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현서 May 05.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38)

- 세비야 왕성보기 실패와 도시탐방 -

 아침 9시경 ‘세비야 왕성(Reales Alcazares de Sevilla)’에 들어가기 위해 호텔을 나선다. 가는 길에 있는 맥도널드의 멕카페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멕카페의 아침식사가 의외로 가성비가 좋다. 또 크루아상이 아주 고소하다. 추가 주문한 오렌지 주스도 생즙이다.



 왕성에 도착하니 온라인 표 구입자들은 줄을 서 입장하고 있다. 표지판을 보니 10시 30분 입장객이다. 나는 온라인 표가 없기 때문에 매표소로 가서 줄을 섰는데 그 길이가 벌써 100여 미터는 되는 것 같다. 아내에게 그늘에 앉아 있으라고 하고 내가 줄을 섰는데 뙤약볕을 받으며 줄 서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도 별 수 없다. 또 모든 사람들이 순한 양 떼같이 조용하게 서있다. 줄은 줄어드는데 앞에 있는 사람들이 줄에서 빠져나간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매표소 창구에 가봤더니 남아있는 입장가능 표가 130여 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수가 이보다 많다. 더 이상 줄을 설 필요가 없어 입장을 포기했다. 아내의 말로는 1시간 반 가량을 서있었다고 한다. 뭐 이런 일도 여행의 일부이다. 이 왕성은 과거에 이미 두 번 들어가 보았다. 기억해 보니 첫 번째는 2001년이고 마지막은 2017년이다.



너무 무료해서 뙤약볕 속에서 셀카를 한 번 찍어봤다.



 점심을 먹고 시내 탐방하기로 한다. 역사지구라고 부르는 구시가지는 분위기가 모두 비슷하다. 일상적인 삶이 이루어지는 거리는 또 흥미롭다. 점심은 중국음식을 먹기로 하고 구글앱으로 검색한 뒤 찾아간다. 시내 탐방 겸 2 킬로미터를 걸어간다.


 식당 찾아가는 길목에서 멀리 보이는 세비야 기차역이 크고 보기 좋다. 또 그 주변 풍경도 매우 단아하고 정돈되어 있다.



 조금 더 가니 ‘Only You Hotel’이 보인다. 좋은 위치에 있는 5성 호텔인데 호텔 이름이 독특하다. 참 재미있는 호텔이름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자세하게 쳐다본다.



식당 가는 길 주변 풍경이다.



 식당에 가니 우리가 첫 손님이다. 조용해서 좋다. 생각보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있어서 잘 먹고 나왔다. 음식 값도 지금까지 경험한 식당 물가와 대비해 착하다. 관광지구가 아니고 주거지역이어서 그럴까?


 뙤약볕에 줄 선 탓일까? 피로감이 엄습해 일단 호텔에 와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에 호텔 옆 이태리 카페식당에서 엑스프레소 커피를 마셨는데 그 맛이 아주 좋다.  



 한 두어 시간 후 아내가 염색한 지 벌써 한 달이 흰머리가 많이 올라왔다면서 자가 염색하기 위해 몇 가지 소품을 사야 한다고 한다. 겸사겸사 쇼핑센터에 가기로 한다. 중국음식점에서 식사할 때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세비야에서 ‘로스 아르코스(Centro Comercial Los Arcos)’가 가장 큰 쇼핑센터라고 한다. 호텔에서 1 킬로미터 거리이다. 걸어서 간다.



 쇼핑센터에 들어서니 상점들이 넓게 들어서 있지만 내 눈에는 뭔가 엉성하고 산만하다. 그리고 소음으로 귀가 울린다. 필요한 소품을 구입하고 아내에게 상가를 더 돌아볼 것인가 물어봤더니 나가자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 도로를 인식하지 못하고 걷다가 고속으로 달리는 자전거와 스쿠터 등으로 깜짝깜짝 놀랜다. 세비야는 유난하게 보도가 자전거 도로와 일반 보도로 나뉘어 있다. 그것이 교차로가 있는 경우에는 짧지만 보도에서 자전거 도로를 건너가야 하는데 이때 자전거와 스쿠터가 사정없는 속도로 지나간다. 깜짝 놀라기 일상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 도로를 지나가는 자전거와 스쿠터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그 통행량도 많아서 위험하다. 일반 여행객들은 조심하지 않으면 충돌의 위험이 있겠다는 생각이다.



 호텔 로비 바에서 샹그리아를 주문해서 마신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아내는 기분이 괜찮은지 나보다 셀카를 찍자고 한다. 내가 싫어하는 짓이다. 우선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둘째 셀카 사진은 더욱 잘 안 나온다는 것이다. 또 나이 들어 어색함을 느낀다는 것도 추가한다.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한 컷 찍는다.



 바텐더가 샹그리아 만들 때 럼주를 조금 많게 넣는다고 생각했는데 뒷머리에서 약간의 취기가 올라온다. 취기를 조금 다스린 뒤에 방으로 올라와 일과를 마무리한다. 아내는 자가 염색을 하며 내게 몇 가지 도움을 요청한다.    


 모래는 말라가로 가야 하니 내일은 관광보다는 일상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이전글 스페인 3개월 살이(3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