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올 한 해는 정말 쏜살같이 흘렀다. 영화로 보면 굉장히 숨 막히는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 2026년이 며칠 안 남은 시점에서, 영화의 주요 장면처럼 나에게 올해 가장 임팩트 있던 사건들을 정리하면서 한 해를 회고하고 싶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올해, 정확히는 작년 말부터 시작된 생존 모드다. 투자 유치가 어렵다는 걸 받아들이고, 회사를 생존 모드로 전환시켜 나갔다. 합류한지 얼마 안 된 동료들부터 작별하고, 함께 일하고 있었지만 우리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사람들도 있었다.
당시 런웨이가 6~7개월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인건비부터 시작해서 많은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한 달에 순매출로 500만 원, 1000만 원을 만들면서 늘려나갈 수 있을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케어파트너가 그 당시에는 B2G매출을 제외하면 한 달에 200~300만 원밖에 못 벌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비즈니스를 시도했다. 네트워크 광고를 붙이고, 5060 시니어 대상 광고주를 찾아 광고 세일즈도 하고, 보험사 대상 B2B 영업도 하고, 상조나 홈쇼핑 회사에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구독형 서비스를 팔아보기도 하고, 건강 관련 상품으로 커머스 판매, 공동구매도 해봤다. 6개월 동안 정말 갖가지 비즈니스를 검토하고 시도했던 것 같다.
동시에 2023년에 인수했던 오프라인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폐업해야 했다. 런웨이를 조금이라도 늘리려고, 폐업 비용을 아끼려고 코파운더인 진호님이랑 주말에 가서 벽에 붙어있는 것들, 가구, 집기들을 다 뜯어내고 팔 수 있는 건 팔았다. 건설현장 노동자처럼 주말을 보냈다. 그때는 막막하고 힘들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팀이랑 정말 많이 이야기했다. 진호님이랑 주말에 같이 작업하고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창업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이 돼서야 진호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대화가 편해졌고, 서로 더 의지하고 이해하게 됐던 것 같다. 너무 힘들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힘을 얻었던 부분이다.
사실 가장 암담하고 가장 불확실한 순간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누구라도 런웨이가 계속 줄어드는 그 상황에 있었다면 너무나 불안하고 막막하고 두려울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때가 오히려 가장 에너지가 넘쳤던 시절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그 순간들이 생존으로 이어지고 성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 팀처럼 단단해지고, 자신감이 생기고, 우리만의 믿음이 생기는 시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또 이런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두렵고 겁먹고 움츠러들기보다는 이게 나한테 더 성장하고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다라고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두려움과 어려움을 나 혼자서만 감당하려고 한 게 아니라 팀한테 공유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여러 아이디어들을 던지고, 실패들 조차도 끊임없이 공유하고 또 함께 여러 iteration을 해봤던 것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5월에 아내가 임신해서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계속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쉽지 않았지만 아이를 갖게 되어서 굉장히 기뻤다. 가족들, 친구들 다 너무 축하해주고, 아이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이 일어났다. 어렵게 찾아왔던 아이가 갑작스레 떠났다. 그 전 주에 병원 갔을 때만 해도 심장소리가 들렸는데, 갑자기 심장소리가 안 들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시 받았다. 새롭게 간 병원에서도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아내를 챙겨서 집에 왔다.
아내에게 괜찮다고, 다시 아이 가지면 된다며 다독이고 있다가 저녁을 먹는 중에 나도 울음이 터져버렸다. 그날 저녁 식탁 앞에서 둘이 펑펑 울었다. 아직 우리가 준비가 덜 됐나 보다, 아이가 우리한테 찾아오기에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나 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아내랑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눈물이 날 거 같아서 아주 많은 얘기를 하진 못했지만, 말하지 않았음에도 서로의 감정에 대해 깊게 이해하게 됐던 것 같다. 전우애 같은 게 생겼달까. 앞으로도 잘해보자, 그런 게 서로한테 생겼다.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다. 하필 그때 회사도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였고 잘 풀리지 않았다. 여전히 인생은 쉽지 않고, 힘든 일이 정말 한꺼번에 온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아내가 임신한 상태로 긴 시간을 함께 했던건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아주 기쁜 순간과 아주 슬픈 순간을 교차하며 느꼈던 시기였다.
