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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07.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10)

- 아르헨티나 파리야(Parrilla)와 주말의 그란 비아 -

 9시 조금 넘어 일상으로 레티로 공원을 향해 나섰다. 걷는 운동하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다. 현재의 숙소는 그 위치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지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고 마켓, 식당, 카페, 상가 등이 밀집해 정말 편리하다. 


 그란 비아의 성격을 얘기하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종로 1~4가 + 명동거리’라고 해야 할까? 도보로 주요 관광 사이트 접근이 쉽고 지하철도 그란 비아(Gran Via) 역과 카야오(Callao) 역이 있어서 먼 거리에 대한 접근도 걱정이 없다. 레티로 공원, 프라도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등도 모두 1 킬로미터 이내이고 여기에 그란 비아 거리에서도 여러 가지 문화행사를 하고 있다. 스페인 자유 여행 한다면 그란 비아 지역에 머물 것을 권장한다.


 공원 가는 길에 아침 식사는 판스(Pans & COMPANY)라고 불리는 현지 패스트푸드 체인 가게에서 해결했다. 20여 년 전 우리 가족이 거주할 때도 있었고 종종 들러서 하몬을 넣은 바게트를 커피와 함께 먹고는 했다. 스페인을 떠난 뒤 생각나던 음식이었다. 먹고 싶었던 음식을 주문해서 만족스럽게 먹었다. 



 토요일 아침 레티로 공원은 어제보다 사람이 적었다. 오늘은 호숫가보다는 숲길로 걷기로 하였다. 숲은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산책한다. 아내와 나는 마드리드에서의 일상을 느끼기 위해 머물고 있다. 따라서 하루 일과에 특별한 계획이 없다. 그날 생각나는 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다음 주에는 톨레도나 세고비아 정도 한 번 가 볼 생각이다. 내일은 산책을 레티로 공원 대신에 프라도 미술관과 식물원 쪽으로 기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11시가 넘어 공원에서 돌아오는 그란 비아 거리에는 사람으로 넘쳐났다. 어데서 이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을까? 모두 관광객일까 아니면 현지 사람도 많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걷는다. 사람이 많으니 아무래도 산만하고 걷는 게 더 피로해 두어 번 벤치에 앉아 쉬어갔다.



 점심은 전에 보아 두었던 그란 비아 거리의 스페인 광장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엘 가우초(El Gaucho)’라는 아르헨티나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가우초는 영어 표현으로 카우보이이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우초는 야성이 강한 거친 남성상을 상징한다. 그린 비아 거리를 걷다가 찾은 식당인데 안을 들여다보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멜랑콜릭 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더군다나 아르헨티나의 파리야(Parrilla, 석쇠에 구운 소고기)를 먹고 싶었다. 



 메뉴를 보니 가격이 만만하지 않다. 식당의 분위기나 음식의 수준을 보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상위 20% 정도에는 들어갈 것 같다. 주문하기 전에 식전 주와 함께 따끈한 치즈 빵(반죽 안에 치즈를 넣어 구운 빵으로 촉촉하며 쫄깃한 맛이 있음)을 준다. 



 마실 것은 탄산수, 전식은 Mixed Salad, 본식으로 아내는 아이 비프(Bife de Ojo) 300 그램, 나는 갈비 구운 것(Asado de Tira)을 중간구이(Medium)로 주문했다. 소금과 치미추리(Chimichurri) 소스를 가져온다. 소금 맛을 보니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한 암염이다. 담백하고 잡맛이 없는 소금인데 아르헨티나 소고기 맛은 소금 맛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품질이 좋다. 


치미추리 소스는 페레힐(perejil), 오레가노, 마늘, 고추, 식초 등에 올리브 오일과 식초 등을 섞어 만드는데 식당마다 레시피가 달라 맛에 차이가 난다. 아내가 맛을 보더니 바로 ‘그 맛’이라고 한다. 나도 맛을 보니 현지의 맛이다. 



 샐러드도 바로 그 맛이고 본식도 역시 바로 그 맛이다. 잘하는 식당이다. 미디엄으로 잘 구워진 고기는 육즙이 풍부했다. 아내의 비프를 먹어보니 씹는 맛이 느껴지지만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다. 내가 먹는 갈비도 그 두께가 고기 맛을 유지시켜 주는 바로 그것이다. 포도주를 마시지 않을 수가 없다. 아르헨티나 말벡(Malbec) 적포도주 한 잔을 시켜 마시니 정말 잘 어울린다. 입안에 남은 고기의 기름 맛을 포도주가 싹 씻어주고 또 고기 먹고 하니 매우 만족스럽다.




 후식으로는 아내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나는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고기 먹고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입안이 정리된다. 아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라고 해서 한 입 먹었더니 입안이 시원하다. 다시 식후 주 한잔과 다과를 서비스로 준다. 아르헨티나 식이다. 오~~~ 정말 오랜만에 아르헨티나 아닌 곳에서 정말 아르헨티나 식으로 잘 먹었다. 비용은 정확하게 100유로에서 몇 센트 부족하였다. 


 아내의 여행은 먹는 여행이다. 서양 음식에 관심도 많고 좋아하며 먹는 것을 즐거워한다. 그리고 여행의 지명도 음식으로 기억한다. 아 ‘뭐 먹었던 데...’하고 방문했던 곳을 추억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먹방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된다. 


 3시가 넘어 식당에 나섰다. 그란 비아 인파가 더욱 늘었다. 주말이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마신 포도주로 몸이 나른하고 포만감이 있어 천천히 걷는 것도 지치고 힘들다. 더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아서 카르프 슈퍼마켓에 들러 식수만 산 뒤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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