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꿈을 꿀 때가 있다.
눈을 떴지만 꿈 속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때도 있고 꿈이었단 사실에 안도하기도 한다.
꿈속에 좀 더 머물고 싶어 다시 잠을 청하기도 하고 꿈에서 본 이미지가 너무나 찬란하여 오래도록 붙잡아두고 싶어 글과 그림으로 기록할 때도 있다. 그런 기록을 연결해 보면 내 무의식이 향하는 지점이 보인다. 내가 외면하고 있는 내면의 고통이 꿈속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간절한 신호처럼. 대개의 꿈은 잠에서 깨어난 뒤 휘발되어 사라지지만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는 꿈은 마치 방금 꾼 것처럼 생생하다. 충실히 기록해 둔 꿈이 대개 그렇다. 지난달에 꾼 꿈도 그랬다. 아파트 한 동 크기만 한 건물이 내 앞으로 쓰러졌다. 콘크리트 파편과 뿌연 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재난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건물의 붕괴와 동시에 난 눈을 떴다. 잠을 자는 상태로 건물의 붕괴를 눈앞에서 목도한 꼴이다. 꿈과 현실이 뒤섞인 묘한 기분이었다. 보이진 않았지만 우측 어딘가에 있는 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꿈속 장면은 며칠 동안 내 의식을 흔들어 놓았다.
파괴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열여섯 번째 타로카드, "타워(The Tower)"의 그림이 떠올랐다. 번개가 치고 건물이 무너지며 불꽃이 튄다. 두 사람이 건물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누가 봐도 급박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파괴와 변화, 혁명과 깨달음을 상징하는 카드랬다. 오래된 사고와 고정관념을 부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용기를 주는 카드랬다. 아무래도 이 꿈이 내게 뭔가를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그 잔상을 오래도록 부여잡고 있었다. 예지몽이라면 뭔가 엄청난 일이 곧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길조인 것 같아 복권을 두 장 샀는데 꽝이었다. 내 물욕 따위를 채우기 위한 꿈은 아니었다.
오래지 않아 타워 카드의 그림같은 상황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게 뿌리 째 흔들렸다. 그 순간은 고통이었지만 곧 자유와 해방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