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LG의 꼰대 리더십 - 공감하는 척 말고, 진심으로 공감을..
83년생. 사회생활 10년차. 이해찬 1세대이자. 02년도 불수능의 피해자(?), 20살의 TTL로 대표되던 찬란했던 20대를 뒤로하고 회사내에서 주니어들과 리더들을 잇는 중간 다리 역할을 수행중이다.
지금은 젊은 꼰대에 시달리다 지쳐 선/후배들을 뒤로 하고 이직이라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관련 DBR 아티클 리뷰 : 꼰대 리더십(DBR) https://brunch.co.kr/@hsidea23/2)
팀장급의 기성세대는 연공서열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와 상명하복의 문화가 익숙하다.그러다 리더가 되고 나니 갑자기 팀원들의 (특히, 90년대생들의의견)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란다. 리더의 권한을 빼앗겼다는 푸념이다. 같이 입사했던 선후배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가운데 ‘존버도 능력이다.’ 라는 말을 삼키며 팀장까지 오니까 말이다.
90년대 생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상호간의 토론과 의견을 제시하는 문화에서 자라왔다. 대가족에서 핵가족화되고, 자녀들이 하나 아니면 둘이다 보니 부모님과의 의사소통도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에서 커왔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니 부모님보다 조금 나이가 더 많은 팀장님이 그토록 싫어하던 꼰대의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어렵게 들어온 회사지만 조금 버티다 떠나야겠다. 마음을 먹고 떠나게 된다. ‘이럴거면 차라리 공무원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말이다.
중간 다리역할(관리자? 실무자?)을하다보면 답답한 일이 참으로 많다. 아침 출근하면 후배 사원의 팀장님은 참 꼰대예요. 라는 뒷담화를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라는 인사말과 함께 듣게 된다. 그 날 업무 종료 전 “저녁 먹자” 라는 팀장님의 메신저와 함께 “너니까 이야기하는데. 요즘 애들은 말이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듣는다.
꼰대 리더십의 유형 중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라떼 리더십이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리더들의 말을 비꼬기 위해 스스로만든 말로 ‘라떼는 말이야’로 치환하여 주니어급의 술자리에서 종종 썼던 말이다. ‘라떼는 말이야’로 말이 시작되면 짧게끝나는 법도 없다. 입사 때부터 진급, 위기를 거쳐 이를 극복하고 현재자리에 올 때까지의 고난과 역경의 스토리가 내내 이어진다. 이럴 때면 속으로 ‘차라리 욕을 하세요.’ 라는 말을 몇 번을 삼켰는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설상가상으로 30~40대 초반의 젊은 꼰대들이 등장하며, 90년대의 신입사원들을 더욱 압박한다. L사에 근무하면서도 젊은 꼰대들을 만나왔으며, 나 또한 그 젊은 꼰대에게 지쳐 이직을 결심하고 실행하였다. 젊은 꼰대의 문제는 단순히 ‘꼰대의 재생산’ 뿐만 아니라 꼰대 리더십에 당위성을 부여해준다. 는 것에 더 큰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팀장급이나 그를 호위하는 중간관리자급의 젊은 꼰대들을 보며, ‘아직 젊은 사람들도 저러는 데 나는 나이가 더 있는데 이 정도면 훌륭한 리더다.’ 라고 생각해버린다는 것이다. 바뀌어야 살아남는 시대가 와버렸는데 이러한 당위성으로 꼰대들은 존버에 당위성을 부여 하게 되고, 회사는 90년대상과 등을 지게 되어 성장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점입가격인 것은 회사 내 젊은 꼰대는 늘어나는 과정 중에 있으며, 이러한 젊은 꼰대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기성 꼰대들이 보기에는 매우 훌륭한 인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성 꼰대와 젊은 꼰대는 서로 상부상조하며 꼰대가 점점 늘어나는 형국이다.
국내 다수의 대기업에서는 ‘90년대생이 온다’는 책과 이에 대한 내용이 임원들에게 전달되며, 새로운 가치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떠나라는 뉘앙스가 퍼지면서, 저자를 초청하여 강연을 듣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물론 그 자리에 참석했던 대부분의 인원은 아마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던 것일지도...)
들리는 소문으로는 해당 임원세미나 이후로 어떤 결정을 할 때, 팀 회의가 소집 경우가 더욱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것이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의견을 묻는다. 물론 눈치빠른 과대리급은 입을 닫는다. 팀장은 막내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을 묻는다.
“물론 답을 이미 정해져있다. 답은 이미 정해져있고 그 답이 나올때까지 회의는 계속된다.”
만약 이것을 잘 모르는 용감한 신입사원은 의견을 정해져있는 답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한다면..
다음에 고려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무시된다. 미팅 후에 가지는 커피타임때 팀장은 ‘나처럼 민주적인 팀장이 어딨냐’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간단다.공감하는 척, 의견을 듣는 척만 하는 것이다.
벌써 90년대 생이 직장에 후배로 입사하고 있다. 이 들에 대한 이해가 더 지체되면 늦다고 생각한다.
이해의 시작은 공감이다. 공감하는 척이 아니고. 공감하는 척 하지말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능력 개발이 필요하다.
젊은 꼰대들과 이야기가 통한다고 해서 새로운 시대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늦지 않게 알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