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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사라 Nov 01. 2021

상황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감사 마스터 

2020년 12월 31일 마지막 날이었다.


아침부터 폭설이 계속되었다. 

눈발이 그치지 않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군산에 중요한 일정이 있었다.

남편이 하루 휴가를 내고 운전으로 동행해 주었다. 

갈 때는 마침표를 찍으려는 마음으로 갔던 길이었으나 

다시 새해의 열심을 다짐하며 개운하게 돌아오던 길이었다.      




군산을 가던 길목에도 눈길 교통사고가 종종 보였다.

사고 난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한참 정체되기도 했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 귀가하는 길,  

계속 날리는 눈발과 어두워지는 탓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장성간 고속도로를 지나 거의 북광주에 가깝다 마음을 놓을 타이밍이었다. 

고속도로 양쪽에 승용차 한 대와 탑차 한 대가 서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우리가 달리던 도로에는 탑차가, 반대편 도로에는 승용차가 나란히 서있었다.

아마도 두 대의 차량이 충돌이 나서 정지된 체 서있던 모양이었다.



문제는 서있는 차량이 거의 앞에 왔을 때야 시야에 들어온 것이었다.     

앞에 서 있는 탑차를 피하려는데 반대편 도로에 서있는 승용차 때문에 

피할 길이 없다. 남편이 놀라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거의 눈앞에 가까워진 거리와 빙판이 되어버린 도로 사정에 정지가 되지 않았다.


“어!! 어!! 어!!”

“쾅” 

“으악!!”     


세워진 탑차를 보며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량은 계속 전진했다. 

탑차와 부딪히는 순간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들과 딸이 떠올랐다. 

이대로 남편과 함께 우리는 먼저 천국행인 것인가를 생각했다.






다시는 군산에 되돌아갈 수 없겠구나 한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유리창이 깨지면서 처참한 부상을 입은 모습을 눈을 감고 상상했다.

드디어 탑차와 우리 차량이 충돌이 되었다.     

“펑!!” 에어백이 터지는 굉음이 들리며 매캐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눈을 뜬 순간 남편과 나는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괜찮은지 흔들었다.

당황스러운 풍경에 우리는 신고할 생각도 못하고 서로를 살피기만 했다.

AI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똑똑한 차량이 스스로 사고신고를 해주었다. 

사고가 어디서 났는지를 묻는 전화가 동부화재에서 울렸다.


사고 지점과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119를 보내주겠다고 회신이 왔다. 

차에서 내린 남편이 앞에 세워진 탑차의 기사님은 괜찮은지 살피러 잠시 내렸다. 

다행히 우리 차량보다 훨씬 거대한 탑차는 차도 기사님도 외상이 전혀 없었다.

우리 차량은 앞부분이 온통 찌그러져 폐차 수준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눈길 사고는 죽음의 문턱에 다시 한번 서본 아찔한 순간이었다.

죽음의 문을 들어가는구나 싶었던 순간이지만 신기하게도 불안이나 공포가 없었다.

이대로 천국행인가 싶은 당황스러움은 있었으나 평안함이 마음에 가득했다. 

우리의 차량은 폐차 수준이 되었지만 우리 부부는 외상 하나 없이 멀쩡했다.

보조석에 있던 나는 목이 조금 뻐근함을 느낄 뿐이었고, 남편은 불편함이 없었다.      


사고 직후 서로의 생사를 확인한 후 튀어나온 첫 고백이 “아!! 너무 감사하다”였다.

파손된 차량에 비해 아무런 외상이 없음을 감사했다.

차량이 우리의 생명을 대신해 희생을 해주었음에 감사했다.

다시 아들과 딸을 볼 수 있음에 눈물 나게 감사했다.

2020년으로 마침표를 찍지 않고 2021년을 맞이할 수 있음에 감동하며 감사했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때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때에는 

비판하거나 탓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좋은 소식은 현재 

삶에서 부정적인 상황에 놓였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활용하여 이를 

다시 바꿔놓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정적인 상황은 정말 마법처럼 

‘펑!’하는 연기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론다 번, 매직》




그날, 태어나 처음 119 차량을 타고 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눈길이었고, 저녁이었고, 고속도로였음에도 119 구급대가 일찍 도착해 무한 감사했다. 남편은 사고 차량 견인을 위해 남았다. 나는 119를 타고 집 근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어, 진통제만 처방을 받고 무사히 귀가했다.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3가지 감사 제목을 적었다.


1. 눈길 교통사고가 났지만 외상이 없이 무사하니 감사합니다.

2. 남편도 저도 아무런 후유증이 없이 건강하니 감사합니다.

3. 파손된 차량이 폐차되어 신차를 구입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그날 적은 감사 제목처럼, 남편도 나도 별다른 심한 후유증은 발견되지 않았다.

파손된 차량은 폐차 처리가 되어 다시 구입할 신차 차량 보상금을 넉넉하게 받았다.

론다 번의 말처럼 상황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감사할 일은 언제나 남아 있다.

감사하는 마음은 모든 부정적 상황을 마법처럼 바꿔놓을 수 있다.     


"부정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비록 

어렵더라도 감사한 일을 찾아야 한다. 

상황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감사할 일은 찾을 수 있다. 

특히 감사하는 마음이 모든 부정적 

상황을 마법처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반드시 찾을 수 있다"

《론다 번, 매직》          


오늘도 하루의 시작을 3가지 감사로 열고, 

하루의 마지막을 3가지 감사로 해독할 수 있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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