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귀찮음을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즐거움
작년 초부터 피부과라는 곳을 난생처음 다니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한 달에 한번 꼴로 방문하고 있다. 그곳을 다닌다고 나의 피부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다니는 나를 보며, 피부과 다니는 그 자체로 '즐거움'을 얻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깨끗한 손으로 내 화장을 지워주는 그 느낌이 좋다. 보들보들한 손으로 내 얼굴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주는 그 느낌. 화장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받을 기회는 흔해도 막상 다른 사람이 지워주는 일은 여기 피부과나 피부관리실이 아니라면 겸 험하기 힘든 것 같다. 특히 화장을 하는 것은 즐거움이지만 지우는 과정은 매우 '귀찮음'으로 느끼는 내게 '누군가가 화장을 깨끗이 지워준다'라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인 것 같다.
내가 받는 간단한 시술이 끝나면 침대에 누워 진정 팩을 하며 10분~15분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데, 조용한 음악과 얼굴에 팩을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것 또한 일종의 '힐링'으로 느껴진다. 팩이라는 것도 일종의 귀찮은 과정으로 팩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 팩을 한 후 뒤처리 이 두 가지 모두 꽤나 귀찮은데, 그런 귀찮은 과정 없이 누군가가 해준다는 것도 즐거우며, 적당한 습도와 온도가 갖추어진 공간에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너무나 큰 '휴식'이다. 내가 한창 회사일로 바빴을 때에는 이 팩 하는 시간에 잠이 들곤 했는데 그 짧은 시간의 졸음이 그렇게 개운하고 달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이번에 결제한 피부과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당분간은 피부과를 멀리할 계획이지만, 그래도 지난 1년간의 경험은 '즐거움'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