그 시기에 내가 아빠가 된다면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까, 아이랑은 어떤 관계를 만들어야 할까, 집안일에 대체 어느 정도 시간을 쓸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좋은 아빠는 될 수 있을까,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다. 물론 지금도 아내랑 노력해서 앞으로 아이를 가지려고 하고 있지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나는 당연히 행복하고 싶어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행복은 삶의 긴 여정이라는 관점에서 일 뿐만이 아니라 내가 아버지가 되고,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도 앞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래서 내 성격과 특성상(?!) 아주 좋은 아버지가 되긴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내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일의 방식도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더 많은 일들을 직접 하기보다는 사람들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위임하고, 그 일이 잘 될 수 있게 좋은 사람들을 모시고, 나도 거기에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일하는 방식으로 많이 바꿔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 과정 중에 있다. 언젠가 내가 아빠가 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과 일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10월 말쯤, PMF를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6월 말에 다다라서, 시니어 직무교육에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 수 있겠다는 힌트를 얻었고, 전체 비용을 상회하는 매출이 생겨서 흑자로 전환되긴 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하거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7월, 8월, 9월 동안 새로운 교육상품을 만들어서 팔아보기도 하고, 있는 것처럼 팔아보기도 하고, 가져다가 팔아보기도 했다. 정말 이것저것 많이 시도했는데 잘 안 됐다. 3개월 동안 계속 흑자를 낼 수 있는 정도의 매출은 만들었지만,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까? 이 방향이 아닌가? 라는 의심과 불안이 나를 계속 힘들게 했다. 당시, 길었던 추석 연휴 동안.. 이런 상황이 큰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추석 기간 동안, 그동안 했던 시도들과 고객들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뭘 놓쳤을까 고민했다. 연휴 기간 동안 고객을 더 만나는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터뷰도 하고 설문조사도 했다. 그러고 추석이 끝나자마자 동료들과 이야기를 해서 4분기 목표를 바꾸는 의사결정을 하고, 본격적으로 시도한 지 몇 주 만에 PMF를 찾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고객 볼륨이 유입되고, 수강신청을 하고 결제를 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숫자들이 찍혔다. 12월 말에 목표했던 숫자가 10월 목표 조정 후 2~3주 만에 달성되어 버렸다. 이게 PMF구나라는 걸 느꼈고, 팀 모두가 이건 엄청난 성과이고 성장이라는 걸 느끼게 됐던 순간이었다.
돌아보면, 예전에는 고객이 좋아할 것 같은 걸 만들고, 고객을 데려오고, 가치를 느끼게 하고, 돈을 지불하게 하는 순서였다면, 이번에는 돈이 되는 걸 먼저 찾고, 돈을 내는 고객이 어디 있는지 찾고, 고객을 데려올 방법을 고민하고, 그로스를 만들고, 그 다음에 진짜 제품이나 콘텐츠를 제대로 만드는 순서로 프로세스를 바꿨다. 그게 PMF를 찾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면 정말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동기부여, 일에 몰입하게 하는 환경,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기준과 수준에 대한 고민들이 다 해결된다. 이걸 뼈저리게 느꼈다.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차 안에서, 또는 출근하기 전 집 식탁에서 했던 루틴이 생각난다. 매일 "아, 이걸 또 하고 있네. 또 해야 되나?" 생각하면서도 꾸준히 해왔는데, 오늘 보니까 321일 동안 해왔더라.
루틴의 내용은 별거 없다. 먼저 그날 아침의 느낌, 컨디션을 이야기하고, 어제 어떻게 보냈는지 10분 정도 주절주절 녹음한다. 어제 어떤 일이 있었지? 어떤 기분이었지?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 그러고 나서 10분 정도 명상을 한다. 멍 때릴 때도 있고, 커피 마시면서 가만히 있을 때도 있다. 전날 생각했던 것들, 놓쳤던 일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혼자서 생각 정리가 어렵다고 느끼면 내가 만든 셀프 코칭 GPT 프로젝트와 이야기해본다. 예전에 코칭 받았던 내용을 기반으로 코치님이 해줄 법한 질문들을 던져주는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 다음 어제부터 오늘까지 감사한 일 5가지를 떠올리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7분 정도 이야기한다. 마지막은 우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아이디에이션을 해보거나 조사했던 자료들을 다시 훑어본다.
