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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11.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14)

- 세라노 거리(Calle de  Serrano -

 세라노 거리(Calle de Serano)는 마드리드 부촌 지역인 살라망까(Salamanca) 구역을 길게 가로지르는 패션 거리이다. 이 거리는 알칼라의 문(Puerta de Alcala)이 있는 독립 광장(Plaza de Independencia)에서 시작되어 에콰도르 공화국 광장(Plaza de la Republica de Ecuador)까지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길  좌우로 많은 지선을 형성하는 골목길과 교차하며 살라망까 구역을 형성하고 있다.



 세라노 거리의 명칭은 19세기 이사벨 2세(Isabel II) 왕정 시대 정치가이자 기업가인 호세 데 살라망까 이 마욜(Jose de Salamanca y Mayor)이 재무장관을 하며 살라망까 구역을 건설할 때 당시 군인이자 정치가이었던 프란시스코 세라노(Francisco Serrano)를 기리기 위해 부친 것이라고 한다.  


 세라노 거리에는 주요 명품회사들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매장이 길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코르테 잉글레스 백화점에도 명품 매장들이 있지만 그 규모와 다양함에 있어 이 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러한 매장들은 만들어진지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에 현지 고객들과 오래된 단골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울러 세라노 거리와 좌우로 연결된 골목길 주거지에는 좋은 카페와 식당이 조용하게 숨어있어 이 지역이 나름대로 중상층의 땅이라는 느낌을 준다. 골목길의 아파트 주택들도 정갈하고 잘 관리되어 있다. 그래서 햇빛이 좋으면 카메라를 어디에다 가져다대도 명암이 잘 어우러진 그림이 된다.


 며칠 전 이 거리 시작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 마요르카(Cafe Mallorca)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한 번 이 거리에 있는 명품 매장들을 탐색해 보고 싶었다. 어제 톨레도의 오르고 내리는 골목길을 많이 돌아다닌 후유증으로 피곤함이 있어 오늘은 아내와 세라노 거리를 느리게 산책하며 탐색한 뒤 점심을 먹자고 했다.


 9시 반쯤 집에서 나와 그란 비아 거리를 걸어 내려오는데 ‘honest greens’이라는 카페가 눈에 띈다. 안을 들여다보니 만들고 있는 브런치 음식이 뭔지 모르게 예술적이다.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나왔지만 호기심이 생겨 메뉴를 하나 주문했다. 그런데 분위기도 그렇지만 브런치 모양이 예술성이 있다. 식재료는 모두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값이 크게 비싼 것도 아니다. 맛보다는 건강함을 먹는다는 느낌을 가지고 먹어보았다. 아내는 아침을 먹은 뒤라 눈으로 보기만 한다.



 독립 광장에서 세라노 입구에는 호텔이 코너에 있고 이 호텔이 운영하는 테라스 식당이 항상 만원이다. 이곳 사람들은 테라스에서 식사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찬바람이 불어도 견딜만하면 테라스에 앉는다. 아주 차가운 날씨면 테라스 곳곳에 가스난로를 피워준다.



 이곳을 지나면 조촐한 거리의 풍경이 느껴진다. 물론 왕복 4차선 도로이기 때문에 교통량이 적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이다. 이 것은 길거리 건물들이 주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라노 거리에 있는 명품 매장들은 대체적으로 규모가 크다. 정면 입구가 작아 보이더라도 들어가 보면 공간이 안쪽으로 깊게 이어지거나 건물 내부 2층까지 사용하고 있다. 매장 정면 입구의 치장도 모두 보기 좋게 해 놓아 구경할 만하다. 모두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거리를 따라가며 매장의 사진을 찍다 보니 하염없다. 아내가 이 긴 거리 매장을 다 사진 찍을 거냐고 핀잔을 준다. 시간을 보니 1시를 넘었다. 배가 고픈 것이다.



 거리 건물에 아침에 들렀던 ‘honest green’이 있다. 마침 테라스에서 사람들이 먹고 있는 샐러드가 맛있게 보여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음식주문을 하려고 줄 서있는 사람들이 30여 명이 된다. 주문을 일일이 받아서 음식을 준비하는 형식이니 기다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겠다. 그래서 포기하고 바로 옆에 있는 빕스(VIPS)로 들어갔다. 나는 식욕이 없었다. 아내가 원하는 샐러드와 케사디야(quesadilla)를 주문했다. 맛있다며 만족스럽게 먹는다. 아내는 다니다가  배가 고프면 짜증을 부리는 습관이 있다. 이것을 눈치재지 못하면 짜증이 길어진다. 나도 이제 도사가 되어서 눈치가 느껴지면 바로 식당을 찾는다.



 긴 점심을 먹고 세라노 거리에서 골목을 따라 한 블럭 내려오니 콜론 광장(Plaza de Colon)을 만난다. 콜론은 컬럼버스의 스페인어 표현이다. 이 광장에서 중요한 국가행사를 하기도 한다. 광장 중앙에는 컬럼버스 동상이 높게 서있다. 길 옆 에는 햇살을 받은 하얀 인두상이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매우 인상적이다.



 다시 골목과 이어지는 골목만을 돌아서 숙소에 돌아왔다. 올 때는 대로를 따라왔는데 갈 때 구굴 맵을 켜니 골목길만 가르쳐 준다. 대로로 한 번도 빠져나오지 않고 정말 골목길만 돌아왔다. 신기했지만 골목에서의 사람 사는 풍경 잘 구경했다. 특히 골목에서  체격이 큰 여성 거리 청소 노동자들을 종종 보았는데 ‘ 아~ 이래서 골목길이 대충 청결하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드리드에서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기 때문에 대로를 걷다 보면 담배꽁초가 많이 보인다. 청소노동자들이 쓰레기통을 비우고 청소도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버리기 때문에 꽁초들이 많이 보인다. 마드리드 길거리에서  담배연기 냄새는 일상이다.


 문득 이 글을 쓰며 과거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2001년 여름 휴가때 스페인 여행사를 통해 프랑스와 이태리 단체여행을 한 적이 있다. 우라 가족만 제외하고 모두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프랑스에 들어서자 곳곳에 금연표시가 되어있어 스페인 여행객들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자 모여서 불만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고 프랑스를 ‘야만 국가’, ‘예의가 부족한 국가’, ‘인권이 없는 나라’ 라고 볼멘 소리를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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