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가 왜 그녀와친구 되기를그만두었는지 알고 있을까?
10대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한참을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었다. 자주 연락을 하고, 자주 만나고. 나는 대학교를 서울로 가고, 그 친구는 지방으로 가면서 그전처럼 매일 연락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 친구가 서울에 올 때마다 매번 만났다. 처음 사귄 남자 친구 이야기도 서로 공유했고, 대학생활의 크고 작은 소소한 일상들을 공유했다. 나는 그렇게 우리 사이가 '친한 사이'라고 믿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 친구도 내게 느낀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의 SNS는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 SNS를 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랑하기 위함이고, 너 역시 그런 것 아니냐' 나는 정말 놀랐다. 우선 나의 어떤 행동이 내 친구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점에 놀랐고, SNS를 자랑의 도구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의식 속에서 어느 정도는 그런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의식하는 선에서는 없었다. 또한 당시 SNS는 현재 행복한 라이프 보여주기의 인별 스타 그램과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던 '싸이월드'였다. )
아마 그때 친구는 남자 친구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남자 친구와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가 그것이 그녀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당시 사귀었던 내 남자 친구는 '이벤트'를 자주 해주는 그런 '남자'였는데, 그가 해주는 이벤트 (사실 별것도 없다.. 그냥 성년의 날에 서프라이즈로 꽃 선물해주기 등등 그냥 소소한 것들)를 SNS에 올렸고 그것이 그녀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고 느꼈다. 나는 당시 그 이벤트들을 'SNS'에 올렸던 이유는 다름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그냥 '남자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데, 누군가는 이를 통해 '불행과 슬픔'을 느낀다니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경험이 있은 후 나는 싸이월드, 얼굴 책 그리고 인별 스타 그램까지 넘어오면서 SNS를 할 때 누군가에게 '자랑'으로 느껴질 수 있는 식의 게시물은 올리지 않았다. 특히 남자 친구에 관한 것은, 남자 친구의 선물도 올리지 않았고 (그 남자 친구 이후 그런 이벤트를 즐겨해 주는 남자 친구를 만나지 못해 딱히 올릴 것도 없었지만) 남자 친구에 관한 것뿐 아니라 기타 내 일상생활에서 그 친구에게 그런 느낌을 줄 만한 것들은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라는 늪에 빠져버렸고, 그 친구는 나보다 먼저 사회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때 나는 이미 취업시장에서 받은 많은 상처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였 공무원 시험을 시작했고 이 또한 짧은 기간에 끝나지 않아 그때의 나는 정말 한없이 우울했고 한없이 힘들어했었다.
그때도 그 친구와는 종종 연락을 했는데, 연락할 때마다 그 친구는 본인의 '사회생활'의 시작을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 월급'이 얼마이며, 각종 복지는 어떻게 되고, 그로 인해 남자 친구와 어떤 문화생활을 하고 (학생 때 할 수없었던 여러 일들을 많이 시작한 친구였다. ) 그 외 기타 등등의 것들 각종 설렘과 함께 내게 전해주었다.
그녀가 말해주는 그 일상들은 내 입장에서는 엄두 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매일 독서실에 앉아 부족한 용돈으로 무슨 가지고 싶은 포스트잇과 형광펜을 살지 말지 고민해야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그녀가 뮤지컬을 보고 여행을 가고, 남자 친구와 비싼 식사가 제공되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이야기들은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런 비용도 없었고, 그럴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 그녀의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들으며 가끔 부럽기도 하고 또 가끔의 현실의 나를 더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사실 엄청난 사치생활도 아니고 그냥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대부분이 할 수 있는 '당연한'것 들(엄청난 사치생활이면 또 어떤가, 정당하게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쓰겠다는데)이라 생각했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가끔 아주 조금 나는 슬퍼지기도 했지만, 그녀의 의도를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며 축하했고, 나도 빨리 시험에 합격해서 저것들을 해봐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다.(조금 슬프긴 했지만 딱히 불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의 슬픔의 원인이 그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메신저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확한 일이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또다시 내가 '자랑'을 하여 본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자랑'이라니 취업에 도전했으나 몇 년 동안 고생만 하다가 '공시'에 다시 몇 년간 매달리는 나의 상황에서 도무지 그녀에게 자랑할 거리라도 있는 것인가?? 나는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고 도무지 내 일상에서 무엇이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고 부럽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렇게 사소한 일상이 그녀에게 부러움을 주는 일이기에 이야기도 하면 안 되고 그저 혼자만 기억하고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면, 그럼 매일 떠드는 그녀의 일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서야 나는 그녀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랜 기간 나에게 '열등감'과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 같고 그로 인해 그냥 평범한 나의 일상도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느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그녀의 감정의 원인을 모두 '내 탓'하고 있다는 생각도.
나는 그녀가 매일 이야기하는 그녀의 일상에 대해, 나쁜 의도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사실은 내게 그 이야기들을 한 이유는 '자랑'하기 위함이었고, 내가 그것들을 '부러워'하길 바랬던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녀'가 그런 사람이기에 '내'가 하는 행동도 모두 그렇게 받아들인 것이었구나. 나는 성년에 날에 꽃 한 번 받은 것을 싸이월드에 올리고, 너에게 불행을 주었다는 이유로 그 오랜 기간 동안 매 순간 조심하고 널 배려하려 노력해 왔는데, 너는 나의 감정을 위해서 도대체 무엇을 조심해왔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10년이 넘는 동안 친구로 지내며 그때 나는 처음으로 화를 냈다. '나의 이런 일상이 너에게 자랑이 될 수 있고 그래서 너에게 이야기하고 SNS에 올리는 일이 경솔한 일이라면, 네가 매일 돈도 못 버는 수험생에게 이야기하는 너의 월급과 네가 사는 그 많은 물건들과 누리는 문화생활 또한 나에게 절대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네가 더 경솔한 사람이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는 더 이상 내게 본인의 '일상'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그녀와의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그녀를 만나는 오랜 기간 동안 나는 그녀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불편한 점이 생겨도 '이해'하려 노력했는데, 그녀는 스스로의 문제를 '내 탓'을 할 때도 있었구나, 그리고 나는 그런 힘든 그녀의 감정을 위해 효과가 있든 없는 내 나름의 '배려'와 '노력'을 했는데, 그녀는 나를 위해 그것들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와 친구 하기를 그만두고 또 몇 년이 흘렀다. 그사이에 나는 그녀의 연락을 받지 않았고 이제 더 이상 우리는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그녀가 그립지는 않지만 가끔 궁금하다. 그녀는 내가 왜 그녀와 친구 하는 것을 그만두었는지 알고 있을까?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그녀의 불행이 '남의 탓'이라고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