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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06.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9)

- 토르타와 아레빠 그리고 재래시장 -

  9시 반 조금 못되어서 레티로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레티로 공원 호수에서 산책 겸 걷기 운동을 한 뒤 이곳에서 1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토르타(Torta)를 잘 요리한다는 식당으로 가서 아침 겸 점심을 먹을 요량이다. ‘카사 다니(Casa Dani, 다니의 집)’라고 불리는 식당이라고 하는데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서 먹기가 힘들고 평일에도 한참을 기다려야 식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지인이 소개해주어 구글로 검색해 보니 마치 레티로 공원에서 멀지 않았다.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산책과 운동을 즐기고 있다. 넓기도 하려니와 너무 잘 꾸며져 있어 상쾌하고 오늘은 햇살도 좋다. 집에서 나와 레티로 공원까지 3 천보 정도 되고 호수를 한 바퀴 돌면 2 천보가 나온다.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조형물 돌계단에 앉아 호수를 보며 멍 때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충분하게 보냈다.



 12시가 가까운 시간에 구글맵을 켜고 식당을 찾아간다. 마드리드 패션 거리라고 불리는 세라노 거리(Av.Serrrano) 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전통적인 중상층 거주 부촌이다. 골목도 잘 정돈되어 있으면서 품위가 있다.



 카사 다니를 찾아가 보니 큰 식당이 아니고 ‘파스 시장(Mercado de la Paz)’ 이러고 불리는 지역 재래시장 내에 있는 테라스 형 식당이다. 안과 밖의 테이블이 12~15개 정도인데 자리가 없다. 한참을 기다리다 테라스 자리를 배정받아 스페인 전통 음식 인 ‘토르타(Torta)’를 곁들여 ‘갈리시아 문어요리(Pulpo a la gallega)’ 그리고 착즙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다. 아내는 착즙 오렌지 주스를 갈 마신다. 한국에서는 마시기 어렵다고 하며..... 실제 그렇기도 하다. 착즙 주스를 마시면 오렌지의 향이 가득 담긴 달콤한 맛이 정말 좋다.


 토르타는 계란과 감자를 중심으로 양파, 간 소고기 등 기호에 따라 속에 들어갈 내용물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녹두전 같이 붙여내는 것이다. 크기와 두께도 만들기 나름이고 맛도 천차만별이다. ‘할머니의 토르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정에서 먹는 애정이 담긴 음식이다. 스페인에 살 때 아들이 이 토르타를 잘 먹었다. 바게트 빵에 넣어서....



 토르타는 내용물이 부드럽고 입에 착 달라붙는 수준으로 맛이 좋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관광객이다. 식대도 우리 재래시장에서 그렇듯이 대충 감당할 수준이다. 이곳에서 잘 먹고 파스 재래시장 내부를 보니 활기차다. 모든 식품이 신선하고 원지 모르게 대형 슈퍼마켓과 차별화되는 품질과 분위기가 있다. 군데군데에 있는 시장 내 식당도 아주 깔끔하고 음식도 먹음직스럽다. 오늘 좋은 구경을 했다. 한 번 와볼 만하다. 단 여행 중 시간이 충분한 경우...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함께 그란 비아 거리에 있는 프리몰(Promor)이라고 불리는 화장품과 향수 전문 판매점에 들어갔다. 아내가 마르티 데름(Marti Derm)이라고 불리는 피부용 앰플을 사고 싶다고 해서 들어왔다. 30개 앰플이 들어가 있는 한 박스 가격이 38.75유로이다. 저렴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내 말로는 국내에서 사고자 하면 너무 비싸다고 한다. 아무튼....



 피로감이 있어 집에 들어와 휴식을 취했다. 이제 과거와 같이 몇 시간 동안 쉼 없이 막 돌아다니지를 못하겠다. 아내의 무릎도 그렇고 걸으면서 자꾸 벤치에 앉아 쉬었다 가곤 한다.



 오후 늦게 집을 나서 그란 비아 거리 끝자락에 있는 스페인 광장 방향으로 내려갔다. 며칠 전 스페인 광장에 가면서 광장 쪽으로 가는 건널목 옆에서 아레페라(Arepera, 아레빠 가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레빠는 베네수엘라 토속 음식인데 옥수수 가루를 식용유와 섞어 반죽을 만든 뒤 납작하고 호빵 수준의 두께로 성형한 뒤 화덕에 구워낸 것이다. 이 옥수수 빵을 가운데로 2/3 정도 잘라서 속살을 파내면 겉의 바삭하고 딱딱한 부분과 안의 공간이 생기는 데 이곳에 다양한 종류의 속을 넣어 생과일주스와 함께 먹는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해외에 거주하면 가장 그리워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내가 40여 년 전 베네수엘라에서 근무했을 때 이 아래빠를 점심으로 참 많이 먹었다. 사무실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유명한 아레뻬라가 있었다. 그래서 일주일이면 두세 번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특히 아레빠 속에 까르네 메차다(Carne mechada, 삶은 소고기를 잘고 길게 찢은 뒤 양념을 한 속)를 넣고 빠빠야(Papaya)를 간 생과일주스와 함께 먹었다. 양도 충분하고 영양가 높은 점심이었다. 또 국민 음식이라 가격도 저렴하였다. 그 눈에 그리던 음식가게를 봤으니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이곳에서의 아레빠 가격은 만만하지 않다. 아레빠에 넣는 여러 가지 속 옵션 중 나는 까르네 메차다를 넣은 것과 아내는 딸기주스 그리고 나는 망고주스를 주문해 아주 만족스럽게 먹었다. 대체로 잘 만들어낸 음식이다. 과거의 추억과 함께 먹은 귀한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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