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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10.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12)

- 마드리드 왕립 식물원과 코르테 잉글레스 백화점 -


  아침의 그안 비아 거리가 강한 햇살을 반사하면서 명암이 뚜렷하고 눈이 부시다. 걸어가는 방향이 동쪽을 향해 가기 때문이다.



 오전 9시를 넘겨 프라도 미술관 아래쪽에 넓게 자리 잡은 왕립식물원에 도착했다. 날씨도 잘 받쳐주는 봄날이다. 입장료가 4유로인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65세 이상 방문객은 1유로이다. 별도의 신분증 확인없이 2유로를 지불하고 티켓을 받았다.


 식물원에 들어서니 화사한 튤립 꽃이 우리를 반긴다. 튤립 꽃이 모여 만개하니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새삼스럽게 ‘참 화려한 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식물원의 봄은 푸름이었다. 연초록의 나뭇잎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역광에서 보는 투명한 푸른 잎들은 언제 보아도 보는 사람의 마음도 투명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내가 늦가을 분당 탄천 언덕배기에서 보는 역광 속 단풍잎과 같다. 물론 분위기는 다르지만....



 식물원의 벤치는 대리석과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대리석 벤치에 앉으면 엉덩이에 차가운 느낌이 올라온다. 여름이면 시원하겠지만 아직은 차가움이 섬뜩하다. 그러나 조금 참고 있으면 잔잔하게 시원함이 느껴진다. 아내는 차갑다고 주로 나무 벤치에 앉는다. 왜 벤치 얘기를 하냐고?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주 앉아서 쉬어가고 싶다. 그래서 과거에는 관심이 없어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벤치를 자주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잠깐이라도 앉았다 가면 조금 편하다.



 식물원을 걷다가 벤치에서 쉬다가 하며 아침의 맑은 햇살을 마음껏 느끼다 보니 점심때가 된다. 지하철을 타고 2000년 마드리드 파견 근무를 할 때 사무실이 있었던 건물 곁의 ‘모다 쇼핑몰(Moda Shopping)’에서 점심을 먹고 그 인근에 있는 코르테스 잉글레스 백화점에 둘러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한 번 환승한 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Santiago Bernabeu) 역에 도착했다. 역을 나오니 20여년 전 파견 근무할 때 사무실이 있었던 ‘토르레 에우로파(Torre Europa)’ 건물이 눈 앞에 나타난다. 건물에서 위용이 느껴진다. 아직도 여기에 사무실이 있다. 그 앞에는 우람한 형태의 레알 마드리드 축구 경기장이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모다 쇼핑몰은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어 닫혔다. 할 수없이 바로 코르테스 잉글레스 백화점에 가기로 했다. 백화점 입구에 들어선 ‘파이브 거이스(Five Guys)’에 들어갔다. 이 가게는 그란 비아 거리에서도 종종 눈에 띄어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더니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이다. 가격이 ‘맥도널드’나 ‘버거킹’보다 비싸다. 프리미엄 버거라고 할까? 하여튼 점심 먹는 것은 이곳에서 해결했다.


 코르테 잉글레스 백화점은 스페인 최대 유통체인이면서 유럽 전체로 볼 때 두 번째 큰 백화점 체인으로 알고 있다. 스페인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이 백화점을 볼 수 있다. 백화점을 들어가 보니 1층 매장이 유명 상품 전문 매장 코너로 변신했다. 2019년 가을에도 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유명 매장이 있었지만 일반 매장보다는 화려하게 꾸민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하게 달라져 매우 고급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중국인 고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장을 살펴보면 각 매장마다 아시아계 여성이 근무하고 있는 것을 본다. 2019년에도 그랬다.


 매장 곁을 지나는데 중국어로 인사하고 말을 걸었다. 오늘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중국인 가족들이나 젊은 여성들이 고급 매장에서 상담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디를 가나 중국인의 구매력은 상당한 모양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명품가격을 올려놓는다는 말이 나온다.  나와 아내는 그냥 눈요기만 하고 돌아 나와 다시 지하철로 귀가했다.



 마드리드에서는 4월 27일까지만 거주하고 다음에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숙소를 예약하려고 보니 숙박료가 놀라운 수준으로 높다. 갑자기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며칠 째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할 때다.


 우선 여행 노선을 안달루시아(Andalucia) 지역의 코르도바(Cordoba) - 세비야(Sevilla) - 말라가(Malaga) - 그라나다(Granada) 순으로 잡고 각 지역 체류 기간을 5~7일 정도로 할 예정이다.  바로 코르도바와 세비야에서 머물 호텔을 예약하고 렌페(Renfe)를 통해 마드리드 - 코르도바 고속철 티켓을 구매했다. 이후 교통수단은 여행하면서 구매할 것이다.


 안달루시아 체류가 끝나고 바로 바르셀로나(Barcelona)로 올라갈 것 같은데 중간에 한 곳을 들릴지 말지 좀 더 볼 일이다. 바르셀로나에 7일 정도 머물고 이후에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 - 빌바오(Bilbao) 순으로 체류한 뒤 ‘카미노 산티아고(Camino Santiago)’ 순례자들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서 며칠 머물 것이다. 이 곳에서 당일치기로 비고(Vigo)와 코루냐(Coruna)를  다녀올 예정이다. 특히 아내가 비고를 가고 싶어한다.


 내일 화요일은 톨레도(Toledo) 그리고 금요일은 세고비아(Segovia)를 당일치기로 다녀온다. 렌페를 통해 왕복 기차표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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