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러한 사고를 이끌어 내는 책이 좋은 책이고 시대를 초월하여 읽혀지는 고전이 그러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러한 사고 없이 독자의 감정을 주로 자극하는 책은 좋지 않은 책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자기계발서는 결과론적으로 성공한 몇몇 개인의 성공담을 위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이러한 책의 대부분은 본질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없이 “자기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렇게 했다.”식의 단순 문제 해결방식만을 제시합니다. 개개인이 가진 특성과 자질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한 개인의 문제 해결방식이 일반화될 수도 없을 뿐더러 대부분 결과에 억지로 끼워 맞춰진 이야기가 많습니다. 위인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개인의 성공담을 읽은 독자는 단순히 주인공의 성공에 대한 감탄과 동경 이상의 것을 얻기 힘듭니다. 독자가 읽을 만한 책이라고 한다면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고민이 담겨 있어야 하며, 독자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비추어 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는 책은 많이 읽는데 글을 잘 못 써요.”, “우리 아이는 책은 많이 읽는데 표현을 잘 못해요.”라는 부모들의 걱정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 애는 책을 빨리 읽어요.” 혹은 "많이 읽어요."라고 자랑하지 마세요. 물론 천재의 경우는 해당이 안 되겠지만 보통 아이들의 경우 책을 빨리 읽는다는 것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아는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다면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었는데, 공부를 했는데 자신의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읽은 것도, 아는 것도 아닙니다.
창의적인 공부란?
창의성이란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함양되는 것이 아닙니다. 창의성은 고민, 즉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문제의식 속에서 길러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에 관한 문제의식이 없고 이에 대한 고민이 없는 책은 독자를 성장시키지 못합니다. 더불어 학습자 입장에서 문제의식이 빠진 공부도 역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없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평소에 할 수 없는 새로운 주제에 대한 사고의 기회입니다. 단순히 지식의 습득을 넘어 책 속의 문제를 본인의 삶과 연결하여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창의성이 함양되는 과정이고 독서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비단 공부란 책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삶 속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려는 태도 역시 공부입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직장 상사가 시키는 대로, 관습에 따라 해왔던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문제를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이 진정한 공부라는 것입니다.
슬로스터딩(slow studying)
하루에도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이 많은 정보들을 다 소화해야 할까요? 저는 역으로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이 많은 정보들이 아니라 이러한 정보들 속에서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이 진짜 무엇인지 선별하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은 바로 사유 속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사유는 수많은 정보를 전부 습득하려는 조급한 태도가 아니라 나와 주위를 돌아보고 과연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여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