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그를 끌고 플래너 상담하기

2020년 여름은 비도 참 많이 왔지

by 정다

웨딩홀 계약의 다음 단계는 '플래너 정하기'였다. '웨딩박람회'라는 곳을 한 번 가보긴 했지만, 도떼기시장 같고, 너무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는 탓에 도무지 정신이 없어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어 그곳에서 플래너 계약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친구의 조언으로 SNS를 통해 관심 가는 플래너 몇 명을 팔로우했고, 그중에 한 분과 꼭 상담을 하고 싶어 한 달 전에 미리 상담예약을 했다. (보통 플래너 상담도 두세 군데에서 한 후 계약을 하기도 하던데 당시에 나는 업무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그렇게 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고, 우선 이 한 명과 상담을 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때 새로운 플래너를 찾아보자!라는 계획이었다. )


웨딩홀을 계약하고 한 달 후 두근거리는 플래너 상담 날이 다가왔는데.... 참 2020년도 여름은 비도 참 많이 내렸다. 비가 오면 우리의 직업상 밤새서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플래너 상담 전날 구 남자 친구 현 남편이 그 '밤샘근무'의 대상이 되었고, 정말 그는 밤을 꼬빡 새우고 아침이나 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그가 사정했다

'너무 피곤하다, 그냥 오늘 상담 취소하고 다음번에 상담을 받자'

하지만 나는 그의 청을 들어줄 수 없었다. 이유인즉슨

1. 인기 많은 플래너라 한 달 전에 한 예약을 당일에 취소하는 건 너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2. 오늘 이 예약을 취소한다면 한 달을 또 기다려야 한다. 당일에 여러 상담을 잡아서 이 플래너가 마음에 맞지 않아 다른 플래너를 당일에 또 상담하고 결정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은 상황이라 한 달 미룬 상담 뒤 플래너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새로운 플래너를 찾는데 또 한 달의 시간이 걸리고.. 이렇게 결혼 준비가 자꾸만 미뤄질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때 남친의 회사와 남친에게 조금 화가 나 있었다. 평일에 연차를 내고 가서 상담을 받는 것도 아니고 원래 쉬었어야 하는 주말에 받는 상담이었다. 주말에 일정이 있을수도 있는 일이었고, 이경우는 인륜지 대사인 결혼과 관련된 약속이었다. 나는 애당초 그 새벽에 근무를 나가는 그에게 다른사람에게 당번을 바꿔달라고 아니면 이번 한번만 빼달라고 이야기해보라고 말했지만 , 그가 말을 안한것인지, 회사에 아무도 바꿔 주지 않은 것인지 아무튼 그는 그 새벽에 근무를 나가 밤을 꼬빡 새고 돌아온것이다.

(이때 알았어야했다... 결혼준비는.. 코로나 상황에서나 회사 업무에서나 배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단호하게 '안돼'라고 이야기했다. 경기 북부에 살아 안 그래도 '강남'까지 멀리 내려오는데 알레르기가 있던 그는 절대 안 된다는 나의 말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상담에 동행했고, (하필 상담오 오전 상담이었다. 11시쯤이었던 듯.. 그의 집에서 강남은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정말 퇴근하자마자 씻기만 하고 바로 상담하러 온 것.)

'스, 드, 메' 세 가지를 상담받는데, 그는 '스'만 함께 고른 뒤.. 양해를 구하고 옆에서 쿨쿨 엎드려 잠을 잤다.


상담을 미루고 싶다던 그를 억지로 끌고 간 보람이 있게, 다행히도 그날 상담은 만족스러워서 나는 첫 상담을 한 플래너와 계약을 했고, 그 플래너와는 아무런 마찰 없이 많은 좋은 도움을 받으며 1년 동안 결혼 준비를 하고 결혼식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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