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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11.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44)

- 다섯 번째 가는 알람브라 궁전의 그라나다 -

 그라나다행 버스는 오후 1시에 출발한다. 말라가에서 1시간 45분 소요된다. 짐 정리는 이미 다 마쳤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8시 30분경 숙소에서 나와 동네 카페에 간다. 아내는 ‘햄 앤 치즈 샌드위치’ 나는 ‘세라노 햄 보카디요(바케트 빵에 세라노 햄 넣은 것)’를 ‘카페 콘 레체(카페 라테)’와 함께 먹었다.


 아침을 먹고 출근하려는 사람들로 카페에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 테라스 자리에도 모두 들어찼다. 할머니가 6~7세로 보이는 손녀를 데리고 와서 식사를 한다. 아마 아침 먹여서 학교를 보내려고 하는 것 같다. 이런저런 풍경을 보며 말라가에서 마지막 아침식사를 마친다.


 11시에 우버 택시를 불러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정류장 내 대기실 벤치에 앉아 있는데 내 옆에 앉은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책을 통째로 뜯어 읽고 있다. 50~60 페이지 정도로 분리된 책을 보면서 읽은 책장은 다시 떼어내어 곁에 있는 휴지통에 버린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스페인어로 말을 걸어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자기는 영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양해를 구한다. 그래서 영어로 그 이유를 다시 물어봤더니 책이 두꺼워 여행 중에 가지고 다닐 수 없어서 분리해 가지고 다니고  한 번 읽은 것은 이미 보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버린다고 한다.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가 된다. 나도 많은 책을 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디지털 북을 읽고 있다. 버스를 탈  시간이 되어 일어나니 ‘Goodbye, Have a good trip’ 하며 인사한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말라가에서 그라나다행 버스를 타고 조금 가니 우리나라와 같은 산악 풍경이 나온다. 해변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니 그럴 것이라고 이해한다.


 산악의 풍경은 다르지만 그 모습은 엇비슷하다. 산등성이와 구릉 그리고 그 간간이 보이는 넓은 평지 공간에 올리브 경작지가 계속 보인다.



 그라나다에 가까워진다. 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그라나다 지형에 대해서 조금 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버스 에어컨이 시원하지 않다. 거기에 외부 온도가 높아진 것인지 버스 안이 더워지기 시작해 매우 불편하다. 아내는 벌써 불안정해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든 승객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조용하다. 항상 느끼지만 순한 양 떼이다. 한 10여분 가면 도착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버스가 도착하니 사람들이 먼저 내리려고 서두른다.


 호텔로 가는 택시에서 기사가 오늘 그라나다 기온이 29도라고 한다. 7~8월에는 매일 40도를 넘는단다. 호텔 옥시덴탈 그라나다(Hotel Occidental Granada)는 시내에 있기 때문에 제반 생활에 문제가 없겠다. 또 중요 관광 사이트가 1~2 킬로미터 반경에 있으므로 돌아다니는 데도 좋은 위치이다.


 4시가 가까운 시간이라 오후 7~8시까지는 도시가 휴식 시간에 들어간다. 물론 영업하는 상가도 많이 있지만 또 닫는 상가도 많다. 식당이나 카페도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가 버린다. 짐 정리하고 호텔 밖에 잠깐 나왔다가 햇볕도 강하고 분위기도 그래서 들어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나는 이번 그라나다 방문이 다섯 번째이다. 한 번 오기도 힘든데 다섯 번째라니 어떻게 보면 호사이지만 그렇게 되었다. 그러니까 알람브라 궁전도 네 번 가본 것이다. 마지막이 2019년 가을이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3개월 전이다.


 알람브라 궁전 입장권이 없다. 온라인으로 이미 매진된 지 오래이다. 아침 일찍 줄 서서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내일 한 번 알아볼 계획이다. 수고가 많거나 어려우면 들어가지 않겠다. 나는 이미 궁전의 위치와 지리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 대신 궁전 주변 숲이나 주거지를 산책할 계획이다. 여기서 6박을 한다. 관광보다는 편하게 일상생활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아내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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