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프러포즈

그때만 해도 우리의 신혼여행지가 제주도가 될 줄은 몰랐지

by 정다

2019년 12월 20일 우리는 우리의 4주년 기념일을 막 앞둔 참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 겸, 4주년 겸 해서 호캉스를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전날 밤 그가 갑자기 집 앞으로 찾아왔다며, 당장 보고 싶다고 나오라고 했다. 아무 예상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잠옷을 입고 뒹굴거리던 나는, 급하게 롱 패딩만 입고 집 앞으로 찾아온 그를 만나러 나갔다. 4년을 만났지만 이렇게 집 앞으로 무작정 보고 싶다고 찾아온 때는 그때가 처음. 그의 차를 타자마자 그는 보고 싶었다더니, 다짜고짜 민트색 쇼핑백을 내밀었다. '우리 결혼하자 '. 그리고 그가 내민 그 봉투 속에는 예쁜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목걸이를 주며 그는 구구절절이 설명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그는 백화점에 가서 몇 시간씩 줄을 서면서, 소위 '프러포즈'를 할만한 귀금속 브랜드는 모두 다 들어가 봤다고 했다. 그렇게 고심한 끝에 역시 프러포즈에는 '민트색 박스'라며 브랜드를 결정했고 본인이 봐 둔 목걸이는 따로 있으나, 스톤이 함께 장식되어있는 상품은 절대 교환이 안된다고 하여, 우선은 스톤이 없는 목걸이를 구매해 왔으니 내일 같이 가서 교환하자고 그래서 원래 예정이 아니었던 내일이 아닌 오늘 밤에 급하게 찾아와서 프러포즈를 하는 거라며 참으로 현실적인 드라마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그런 프러포즈를 해주었다. (결국 나는 다음날 가서 함께 처음 그 가사 온 목걸이에 스톤만 추가하는 교환을 하였다. )


연애 때 가끔 프러포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나의 조건은 세 가지였다. 1. 사람들 많은 곳에서 호들갑스러운 프러포즌 싫다. 2. 반지보단 목걸이나 다른 걸 받고 싶다. 3. 결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후 하는 형식적인, 진짜 결혼 준비를 하기 전에 하는 진짜 진짜 프러포즈를 받고 싶다. 화려한 꽃도, 엄청난 이벤트도 없었지만 내가 말했던 그 세 가지만큼은 정망 충실하게 지켜줬던 그런 프러포즈였다.


20191221_174755.jpg 그와 함께 교환해온 그 목걸이




결혼 얘기는 종종 하고 있었다. 우리의 나이는 이미 3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 이제 둘 다 모두 직장에서 조금이나마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우리가 소개해준 지인들이 우리보다 일찍 결혼할 거라는 얘기를 들으며 우리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나는 너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둘 다 마음속으로 우리 서로 결혼하겠구나 라는 느낌은 있었다. 그는 조금 천천히 하고 싶다고 종종 말하기도 했지만 ( 그는 언제나 나보다 결정이 느린 편이다. ) 어쩃든 프러포즈를 했고, 프러포즈를 받고 6개월이 지나서야 우리는 진짜 결혼 준비에 들어갔으며, 프러포즈를 받고 1년 6개월이 지난 2021년 6월에 결혼을 했다.


그리고 프러포즈를 받을 때 나는 정말 내가 이런 코 시국에 마음을 졸이며 결혼할 줄은 정말 몰랐다.....



작가의 이전글아이를 가지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