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빛깔은?

댕댕이 덩굴

by 바람풀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질 무렵이면 그 존재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식물이 있다. 댕댕이 덩굴도 그런 식물 중 하나다. 초록초록한 잎들과 함께 있으면 구분하기 어렵지만, 가지만 남은 관목림 사이에서 잎이 누렇게 변한 댕댕이 덩굴의 존재감은 빛이 난다.

사실 누렇게 라는 표현은 올바르지 않다. 잎 하나에도 맞춤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들이 수 많은 잎들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연한 초록과 연한 노랑 빛, 여기서 연한 정도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노르스름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 연한 황토와 짙은 갈색, 불그스름한 갈색, 둔탁한 초록과 명랑한 노랑과 고독한 갈색이 서로 번지고 스며든 색.... 저 마다의 잎이 가진 색에 관해 쓰자면 공책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일이다.

열매는 또 어떠한가? 보랏빛이 가미된 검붉은 군청색이라고나 할까?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산책할 때마다 댕댕이 덩굴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포도알처럼 생긴 작은 열매가 달린 모습이 댕댕하게 보여서일까? 아니 열매들이 부딪히며 댕댕하고 소리가 날 것 같아서? 식물 이름을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옛사람들이 지은 직관적인 작명 센스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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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덩굴 ⓒ 바람풀



작년 가을, 선유동 계곡에서 채집해 온 댕댕이 덩굴을 그려본다. 신나무를 감고 올라간 줄기를 한참 동안 서서 풀어내던 기억이 난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이웃분이 “줄넘기 하시려구여?” 하고 농을 건네며 줄기 푸는 걸 도와주셨더랬다.

제힘으로 곧게 자랄 순 없지만 곁에 있는 식물에 기대어 유연하게 줄기를 감아올리는 댕댕이. 땅에 뿌리를 박고 하늘로 곧게 자라는 식물들이 기꺼이 제 어깨와 팔을 내어준다. 아름다운 공생이다. 댕댕이덩굴을 맘껏 볼 수 있는 계절이 왔다.



KakaoTalk_20251212_105708239.jpg 댕댕이덩굴 수채화 ⓒ 바람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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