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들 중에는 지방이 고향인 친구들도 몇몇이 있는데, 그들 중 몇몇은 서울이 '고향'인 내게 '부럽다'라고 했었다. 다달이 원룸과 고시원에 월세를 지불하고, 그리운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던 그 친구들에게, 서울에 집이 있고 부모님이 계시는 내가 부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고향이 지방인 그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는 것을 그 친구들도 알고 있었을까? 사실 그 친구들에게는 선택지가 있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서울살이'였지만, 내게는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을 그 친구들은 알고 있을까?
내게는 '서울' 말고는 갈 곳이 없다.
고향이 지방이었던 친구들 몇몇은 지금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취업 때문인 경우도 있고, 그냥 가족이 있는 고향이 좋은 경우도 있고 또 때로는 서울살이에 상처를 받아 돌아간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나는 서울 말고는 갈 곳이 없다. 가족도 서울에 있고, 취업조차 서울에 해버린,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인 나는 나는 서울살이에 상처를 받는다 해도 그 상처를 치유하러 돌아갈 다른 고향 없다. 그들이 서울은 각박하고, 경쟁이 심한 그런 도시란 이야기를 했었다. 글쎄..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각박하고 경쟁이 심한 서울에서 버텨내지 못 한다한들 갈 곳이 없다. 그래서 그저 버티고 참아내야 하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과연 좋기만 한 걸까? ㅠㅠ
과거의 '나'는 '서울살이'를 원하지 않았다.
나는 서울살이를 원했던 적이 없었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싶었고, 태어나서 쭉 서울에서만 살았기에, 누군가에게는 혜택으로 보이는 서울살이의 여러 가지가 혜택 인지도 모르고 살아왔기에, '서울살이'를 갈망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취업할 때 굳이 '서울'이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을 달랐던 것 같다. 이전에 그랬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아무튼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지방을 거점으로 둔 회사에는 적응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이야기는 내가 직접 기업을 통해 들은 것은 아니고, 박람회나 기타 이미 취업한 선배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이다. ) 또한 지방균형정책으로 몇몇 공기업에서는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했고, 이와 동시에 지방 출신 학생들을 채용에 더 우대해 주었다. 그러므로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학까지 서울에서 나온 나는 지방에 거점을 둔 기업에 일자리를 얻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취업준비를 때려치우고 공무원 시험을 볼 때도, 지방이라도 정말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실제 7급 준비를 하던 시절에 나는 서울보단 '세종시'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우선 서울시 공무원의 시험은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시험을 볼 수 있지만, 타 지역의 경우 그 지역 수험생들에게만 기회가 부여되어 서울의 학생이 타 지역 공무원 시험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또한 이상하게도 국가직 시험조차도 전국 단위 시험은 그렇게 떨어지더니, 서울지역으로 응시한 시험엔 합격해 버렸고, 최종 선택한 지방직 시험도 서울시 시험만 최종 합격하게 되었다.
내게 '서울'은 그냥 내가 평생을 살아온 '고향'이다.
우리 부모님의 고향은 '서울'이 아니다. 두 분 모두 각자의 고향에서 10대를 다 보내시고 20살쯤 성인이 되어 서울로 오신 것 같다. 그러다 서울에서 만나 결혼하셨고, 당시 아버지의 직장이 서울이었기에 서울에 신혼집을 구하셨고, 그렇게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를 서울에서 졸업했다. 그러기에 친구들 대부분도 '서울'에서 만났고 그 친구들의 많은 수 역시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직장마저 서울에 얻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은 나의 '고향'이다. 그냥 '고향'
이런 고향에서 살기 너무 어렵다 근데,
이런 나의 상황과 입장에서, 결혼 이후에도 서울에 집을 구하고 서울에서 쭉 사는 것이 나의 행복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나의 고향인 서울에 살기 너무 어렵다. 해마다가 월 마다도 아니라 일마다 오르는 집값. 자꾸 서울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가서 살라며 서울 아닌 다른 지역에만 집을 짓게 해주는 정부. 과연 이곳에 내가 계속 살 수 있을까? 요즘 드는 생각은 아 그냥 작년에 결혼할걸, 취업도 하기 전에 결혼을 했더라면 차라리 낫았을걸. 이런 생각이 다 든다.
(사실 나는 '서울'도 아니고 그냥 우리 동네에 살고 싶다. 우리 동네는 '서울'이라고는 하나 사람들이 '서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그런 변두리 동네이다. 높은 빌딩도 별로 없고, 본격적으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몇 년 사이를 제외하고는 서울의 집값 상승 하락에 영향도 받지 않았으며, 학군도 그다지, 그에 따라 교육열도 별로 치열하지 않은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오로지 지하철이 두 가지 노선이 들어온다는 그 점만 '서울'같은 그런 지역이다.)
가끔 여행을 가면, 가끔 TV에 나오는 외곽의 넓고 큰 집을 보면, 아 나도 그냥 지방에 내려가서 집 걱정 안 하고 살아 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일이 내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직장은 어쩔 것이며, 부모님도 없고 친구도 없고,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과연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