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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04.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37)

- 붐비는 '누에보 다리'의 론다(Ronda) -

 오늘은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이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누에보 다리(Puente Nuevo)’가 있는 론다(Ronda)에 가는 일정이다. 론다는 안달루시아 지역에 속하며 깊은 계곡으로 잘린 고원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도시 역사는 깊다. 로마가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기 이전에도 원주민(iberos)들이 거주했다. 로마시대 도시 이름은 아룬다(Arunda)로 불렸다.


 이 도시가 유명하게 된 배경은 케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영화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의 마지막 전투 장면이 촬영된 ‘누에보 다리(Puente Nuevo)’ 때문이다. 물론 론다가 자리하고 있는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아찔한 높이의 계곡과 계곡 아래에 펼쳐진 넓은 구릉을 가진 평야 등의 풍경도 당연하게 한 몫을 하고 있다. ‘누에보 다리’는 ‘새로운 다리(New Bridge)’란 뜻이다.



 론다 가는 10시 버스를 타기 위해 8시에 호텔을 나섰다. 아침 식사는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해결할 요량이다. 우버 택시를 이용해 정류장에 도착하여 들어가 보니 관광객들이 이동하기 위해 벌써 많이 와 있다. 한국 젊은이들도 보인다.



 아침 식사는 주변의 적당한 카페식당을 찾아 해결한다. 아내는 미국 식 아침을 시켰는데 아주 맛있게 요리했다면서 만족한다.



 버스를 타고 앉아 있는데 옆 라인 앞쪽에 앉아있는 한국인 커플과 그 뒤에 앉아있는 중국인 커플이 큰 소리는 아니지만 말다툼을 한다. 다툼은 한국인 커플이 의자를 뒤로 젖히자 중국인 커플이 항의한 데서 시작한다. 그런데 한국인 커플이 의자를 젖힌 것이 아니고 의자가 낡아서 그런 것 같다. 조금 있다가 조용해진다.


 론다 가는 길에서 보는 차창 밖의 넓은 풍경도 좋은 관광이다. 구릉과 낮은 산으로 이루어진 넓은 땅에 심어진 올리브 나무들이 장관이다. 이 많은 올리브 나무들에서 올리브 수확은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비옥한 땅이 많은 것은 축복이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며 부러워한다.



 2시간 걸려 론다의 비좁고 낡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대합실에는 화장실 밖에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 입장료가 50센트인데 유일한 화장실이라 사람들이 몰려든다. 아마도 이 사업을 도급받은 사람은 돈을 벌겠다. 유료 화장실이라 내부는 그런대로 청결하다.



 버스 정류장을 나와 좁은 인도로 나가니 2~30여 명의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지나간다. 우리말이 귓가에 들린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조용하게 다닌다.


 론다는 2017년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대강의 관광길을 기억할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다시 걸어간다. 자연 풍광은 그저 그 자리에 변하지 않고 있다. 아찔한 계곡 아래에 시원하게 펼쳐진 넓은 평원을 쳐다본다. 이 풍경을 카메라가 표현해 낼 수가 없다. 이 숨 막히도록 아찔한 느낌의 입체적인 계곡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면 평면화가 되고 만다. 밋밋해져 버린다. 그래서 마음의 카메라에 담고 가는 수밖에 없다.



2017년 왔을 때 커피를 마셨던 카페는 그 자리에서 같은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테라스 자리에 관광객이 꽉 차있다. 그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했던 느낌을 가지고 있다.



 론다는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다. 누에보 다리도 차와 사람으로 분주하다. 카페와 식당도 만원이다. 이 조그만 지방 도시가 분주하다. 붐이라고 한다.


 아내와 나는 2017년 왔을 때 커피를 마셨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이미 얘기했다. 이 식당은 누에보 다리를 건너자마자 만나는 왼쪽 전망대 아래에 있다. 식당 테라스 자체가 전망대이다.



다행스럽게 계곡 아래를 전망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했는데 아내는 샹그리아 한잔 그리고 수프와 연어 샐러드 나는 볼로냐 스파게티를 먹었다. 아내는 매우 만족했고 나는 가성비가 생각나게 하는 수준이었다. 깨끗하게 차려놓고 전망대로 장사하는 식당같은 느낌이다. 다만 아내가 잘 먹었다니 됐다.



 식사 후에 식당 곁의 전망대에서 누에보 다리 사진을 몇 컷 찍었다. 높은 절벽 위에 세워진 다리여서 몸을 비켜가며 사진 찍는 것도 아찔함이 느껴진다. 내가 약하지만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절벽의 계곡에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점심식사를 한 뒤 3시 30분 세비야행 버스 출발시간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중심거리를 산보한다. 그런데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빈 공간이 없이 상가가 꽉 찬 긴 길에 관광객이 넘치고 중심거리에 연결된 골목에 만들어진 조그만 광장의 테라스 식당도 만원이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따져보면 전체적으로 모든 관광지역에 사람이 넘친다. 과거 같으면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세비야에서 우리를 정류장에 데려다준 택시 운전수도 ‘최근 세비야는 붐’이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3시 30분 버스를 타고 별 일 없이 세비야 도착해서 호텔로 복귀한다. 오후 6시가 넘어 씻고 휴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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