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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사라 Aug 03. 2021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사랑, 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사회성이 좋은 대표적인 동물이다. 

반면 고양이는 외로움을 즐기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앞서가는 상대를 따라가며 놀이로 생각하는 강아지와 다르게 고양이는 따라오는 상대를 보고 싸우자는 의미로 이해한다. 강아지가 앞다리를 치켜세우면 '놀고 싶다' 라는 뜻이다. 고양이가 앞다리를 치켜세우면 '저리 가지 않으면 할퀴겠다' 라는 뜻이다. 고양이의 야옹은 만족감의 표시인데, 강아지들은 으르렁거리는 경고로 듣는다.      


강아지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치켜들고 살랑살랑 흔들어 대고 기분이 언짢으면 꼬리를 늘어뜨린다. 고양이는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를 내리고 성이 나면 꼬리를 세운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만나면 서로 오해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서로 타고난 성향이 다른 것이다. 이런 상반된 강아지와 고양이가 한 지붕 아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아지와 고양이는 서로의 타고난 성향을 먼저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타고난 성향이 달라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아들을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다. 아들이 자랄수록 내 상식과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졌다. 태어나기 전부터 육아 책을 읽으며 나름 준비를 했다. 다양한 오감체험 활동을 해주었다. 어릴 때부터 많은 책을 읽어 주었다.      



아들은 한글을 터득하는 것이 느렸다. 6살 무렵 유치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봤다. 받침이 없는 단어를 겨우 읽는 아들이 받침이 있는 단어 받아쓰기에서 계속 빵점을 받았다. 수학 연산 학습지를 하면 틀린 문제가 많아서 학습지에 소나기가 그려졌다. 4학년이 될 때까지 반장에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도 자기보다 못하는 친구들을 기준으로 삼아 만족해했다.      


많은 책을 읽어 주고 오감 활동을 체험 시켜 주었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실망이 커졌다. 선천적으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없으니 성적에도 관심이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성적이 바닥인데도 아들은 학교생활을 너무 행복해했다. 집보다 학교가 더 좋다고 했다. 살아오면서 가장 이해하기 난해하고 어려운 숙제가 아들이었다.      


아들이 성장할수록 부딪히기 시작했다. 초등 고학년이 되니 사춘기가 시작되어 아이를 말로 통제하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다. 5학년 2학기 큰 결심을 했다. 일반초등학교에서 근처의 소규모 혁신학교로 아들을 전학시켜주었다. 학습에 관심이 별로 없으니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학교를 경험해 보라는 배려였다. 아들과의 갈등의 상황들을 지인들에게도 공유했다. 아들을 이해하기가 어렵고 갈등이 심한데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조언을 구했다.      


그 무렵 상담대학원에서 다양한 심리검사를 실습하는 과정 중 MBTI(성격유형 검사) 검사를 했다. 4주 동안 나의 성격유형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받으면서 나의 독특한 성격을 처음으로 직면했다. 내 성격유형은 전체 인구의 3%밖에 없다는 희귀한 ENTJ 였다. 



“사람보다 일을 중시하고, 너무 완벽을 추구하고, 지적 욕구가 강하고, 항상 계획하고 실행한다.” 많은 특징이 있었지만 예리하게 지적하는 설명들에 깜짝 놀랐다. 상담 중 아들과의 갈등이 어려서부터 심하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아들의 성격과 스타일을 듣던 상담사는 나와 정반대 성격유형 같다고 설명해 주었다.      


아들과의 갈등을 성격 차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엄마니까 나를 기준삼아 내가 옳다 주장했다. 타고난 성향이 전혀 다른 아들의 다름을 틀림이라고 생각했다. 아들과 내가 계속 갈등이 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성격 차이일 뿐이었다. 성격이 개와 고양이처럼 상극에 위치한 까닭이었다.    

  

아들은 관계가 중요한 성격이라서 다투는 일도 없을 것이고, 경쟁도 싫어할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아들에게는 언제나 관계가 제일 중요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아들을 향한 매듭이 하나씩 풀리면서 뒤통수를 몇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아들이 10살이 될 때까지 ‘나는 맞고, 아들은 틀리다’ 했던 판단이 심각한 오류였다. 고양이가 강아지를 틀렸다고 여기는 것처럼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다름을 고치려고 체벌까지 자주 했음에 아들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전 중3 겨울 방학, 진로 컨설팅을 받았다. 컨설팅을 통해 아들이 타고난 강점인 성향과 재능을 새롭게 발견했다. 아들은 성향이 복합형이고 생명형이며, 운동형이라 오래 앉아 학습하는 것이 힘든 스타일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아들의 최고 강점 재능은 ‘융합능력’이었다. 미래 시대는 융합이 중요한데 아들의 융합능력이 자기 또래 2,000명 중에서 1등이라고 칭찬해 주셨다. 고등학교까지는 힘들지만, 대학만 가면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타고난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      


아들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평가 절하했다. 컨설팅을 받은 후 아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부드러워졌다. 아들을 향한 걱정과 근심이 기대와 소망으로 바뀌었다. 아들은 내 키와 발 사이즈를 초월해 장성한 고등학생이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개와 고양이처럼 다르지만, 아주 평화롭게 살아간다.      


《엄마의 하브루타 대화법》에서 김금선 소장은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는 보석처럼 빛나는 부분이 있다’라고 이야기 한다. 아이의 빛나는 부분을 잘 찾아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이 세상에 같은 아이는 존재하지 않고, 우주에서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이니 있는 그대로 개성과 성향을 아이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들은 그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된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한 지붕아래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스스로를 빛나게 할 가능성의 별을 가지고 태어난다

김 진,진로를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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