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니기에 느끼는 즐거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즐거움
호캉스라는 것이 유행한 지 얼마나 됐을까? 내 생각보다 오래되어을 텐데, 나는 유행에 민감한 사람은 아니라서, 호캉스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다가 재작년부터 우연한 기회들이 생겨서 1년에 1~2회 정도 1박 2일 잠깐의 호캉스를 다녀왔다.
경제적 상황도 그렇고, 오로지 숙박에 큰돈을 쓴다는 것이 아직은 납득되지 않기에 정말 좋은 기회가 생겼을 때 가곤 했는데, 짧은 1박 2일의 호캉스는 아직까지는 언제나 만족스러웠다.
1. 집이 아니기에 쉴 수 있다.
우리 집에서의 '나'는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한다. 끝없이 생각나는 집안일들, 끝없이 보이는 정리할 것들, 침대에 누웠다가도 금방 생각나서 주방과 거실로 달려 나가곤 한다. '우리 집'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전혀 그럴 필요 없다. 이곳에서는 이곳을 치워주시는 분이 따로 계시며 무엇보다 우리 집이 아니기에 내가 '책임'지고 유지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것.
집이 아니기에 쉴 수 있다는 아이러니함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호캉스의 짧은 기간 동안 집안일은 잊은 채 마음 편히 뒹굴뒹굴할 수 있다는 것이 꽤나 큰 즐거움을 준다.
2. 여행이 아니지만 여행인 것 같은 느낌
나는 대부분의 호캉스를 서울이나 경기의 가까운 곳으로 가곤 했는데, 가까운 곳에 방문했음에도 먼 곳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은커녕 국내여행 마저 조심스러운 요즘 '여행'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 된다. 우선 집이 아닌 '호텔'에서 머문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느낌을 받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잠만 자러 가는데도 짐을 싸서 숙박업소에 간다는 자체가 여행을 준비하는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서울, 경기도라 하더라도 대부분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호텔들 덕분에 방 안에서 외부 경치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여행의 느낌을 받는다.
특히 요즘 같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워 오는 시즌에 호텔을 방문하면 예쁘게 장식해 놓은 큰 트리와 조명들 덕분에 먼 외국에라도 나온 것 같은 착각을 주는데, 이것 또한 너무 재미있다.
3.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행복감
호캉스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러니하게도 '역시 우리 집이 최고야'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하곤 한다. 예쁜 인테리어, 좋은 뷰, 깨끗한 침구를 모두 갖춘 호텔에 우리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포근함, 편안함'은 없다. 매일 먹고 잘 때는 즐거움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포근함'의 존재를 완전히 새로운 공간인 호텔에서 즐겁게 쉬다 왔을 때 비로소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호캉스 직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평상시보다 더 만족스럽고 즐겁게 느껴진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호텔에서 보내는 즐거운 하루와, 이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전보다 더 좋아지는 우리 집에서의 하루까지 덤으로로 얻으니 호캉스를 당분간은 계속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