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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10.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13)

- 칼의 도시 톨레도 그리고 골목길 -

 톨레도는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중세의 시가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타임캡슐을 타고 영화에서 보는 유럽 중세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은 전율을 느낄 수 있다.


 톨레도(Toledo)를 가려면 아토차(Atocha) 역에서 기차를 타면 된다.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다. 8시 30분에 숙소에서 나와 그란 비아 거리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지하철로 아토차역으로 향했다. 그란 비아 역에서 다섯 정거장이다. 지하철 내에서 젊은 한국인 부부가 인사를 한다. 우리 부부가 속삭이는 말을 들은 모양이다. 물어보니 스페인은 처음이고 톨레도를 간다고 한다. 10시 15분 같은 기차이다.



 렌페 기차로 톨레도까지는 4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기차를 탈 때 공항에서와 같이 짐 검사를 먼저 한다는 것을 빼고는 특별할 것이 없는 여정으로 톨레도 역에 도착했다.



 톨레도 역에서 구시가지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역에는 과거와는 다르게 시티투어 버스도 있고 길로 나가면 버스도 있다. 나는 역에서 구시가지로 나가는 길을 알고 있다. 경사진 길이기 때문에 수고가 필요하지만 올라가면서 보는 톨레도도 좋은 경치이다. 특히 톨레도를 해자같이 감싸고도는 타호(Tajo) 강을 옆으로 보며 올라가기 때문에 풍광도 새롭다.



 톨레도 성문을 통과하고 미로같이 연결된 골목길을 타고 올라가니 톨레도 광장이 나온다. 2000~2001년도 기간 중 마드리드에서 근무할 때 주말이면 종종 가족과 함께 이 광장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광장에는 방문객들로 넘친다. 영어, 독일어가 귀에 들린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들었고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젊은 청년들이 많았다. 또 학생들이 많다. 수학여행을 온 것일까? 중국인도 많이 보이고 한국인 관광객 팀도 보인다. 따스한 햇살과 약간은 서늘한 공기가 상쾌한 봄날의 톨레도 풍경이다.



 내가 톨레도를 좋아하는 것은 톨레도 성당을 채운 엘 그레코(El Greco) 그림이나 알카사르 성과 같은 역사적 유물이나 건물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남은 시가지 주거와 주거를 연결하는 미로의 골목길들이다. 좁은 골목길 사이를 파고드는 햇빛이 만들어 내는 오묘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래서 톨레도에 오면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골목길을 걷는다. 골목의 오래된 돌집사이의 좁은 길목에 비치는 햇살이 만들어 내는 톨레도만의 색감이 마음에 고즈넉한 편안함을 준다. 오늘은 그 골목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 왔다.



 또 그 골목에 열려있는 조그만 가계들도 삶의 현장이기는 하지만 골목의 분위기와 어울려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톨레도는 칼의 도시이다. 톨레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골목길에 칼을 파는 가게를 종종 만나게 된다. 톨레도에서 중세시대부터 칼을 잘 만들었다고 한다. 칼은 무기이다. 그 전통이 이어져와 문화유산이 된 모양이다. 대형 전투용 칼에서부터 주머니칼까지 진열장에 전시해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다. 물론 나도 톨레도에서 만든 주머니칼을 가지고 있다. 몇 년을 펴 본 적도 없이 서랍에 처박아둔 칼인데 녹슬지도 않았고 복사지에 닿으니 쓱 베어진다. 매우 예민하다. 그런데 접어놓으면 앙증맞게 예쁘다.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아내가 배가 고프다고 한다. 골목의 조그마한 광장에서 그런대로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아 테라스에 앉았다. 오늘의 메뉴가 20유로이다. 음료수를 포함해 전식, 본식, 후식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부실하지 않으려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충실하고 성의가 담긴 음식이었다.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



 점심식사 후에는 휴식도 할 겸 광장에 나와서 벤치에 앉아 사람들의 바쁜 움직임을 심심하지 않게 보았다. 무엇보다도 젊은 사람들의 역동성이 새삼 느껴진다. 반면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게 느릿하게 움직이는 노인들의 모습에 아련해지는 마음은 어떻게 할 수 없다. 활짝 핀 꽃밭에서 밝고 아름답게 핀 꽃 사이를 자세하게 보면 시든 꽃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듯이 사람이 나이가 들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하게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노인들도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할 것도 없다. 자연의 법칙이고 세상의 이치이다.



 4시 25분 마드리드행 기차를 타기 위해 광장을 출발했다. 톨레도 역 가는 길을 잘 못 들어 30여분을 더 걸었다. 아내가 자기 무릎도 불편한데 더 걷게 했다고 핀잔을 주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가이드를 잘 못했으니 핀잔을 들어도 싸다. 또 특별할 것 없이 마드리드에 잘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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