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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06.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39-1)

- 아름다운 정원의 왕성과 옅은 녹색의 과달키비르 강 -

 세비야 떠나기 하루 전 날인데 일정계획이 없다. 갑자기 어제 들어가 보지 못한 왕궁을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일찍 가서 줄을 서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8시 반경 호텔을 나서 우버 택시를 타고 왕성에 도착한다. 그런데 웬걸... 벌써 줄 길이가 100 미터가 넘는다. 서둘러 줄 맨 끝에 선다. 곧바로 10여 명이 내 뒤쪽에 자리한다. 줄 밖에서 입장객 수를 세던 왕성 안내원이 ‘Sold Out’ 팻말을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추가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설명하며 돌려보낸다. 우버 택시를 타지 않았으면 오늘도 입장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뙤약볕 속에 3시간을 줄 선다. 다른 사람들도 순한 양 떼같이 가만히 기다린다. 12시가 넘은 시간에 입장표를 구입한다.  입장료는 14.5유로인데 경로 입장권은 7유로이다. 그런데 오후 5시 30분 입장이다. 시간이 공백이 너무 크다. 문득 어제 마드리드 지인이 소개해 준 강변 식당을 8시에 예약한 것이 생각난다. 너무 피곤할 것 같아 취소하려고 전화번호를 찾고 있는데 예약 컨펌 문자가 온다. 그래서 반갑게 취소한다.




 우선 왕성 주변의 카페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한국인 세 부부가 들어와 옆 테이블에 앉는다. 의사소통에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식사 주문하는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식사 후에 왕성 가까이 과달키비르(Guadalquivir) 강가에 있는 금탑(Torre de Oro)에 가보기로 한다. 300미터 거리니까 금방 도착한다.



 금탑 아래는 연한 녹색을 띠고 있는 강물이 깊어 보인다. 한강과 같이 넓은 강은 아니지만 충분하게 넓고 배가 다닐 수 있다. 주변은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유람선 선착장이 있어 일정을 봤더니 1시간 코스이다. 3시 출발 탑승권을 구입한 뒤 강변을 산책한다.



 유람선을 타니 오전의 피로감 때문인지 졸음이 엄습한다. 10여분 정도 졸은 것 같은데 그래도 기분이 좀 풀어진다. 멍 때리며 강안 풍경을 구경하다 사진을 찍어둔다. 안내원이 주변의 풍경을 스페인어, 불어, 영어로 설명하지만 귓등으로 듣는다.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한 시간의 여정이다.



 5시 15분경 왕성에 입장한다. 과거보다 더 정돈된 느낌이다. 입장한 뒤 건물 내부 구경은 동선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전체 구조는 잘 모르겠고 더군다나 일부 방만 보여준다.



 정원으로 나오니 정원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늦은 오후의 햇볕을 받아서 많은 수목들이 음영을 만들며 아름답게 빛난다. 정원을 산책하면서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놓는다.



 한 시간 넘게 돌아본 후 왕성을 나선다. 문득 이 정도를 둘러보려고 이틀에 걸쳐 뙤약볕에 고생한 것이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것도 여행의 일부이다. 조금 지친 탓으로 우버 택시를 불러 호텔로 돌아와 씻고 저녁 식사를 하러 호텔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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