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목표, '열심히 하지 않기'

번아웃 되지 않기

by Hansol Jang

새해가 되면 으레 "올해는 뭘 해보자"라는 목표를 세운다. 운동을 더 하자, 책을 더 읽자, 새로운 기술을 배우자. 매년 나는 나에게 무언가를 추가했고, 더 많은 짐을 얹었다.


아직 새해 목표를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정재형의 유튜브에서 안테나 뮤직 신년회 영상을 보게 됐다. 거기서 "2026년에 하지 않을 것"을 묻는 질문이 나왔는데, 이게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평소에 "뭘 할 것인가"만 생각했지, "뭘 하지 않을 것인가"는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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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고민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지금은 크게 성장한 스타트업 대표님을 만나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그분이 해준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우리 정도 스테이지면 목표는 무조건 하나여야 해요. 여러 가지 하지 말고, 하나에 몰빵해야 합니다." 실제로 작년 한 해, 우리 팀이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했을 때 만들어낸 임팩트는 분명히 달랐다. 그리고 그렇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뭘 하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반대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조금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다. 바로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열심히'란, 지칠 때까지 나를 몰아붙이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가 바닥났는데도 억지로 더 하려고 하고, 쉬어야 할 때도 멈추지 못하는 그런 상태 말이다.


열심히 하지 말아야 할 것엔 운동도 포함된다.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주 6일, 심지어 7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려고 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까 몸이 회복될 시간이 없어서 다치고, 에너지가 방전되어 오히려 퍼포먼스가 떨어졌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역효과가 난 것이다.


일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스타트업에 있을 때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100시간을 일해야 한다"며 시간을 재면서 일했다. 주말, 밤 가리지 않고 매일 새벽에 퇴근했다. 올해 추석 긴 연휴에는 돌파구를 찾아야 된다는 생각에 잠도 잘 못자고 계속 일생각하고 혼자 사무실나와 일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렇게 나를 채찍질하면 더 성장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번아웃이었다. 너무 단기간에 뭔가를 하려고 할 때, 그건 결국 불안과 초조,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마일스톤 회계법인의 '오늘부터 회계사'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양제경 회계사가 6년 넘게 칼럼을 쓰고, 유튜브를 하고, 주말에 강의까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칠 만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 말이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동안 "지칠 때까지 해야 진짜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정작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지치지 않을 만큼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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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영상에서 김규현 회계사는 "나는 한번 시작하면 엄청 달리는 스타일이다. 회계사 공부할 때도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부하다가, 나중에 지쳐서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못 한다"고 했다. 솔직히 나도 그 유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쭉날쭉한 리듬. 잠깐 폭발적으로 하다가 무너지는 패턴. 하지만 창업이라는 긴 레이스에서 그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내 삶도, 사업도, 성장도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단기간에 나를 몰아붙이면 당장은 뭔가 한 것 같지만, 결국 꾸준함이 만드는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된다.


나이도 한몫을 한다. 지금 생각하면 예전엔 어떻게 그렇게 새벽까지 일했나 상상이 안간다. 요새도 하루 12시간 이상 사무실에 있지만 월~수를 그렇게 보내면 목요일부터는 확실히 집중력과 퍼포먼스가 떨어진다. 이제는 나를 갈아넣는 방식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비유하자면, 내 고유의 무기가 이제 녹이 슬었달까? 다른 무기를 장착하고 배워야 한다. 나를 몰아붙이면서, 많은 시간을 쏟아부으면서, 열심히 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다면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나는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모든 일을 다 열심히 할 순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 에너지를 쏟으면, 적은 노력으로도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
둘째, 혼자 하지 않는 것이다. 나 혼자 채찍질하면서 모든 걸 해결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도와줄 사람을 찾고, 팀과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올해 이런 것들을 목표로 해보려고 한다. 모두 다 달성 할 수 없지만, 올해에 시도하다보면 나에게 맞는 루틴을 찾게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퇴근을 저녁 8시 전에 해보기, 주중 이틀은 아내와 함께 저녁 먹고 일찍 잠들기, 주말에는 온전히 쉴 수 있게 만들어보기, 운동도 주 7일이 아니라 주 4~5일로 조절하면서 일과 휴식의 밸런스를 맞춰보기. 어려운 일은 혼자 끙끙대지 않고 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의식적으로 해보려 한다. 물론 전제가 있다. 이렇게 해도 좋은 성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하고, 덜 중요한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올해는 내가 그동안 해왔던 "너무 열심히 하는 방식"을 내려놓으려 한다. 올해는 지칠 때까지 달리는 대신, 지치지 않을 속도로 꾸준히 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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