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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May 13.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46)

- 그라나다 대성당과 성 니콜라스 전망대 그리고 일요일의 일상 -

 오늘은 그라나다 대성당과 성 니콜라스 전망대를 가보기로 한다. 상황을 봐서 알람브라 숲을 산책할 생각을 가지고 길을 나선다. 또 가고 오면서 만나는 그라나다 도시의 풍경은 시간 많은 여행자가 가질 수 있는 호사이다.



 숙소에서 나와 대성당 가는 길을 걷다가 문득 그라나다 골목길은 돌길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돌길은 그 만들어진 역사를 반영해서 햇빛을 받으면 반질 잔질 하게 보인다.



 돌길은 사람 팔 길이의 직사각형 돌을 바닥에 밖아 만든다. 이번 여행 중 톨레도(Toledo) 골목길에서 우연하게 하수도 보수공사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수공으로 돌을 빼내고 다시 넣고 하는 일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때 느낀 것은 도로관리가 쉽지 않구나 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8시 반이 넘은 시간인데 일요일이어서 사람의 이동이 뜸하다. 그런데 가다가 골목길을 청소하는 여성 청소부를 만난다. 고압 물 스프레이를 가지고 돌길에 물을 쏘며 쓰레기를 흘려보낸다. 그러니까 돌길을 물로 청소하는 것이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 한 컷을 찍는다. 이런 청소 광경은 알람브라 숲에 가는 길목의 한국 식당 앞 골목길에서도 보게 되는데 이때도 수염을 기른 남성 청소부의 양해를 얻어 사진으로 남겨 놓는다. 매우 흥미로운 풍경이다.



 성당 쪽으로 가다 보니 카페와 사람들이 많은 광장을 만난다. 지도에 ‘빕 람블라 광장(Plaza de Bib Rambla)’으로 나와있다.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먹는 것을 보니 츄러스를 초콜릿에 찍어 먹고 있다. 조금 더 관찰하니 대부분의 카페들의 아침 메뉴가 츄러스로 구성되어 있다. 또 츄러스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상점도 있는데 아마 유명한 곳인지 줄을 길게 서고 있다. 또 주변에 대형 기념품 상가도 있고 사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그러니까 알려진 광장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라나다 대성당은 닫혀있어서 들어가지 못한다. 오후 늦게 연다고 하는데 2019년 가을에도 그랬다. 옆에 붙어있는 사그라리오(Sagrario) 성당에 들어간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작은 성당이라도 내부를 보면 만만하지 않다. 나름대로 화려함이 있다. 참 종교의 힘이 느껴진다.



 성당을 거쳐서 ‘누에바 그라나다 광장(Plaza de Nueva Granada)’에 도착하니 이곳부터는 모두 눈에 익은 곳이다. 2019년 11월 이곳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이 길을 지나가고는 했다. 광장 정면의 버거킹 매장도 그대로이다.



 아침을 먹기 위해 버거킹 곁에 있는 카페 식당을 들어간다. 그런데 자리를 잡아 앉고 보니 내 눈에 익다. 2019년 11월 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때 아내는 소고기 구이를 나는 수제 햄버거를 먹었다. 브런치를 열어 여행기를 보니 맞다. 그런데 아내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한다. 식당은 모두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하다. 물론 메뉴도 다르다. 아침 식사를 주문했는데 깔끔하고 따끈하여 맛도 좋다. 아내는 아주 만족한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오자고 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성 니콜라스 전망대를 올라가는데 알람브라 숲 올라가는 입구 부근이 드럼 소리로 요란하다. 악대가 줄을 서서 행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종교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이 행렬은 성 니콜라스 전망대를 가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간다. 길이 좁아 앞서 갈 수도 없다. 행렬을 천천히 따라간다. 한참 가는 도중 길 오른쪽에 있는 오랜 역사를 가진 성당으로 행렬이 들어가고 우리는 성 니콜라스 전망대에 도착한다.



 성니콜라스 전망대는 알람브라 궁전의 뒤쪽 아래에 있다. 그러니까 전망대에서 알람브라 궁전의 뒤쪽을 올려볼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가 그 풍경의 분위기를 다 담지는 못하지만 역광 속에 보는 알람브라 궁전의 모습은 매우 정적이다. 여러 가지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보지만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과거에도 그랬다. 눈으로 보면 아름다운데 사진은 밋밋할 뿐이다.



 전망대에는 기타를 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 길거리 연주를 하는 사람들인데 관중이 없어서인지 서로 모여 앉아 얘기들을 하고 있다. 전망대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햇빛을 피해 뒤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카페의 테라스 식탁에 앉아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올 때 또다시 악대 행렬을 만나 이번에는 더 천천히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갑자기 아내가 ‘나를 따르라’고 한다. 그러더니 사람들의 사이사이를 잘 빠져나간다. 나도 따라가느라 작지 않은 체구를 가지고 피해 가며 비켜서 드디어 악대 앞에 서게 되었다. 하여튼 아내의 순발력은 알아줄 만하다.



 점심식사는 전망대를 가기 전 악대를 만났던 장소에서 알람브라 숲으로 올라가는 언덕길 시작의 끝에 갑자기 보였던 한글 간판의 ‘미소’라는 한국 식당에서 하기로 한다. 어떻게 보면 기가 막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내는 김치찌개 나는 비빔밥을 주문했는데 아내가 제육 볶음을 먹고 싶다고 해서 추가 주문한다. 그런데 결국 다 먹지를 못하고 남겨 욕심만 부린 꼴이 되었다. 아내는 해외에서 이 정도의 음식 맛이면 된 것이라고 한다. 가격도 현재 내가 경험한 스페인 식당 물가를 생각해 볼 때 조금 더 받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들어올 때 한국인 고객들이 있었는데 나갈 때는 모두 현지인으로 차있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길가 벤치에 앉아서 전망대 가기 전 기념품 상점에서 구입한 손자의 티셔츠를 다시 펴 보면서 좋아한다. 손자는 예쁜 모양이다. 우리 부부 대화의 반은 손자와 함께 지낸 3년의 추억이다. 또 이제 나이도 들어 특별하게 할 얘기도 없어 손자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이다.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기온이 올라가는 것 같다.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벌써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가는 도중에 보이는 카페에도 사람들이 줄었다. 무엇인가 파장 분위기가 느껴진다. 우리도 숙소로 돌아온다.


 점심 때 먹은 제육볶음에 체한 것 같다. 속이 좀 답답하고 뒷머리가  무겁고 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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