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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08.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11)

- 주말의 프라도 미술관(Museo de Prado) -

아침에 조금 미적거리다 보니 10시 넘어서 숙소를 나섰다. 그란 비아 거리에서 시벨리우스 광장으로 간 뒤 프라도 미술관 방향으로 내려갈 참이다. 그런데 그란 비아 거리에 들어서니 교통이 완전하게 통제되고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참가자들이 끊임없이 뛰어 내려오고 있다. 보는 나도 순간적으로 활기가 느껴진다.



 시벨리우스 광장으로 내려가니 파세오 프라도(Paseo Prado) 방향의 넓은 대로의 차량통행이 통제되고 있었다. 아마 마라톤 루트를 확보하느라고 막아놓은 것 같다. 덕분에 보행자들이 사용할 수 있었다. 프라도 가는 길은 봄의 푸른 활기로 가득하다.



 프라도 미술관의 주변 풍경은 아름다운 건물과 성당 등으로 균형감이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이 곳에 올 때마다 가지는 느낌이다. 프라도 미술관 자체도 품격이 있는 건축물이지만 주변의 풍경과 함께 잘 어우러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과거 여러 번 입장했기 때문에 미술관 앞 벤치나 돌계단에 앉아 있거나 주변을 서성이며 시간을 충분하게 보냈다.



 프라도 미술관을 떠나 이어진 식물원 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일련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인도를 받고 있다. 한 20여 명 될까 싶은데 단체로 프라도 미술관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들을 뒤로하고 식물원 방향으로 내려와 식물원 담 창살을 통해 안쪽을 보니 이곳에도 방문객들로 차 있다. 봄이라 푸른 나무들과 함께 꽃들이 피기 시작해 아름답다. 내일 월요일 방문객이 뜸할 때 한 번 가볼까 하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더 내려가면 우리나라의 서울역인 아토차(Atocha) 역이 나온다. 마드리드에는 아토차역 외에 차마르틴(Chamartin) 역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용산역이다. 이 두 역에서 지방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다.



 파세오 프라도 거리 끝에는 아토차역을 마주 보고 있는 황제광장(Plaza de Emperador)이 있다. 2019년 가을 ‘스페인 한 달 살이’를 할 때 바로 이 광장을 마주하는 아파트 호텔에서 머무른 적이 있다. 이곳도 구시가지와 멀지 않아서 도보 이동이 가능하다. 


 광장을 바라보는 흰 건물에 맥도널드 버거점이 있다. 이 가게는 아주 오래되었다. 내가 2000년 마드리드에 파견되어 근무할 때도 바로 이 자리에 있었다. 한국 여행객들이 휴대용 짐을 종종 분실했던 곳이기도 하다. 자리를 잡는다고 짐 놔두고 주문하고 오면 짐이 사라지는 경우이다. 여권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참 긴 세월이다. 그런데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니... 아내와 함께 들어가서 멕카페 코너에서 커피를 주문해 마셨다. 에스프레소와 카페 콘 레체를 시켰는데 맛이 일반 카페와 비교해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화장실은 고객에게 개방되고 있었다.



 점심은 아내가 중식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수프에 볶음밥 류를 먹고 싶다고 한다. 구글로 검색해 보니 가장 가까운 곳이 살라망까(Salamanca) 지역에 있는 ‘Cnina Crown’이라는 중식당이다. 가깝다고 하지만 현 위치에서 1.8 킬로미터이다. 살라망까 지역은 서울의 경우 강남지역이서 좋은 식당이려니 하고 찾아갔다.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약간 서늘한 바람이 있었지만 고즈넉하니 편하고 기분이 좋다. 음식은 아그리 피칸테 수프를 시키고 본식은 볶음밥에 소고기와 버섯을 섞은 볶음을 주문했다. 음식 플레이팅이 장난이 아니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질은 좋다. 아내가 잘 먹었다.


 

 음식을 먹고 식당 테라스에서 오가는 사람보고 여유를 부렸더니 오후 3시가 넘어간다. 다시 숙소까지 가려면 3 킬로미터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이미 햇살도 강해졌고 거리에 사람들로 넘쳐나서 꽤 피곤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택시를 탈까 생각하다가 운동 삼아 다시 걷기로 했다. 그런데 점심식사 후라 걷는 것이 만만하지가 않다. 길가 벤치에 앉아 몇 번 쉬어가며 숙소에 도착했다. 피로가 엄습해서 낮잠을 두 어 시간 잤다. 이렇게 또 마드리드에서의 하루 일상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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