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지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남들이나 정도면좋은 조건이라던데

by 정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시절부터 '아기'를 너무 예뻐해서, 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꼭 가지고 싶다는 그런 철없는 망언을 하고 다니곤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는 드디어 '결혼'을 하였고 이제는 '결혼'은 해도 '아이'는 못 가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는 아이를 갖기에 그래도 남들보다 좋은 조건에 속할 수도 있다. 우선 우리 부부 둘 모두 공무원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사용한다고 하여 직장을 잃을 염려는 없다. 또한 친정도 직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아이를 키우는 동안 죄송하더라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직장 내에 어린이집도 있어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기간만큼은 그래도 일을 하는데 부담이 덜 하겠지... 근데 이렇게 좋은 조건인데도 '아이'를 갖는 것이 '사치'로 여겨진다.


1. 육아휴직은 쓸 수 있지만....

육아휴직은 쓸 수 있다. 마음껏. 무려 3년이나. 하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동안 급여는 어쩔 수 없이 줄어든다. 첫 1년 동안에만 수당이 지급되며 그 수당도 본봉의 40%라고 하니... 나 같은 말단 공무원은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100만 원이 안 되는 돈을 지원받는다.(건강보험료에 기여금까지 제외하고 나온다고 하니 50만 원이나 되려나.. 육아휴직을 내가 아직 사용해본 것은 아니라서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다.) 둘이 모두 나가서 일을 해도 두 명이 간신히 유지되는 살림에, 한 명만 온전한 급여를 받고 세 명이 과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또 휴직이 끝난다 해도 과연 우리 둘이 버는 것으로 아이에게 부족함 없는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있을까??


2. 친정부모님이 계시긴 하지만...

직장 가까운 곳에 친정부모님이 사신다. 이것만큼 좋은 조건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이 드신 부모님께 매일매일 아이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부모님께 정기적으로 아이를 봐주시는 비용도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부모님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 언제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계셔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3. 어린이 집이 있다고는 하지만...

직장 내 어린이집이 있다. 그래서 야근을 하더라도 늦은 시간까지도 아이를 맡길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선 직장 내 어린이집 조차 경쟁이 치열하여, 아이를 낳자마자 육아휴직 사용하지 않고 0세부터 맡길 계획이 아니라면 꽤 오래 기다려서 들어갈 수 있다. 또 직장 내 어린이집에서 돌봄을 해준다 하여도 매일 야근하며 아이를 그곳에 저녁 늦게까지 있게 하는 것이 과연 아이의 정서상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으며, 이렇게 좋은 어린이집도 5년 길어야 7년 정도 다닐 수 있는데, 아이는 그 기간 동안 다 크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4. 우리는 집이 없다.

집이 없다.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확률이 높다. 현재 상황이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큰 희망이 없다. 이렇게 주거가 불안정한 상태로 과연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있을지. 또 아이가 생기면 더 큰 집이 필요할 텐데 매매를 하든 임대를 하든 지금보다 주거비에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이런 주거비 인상 부담은 나나 남편이 휴직을 하는데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근데 과연 우리가 그것들은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이를 가지기에 분명히 좋은 조건이다. 육아휴직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부부들도 많고, 양가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실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 부부도 많다. 또한 직장어린이집이 없는 직장이 있는 직장보다는 훨씬 많을 테니 우리는 분명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한다면 쉽게 마음을 먹을 수가 없다.


지금의 내가 아이를 가진다고 생각하는것은 엄청난 '사치'라는 생각이든다. 내 형편과 상황에 충분히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너무 가지고 싶어서 무리해서 하는 그 '사치' 그것도 한번 거금내면 끝나는 사치가아니라 앞으로 20년 이상의 할부를 다달이 내야하는, 내 인생에서 제일 비싼 사치를 부리는 느낌.


나는 나의 '남편'의 외모를 꽤나 좋아해서. 남편의 외모를 꼭 닮은 '아들'을 낳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는 있을지라도 과연 잘 키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우리는 아직도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했다. 아이를 가지는 것이 사치로 여겨지는 내 마음이 과연 이기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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