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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사라 Aug 09. 2021

감사할 수 있어 감사할 수 있다면

사랑, 할 수 있을까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저자 에모토 마사루는 놀라운 물의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음악에 따라 물의 결정체가 달라졌다.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은 예쁜 결정체를 만들었다. 헤비메탈 음악은 결정이 흩어지고 찌그러진 모양이었다. 유리병에 물을 넣고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보여준 물은 육각형의 가장 아름다운 결정체를 만들었다. 에모토 마사루는 우리 몸도 감사를 통해 우리 몸의 70%가 되는 물이 한없이 깨끗해지고 환하게 빛나는 결정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유산이 된 이후 아들 하나로 만족해야 하나보다 체념할 무렵 딸 사랑이가 나에게 왔다. 딸을 아기 띠에 매고 안고 다닐 무렵 지나가던 분들이 딸이 귀엽다고 과자를 손에 쥐여 주실 때가 있었다. 양손에 과자를 쥐여주면 딸은 항상 먼저 한 개를 내 입에 넣어주었다. 보통 아기들이 먹을 것에 민감하다. 자기 입에 넣는 것이 우선이 된다. 돌쟁이 딸은 엄마 입에 과자를 먼저 넣어주는 기특함을 보였다.      



여동생이 결혼 전 우리 집에 함께 살 무렵이었다. 그 당시 내가 어깨가 많이 뭉쳐 아프다고 자주 이야기를 했었다. 딸이 4살 무렵 키가 작아 욕실 세면대에 손이 닿지 않았다. 딸을 안아 올려 씻도록 누군가는 도와주어야 했다. 딸은 손을 씻을 때마다 엄마가 아닌 이모를 불러 세면대에 올려 달라고 했다. 


동생이 “너는 엄마가 있는데 왜 이모를 부르냐?”고 투덜거리면 딸아이는 “우리 엄마는 어깨가 아프잖아.”라고 대답하는 깊은 배려심을 발휘했다. 유치원에서 쓰나미를 당한 방글라데시 소식을 듣고 온 날, 잠들기 전 쓰나미를 당한 방글라데시를 위해 간절히 중보기도를 해 깜짝 놀랐다. 유치원에서 밥 먹기 전 무슨 기도를 하느냐고 물으면 자주 아픈 사촌 동생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해 뜻밖의 헤아림에 놀라곤 했다. 


한글을 떼고 난 후에는 종이에 편지 쓰는 걸 좋아했다. 내가 피곤해 소파에 널브러져 자는 모습을 보고 ‘엄마 피곤하지만 힘내세요’라고 편지를 적고 그림을 그려 선물해 주었다.  

   

비바람이 세게 불었던 재작년 11월 10일 금요일 늦은 오후였다. 사랑이가 친구를 만나러 잠깐 나간다더니 자기 용돈으로 혼자 몰래 결혼기념일 케이크를 사 왔다. 늦은 밤 거실의 불을 끄더니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등장해 결혼기념일 깜짝 이벤트를 만들어 주었다. 엄마 따로, 아빠 따로 준비한 카드까지 전달하며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을 마음 다해 축하해 주었다. 딸이 축하 카드에 전하는 너무 과분한 메시지를 보니 순간 뭉클 눈물이 났다. 



"엄마께오빠랑 나를 낳아주신 우리 훌륭하신 엄마

2018년 11월 10일 금요일 16주년 된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려요

그리고 언제나 사랑으로 나랑 오빠를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만약 엄마가 아빠를 선택하지 않고사랑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았으면 

나랑 오빠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엄마아빠 16주년 된 결혼기념일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사랑해요.

엄마 언제나 고맙고 진짜로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우리집 빛나는 보석 드림 -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을 하는 시간이 방랑벽이 심한 나에게는 답답한 긴 터널이었다. 되돌아보니 두 아이가 가르쳐 주는 교훈들과 전해주는 감동이 많았다. 나는 두 아이를 너무도 부족한 내 인생의 선생님으로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감사’에 대한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도 결혼기념일에 전해준 딸의 카드에 담긴 감사였다. 


딸은 편지에 엄마로서 밥을 차려주고, 빨래해주고, 숙제를 도와주는 당연한 일들을 하나하나 헤아렸다. 엄마가 당연하게 해주는 소소한 일에 대해 딸이 감사를 고백할 때 내 안에서 뭉클대는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딸의 감사를 통해 엄마로서 존중받는 감정을 느꼈다. 딸의 감사 뿌리가 나를 향한 따뜻한 사랑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을 생각해 보았다. 성장하면서 우리 딸처럼 엄마, 아빠에게 감사를 전하는 딸이었는지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부모님의 부족함에 원망이 많은 딸이었다. 부모님이  나에게 베풀어 주신 것들을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부모님의 기념일에 축하 선물이나 편지를 드린 기억도 별로 없었음을 반성했다. 딸만큼 나는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오지 못했고 감사를 표현하지도 못했다. 


결국 나는 부모님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왔음이 참 부끄러웠다. 내가 부모님에게 전하지 못했던 그 어려운 감사를 딸은 아낌없이 나에게 표현해 주었으니 딸은 내 인생의 감사 선생님인 것이 분명하다.   

   

딸을 통해 감사의 행복을 경험하면서 나를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을 생각해 보았다. 

창조주 하나님이 내 인생에 베풀어 주셨던 것들을 진심으로 감사한 적이 있었는가?


달콤한 오렌지보다 시디신 레몬을 더 많이 베풀어 주셨기 때문에 ‘왜 이렇게 레몬을 많이 주실까?’에 대한 마음이 컸다. 나에게 주신 레몬들을 진심으로 감사해 본 적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육신의 부모님에게도, 하늘의 아버지에게도 감사가 인색한 딸이었다. 



너무도 부끄러웠다. 어린 딸은 엄마로 부족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과분한 감사를 베풀어 주는데 나는 육신의 부모님에게도, 하늘의 아버지에게도 감사하는 딸이 아니었다. 나를 낳아준 육신의 부모님에게도, 하늘의 아버지에게도 내가 드릴 수 있는 거창한 선물은 없다. 아무리 비싸고 거창한 선물을 드린다 해도 나의 진심을 담은 감사만큼 감동이 되지는 않음을 알게 되었다.     


딸의 감사를 통해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하늘 아버지의 마음도 아주 조금이나마 생각하는 딸이 되었다. 딸이 엄마인 나에게 소소하고 당연한 일들을 헤아려 감사를 고백하는 것처럼 나도 소소한 모든 것을 감사로 고백하는 딸이 되어야겠다는 결심하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 저녁 3가지 감사를 헤아리며 감사 일기를 쓴다.      


종은 울리기까지 종이 아니다. 사랑이 사랑한다 표현되어지기 전까지 사랑이 아니듯 감사도 감사를 표현하기 전까지 감사가 아니다. 딸을 통해 배운 감사를 고백할 때마다 달콤한 행복으로 하루가 가득해 졌다. 내 삶에 레몬이 주어져도 감사를 고백하니 레몬마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감사는 미래를 만들어 주고, 하루를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는 마스터키이다.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삶에 감사하겠다.”  

                                              안네 프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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