321일 연속 하다 보니 나를 돌아보는 시간, 비즈니스를 돌아보는 시간을 계속 갖게 됐다. 그게 300번 이상 쌓이니까 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는 것 같다. 오늘 안 되면 내일 또 더 잘하면 되지, 내일 또 루틴하면서 생각 정리하면 뭔가 시도할 게 나오겠지, 이런 생각이 든다.
창업자로서 매 순간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 때문에 이런 루틴도 미루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 "계속 하다 보면 이 또한 잘 컨트롤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루틴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불안이나 두려움과 공존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게 조금 더 쉬워졌달까. 예전 같으면 손을 놔버리거나 멘탈이 나간 상태가 오래 갔을 일들을 이제는 더 빠르게 끊고, 나를 빨리 챙기고, 빠르게 조정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이 루틴들을 통해서 나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오늘도 할 것이고, 내일도 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계속 나를 돌보고, 나를 챙기고, 오늘 좀 부족했더라도 내일은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걸 나 스스로 알게 됐고, 그런 나 자신을 아주 깊게 믿게 되었다. 물론 이런 내가 나중에 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믿어줄 수 있게 된 게 너무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매일 루틴을 할 때마다 "또 이걸 하고 있네" 라는 생각이 들고, 할 때마다 어렵고 새롭다. 하지만 루틴을 하고 나면 마음의 가벼움, 상쾌함, 분명함이 생겨서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루틴이다.
마지막으로 새벽 3~4시 쯤 잠에 깨서 계속 일 생각하던 그 새벽의 깜깜한 밤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이렇게까지 일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느꼈고, 그만큼 일에 몰입하고 있구나 싶었다. 감사하면서도 고통스러웠던 순간이었다.
9월 중순부터 자다가 중간에 깨는 일이 많아졌고, 10월부터는 피곤이 쌓여서 예민해졌다. 멜라토닌, 수면유도제, 수면제 처방까지 받아봤지만 잘 안 됐다. 불면증을 겪었던 지인의 조언도 듣고, 한의사를 만나 체질에 맞는 식단으로 바꾸고 한약도 먹어봤다. 그래도 불면증이 개선되지 않았다. 심리적인 문제로도 해결이 안되고 식사나 체질 관련 솔루션도 효과가 없어서 점점 더 답답해졌다.
그러다, 일단 원인분석부터 제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수면클리닉에서 1박 2일로 수면 검사를 받았고, 수면무호흡이 불면의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더 알고 싶어서 수면 전문 치과를 갔더니 하관이 작아서 기도가 좁고, 잘 때 근육이 이완되면서 기도를 막는다는 걸 알게 됐다. 렘수면 때 수면무호흡이 생기면서 잠이 깨는 거였다. 치아에 끼우는 보조 기구를 맞추고 나서야 수면의 질이 조금씩 좋아졌다. 거기까지 거의 3개월이 걸렸다.
포기하지 않고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계속 찾아보고, 누군가를 만나보고,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들을 해보면서 조금씩 좋아졌던 것 같다. 이때 느낀 건, 나조차도 잠을 못 자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그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거다. 진작 의학적으로, 데이터적으로 접근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올 한 해를 쭉 꿰어 정리해보면, 최근 에이피알 김병훈 대표가 정주영창업경진대회 발표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무조건 버텨야 된다.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게 끝이 난다."
나도 올 한 해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너무 많았다. 이게 아닌가, 여기서 그만해볼까, 수많은 시도를 하면서도 이게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불안, 이거 아닐 것 같은데라는 자신 없음이 많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일단 해봤고, 일단 누군가 만나봤고, 빠르게 실패해봤다. 그렇게 버텨왔고, 버티다 보니 우리가 해왔던 것들이 조금씩 누적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 같다.
올 한 해 정말 힘들었고 버티기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다. 그럼에도 꿋꿋이 버티고 이겨냈다. 너무 조급하지도, 너무 천천히도 아닌 나에게 맞는 속도로 한 발 한 발 갔던 한 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 자신에게 고맙고, 함께해준 팀, 투자자들, 파트너들 모두에게 감사한 한 해다.
내년에 또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앞으로의 인생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포기하고 싶고 정말 힘들 때, 나 스스로가 2025년의 이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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