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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03.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36)

- 세비야 성당과 스페인 광장 -

 아침에 일어나 방 커튼을 제치니 붉은 해가 떠오른다. 해가 쨍쨍한 날씨가 될 것 같다.



 세비야 관광지 중 가장 중요한 세 곳은 세비야 성당, 스페인 광장, 왕궁이다. 내가 마드리드에서 거주하던 2000년 초 같으면 이 세 관광지를 하루에 모두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관광객들이 많아서 이 세 곳을 하루에 다 돌아보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입장 티켓을 미리 구입한다고 해도 바쁠 것으로 생각한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10시경 성당으로 출발한다. 호텔이 역사적 유산이 있는 구도심지와 다소 거리가 있어서 걷기에 부담이 있지만 어차피 여행은 걷는 것이다. 구글맵을 켜고 찾아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세비야 아침의 거리 풍경은 스페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성당이 있는 구역에 들어가니 골목길에서부터 성당의 종탑인 히랄다(Giralda)가 보인다.



성당 앞이 사람들로 붐빈다. 나는 입장 티켓을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줄을 서야 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어 아내는 그늘 벤치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내가 줄을 선다. 내 앞에는 동양인 가족 3명이 있고 뒤에는 서양인 노인 부부가 있다. 동양인 가족은 조용하게 서 있었으나 한국인 같다. 뒤의 서양인 노인이 나보다 영어로 예매 티켓이 있냐고 물어서 없다고 대답한다. 그랬더니 자기가 줄이 어디까지 있는지 보고 오겠다고 한다. 돌아오더니 한 200미터 정도 길이라고 얘기해 준다. 성당에 들어가려면 줄을 설 수밖에 없다. 종종 줄에 서 있다가 포기하고 가는 관광객도 보인다.



 뒤의 노인과 통성명해 보니 나보다 한 살 많은 프랑스인이다. 20대 초반에 스페인 유학을 한 적이 있어서 스페인어도 할 줄 안다. 스페인어로 대화했다. 앞의 동양인 가족은 과연 한국인이다. 대화 중 티켓을 예매했다고 한다. 그래서 줄 서있지 말고 바로 입구로 가서 보여주고 입장하라고 말해주었다. 혹시 모르니 자리는 지켜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면 입장한 것이다.


 인내를 가지면 결국 입장한다. 입장료는 1인 당 13유로인데 경로우대로 7유로를 지불한다.



  성당은 1402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1506년에 완공되었다. 100년 이상이 걸린 것이다. 내부는 항상 그렇듯이 중앙제단(Capilla Mayaor)이 있고 성인들의 제단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중앙 제단(Capilla Mayor)이 화려하다. 모두 금으로 도금되어 있다고 한다.



 은으로 만들어진 제단도 있다.



 세비야 성당은 특히 콜럼버스 유해가 있다는 재단도 있다. 그런데 콜럼버스가 이곳에 묻혀 있다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에도 콜럼버스 대륙 발견 500주년 기념관이 있는데 이곳에도 콜럼버스 유해가 묻혀있다. 1992년이 대륙 발견 500주년인데 이때 나는 산토도밍고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성당 안의 재단은 극적으로 보이게 잘 만들어 놓았고 많은 관광객의 관심을 끈다.



 히랄다 종탑은 104미터이다. 이 탑의 특색은 올라가는 길이 계단으로 되어있지 않고 마차가 올라갈 수 있는 넓이의 회전 오름길로 만들어져 있다. 2000년 초 왔을 때 올라간 적이 있는데 힘들었던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 이후로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오늘 개방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개방되었다고 해도 올라갈 생각은 없다.



 코르도바 성당과 같이 오렌지 정원도 조성되어 있다.



 점심 식사는 구급앱으로 문의한 구시가지 소재 파에야 전문식당에서 먹는다. 아내는 파에야에 들어간 가재세우가 썩 신선하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만족하며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아내는 먹는 음식을 호평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아마도 이런저런 표현을 통해 자산의 음식에 대한 이해를 얘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음식과 재료에 대한 아내의 이해도 수준은 상당히 높다.


 식사 후 다시 2킬로 남짓 걸어서 스페인 광장에 도착한다. 가는 길에 우연하게 만난 ‘무리요 정원(Jardin de  Murillo)’이 매우 잘 조성되어 있다. 붉은 유채 꽃이 핀 나무들이 특히 아름답다. 무리요 정원에서 나와 길을 건너기 전에 본 길거리 가로수의 보라색 꽃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유혹한다.



 스페인 광장은 1929년 세비야에서 개최된 이베로아베리카 엑스포를 위해 건축된 붉은 벽돌의 건축물인데 매우 아름답다. 넓기도 하다.



 그런데 2017년에 이곳에 왔을 때 광장에 없었던 미니 운하를 광장 갓 쪽에 만들어서 보트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는 인식을 하지 못했는데 아내가 얘기한다. 2017년 왔을 때 공사를 하고 있었다고....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아내는 관찰력과 기억력이 매우 좋다. 그래서 길눈도 매우 밝다. 즉 지표를 기억해서 가고 오는 방향을 찾아내는 것 같은 데 거의 정확하다.



 광장 주변에는 기념품과 전통 의상을 대여하는 노점상들도 있다.



스페인 광장 주변에 프라도 데 산 세바스티안 정원(Jardin de Prado de San Sebastian)이 조성되어있다. 넓은 정원이다. 정교하게 관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스페인 광장에서의 피로감을 이 곳 벤치에 앉아서 충분하게 휴식을 취하면 좋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을 측정해 보니 2.5 킬로미터이다. 무릎이 아프다는 아내에게 택시로 부르자고 했더니 걸어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구글맵을 켜고 오니 골목길로만 인도한다. 방향도 오락가락하니 성가시다. 대로로 안내해 주면 방향 감이 생길 텐데 골목길로 안내하니 방향감이 상실된다. 그런대로 남은 거리가 줄어들고 있으니 가고는 있다고 생각되지만 더 멀게 느껴진다. 하여튼 호텔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길에 카르프 슈퍼에 들러서 물, 파파야, 사과를 사서 돌아온다. 파파야를 20여 년 만에 먹어보나? 맛있게 먹었다. 열대과일을 먹고 나면 위속의 열기가 식는지 속이 개운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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