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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 Jul 30. 2024

한국에서는 65세에도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나요?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가르친 미국인 J를 직접 만났다

J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사는 30대 중반 미국 흑인 여성이다. 은퇴 후 한동안 영어 사용자들에게 한국어를 온라인으로 가르쳤는데, J는 나한테 한국어를 배운 학생 중 한 명이다. K-팝에 푹 빠진 J는 가사를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한국어 발음이 꽤 유창하다. 싱글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현재 대학병원에서 행정 업무 일을 한다. 장래에 외교관이 되고자 하는 큰 꿈을 갖고 있어 공공행정 대학원을 다니면서 외교관 시험 준비도 하고 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열심히 사는 젊은 여성이다.


J 친구 JF함께 미국을 떠나 대만을 여행한 후, 제주도, 부산, 대구를 거쳐 어제 서울에 도착했다. 한국은 첫 방문이다.


오늘 아침 남산에서 케이블카를 탄다고 해서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케이블카 탑승장 바로 옆에 있는 '산채집'과 떨어져 있는 '목멱산방' 추천했더니 한옥이 멋져 보였는지 목멱산방골랐다. 목멱산방에서 1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다. 온라인으로만 보던 J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난다니 믿기 않았다.


목멱산방 갈 때마다 기다리는 손님이 많았던 경험이 생각나 약속 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했다. 다행히 빈자리가 하나 있었다. 조금 지나 J가 식당 안들어왔다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카톡으로 물었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오라는 답글을 보낸 후 얼른 입구로 나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키가 큰 흑인 여성이 자그마한 백인 여성과 함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J?" 걸어가 J와 얼싸안았다. 친구 JF와도 인사를 나눴다. J와 동갑인 JF간호사로 J가 살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살다가 텍사스 주로 이사했. J의 전 남편과 JF 남편이 서로 친구라 알게 되었는데, 의외로 죽이 잘 맞아 J와 JF는 2년마다 해외여행을 같이 다니는 절친이 되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식사 후 보통 자리를 옮겨 2차로 커피나 차를 마신다고 알려주며, '남산골 한옥마을' 안에 있는 '카페 달강'에 걸어가자고 했다. 딸이 사는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에서 걷는 사람을 잘 볼 수 없었던 기억이 떠올라 J와 JF에게 자주 는 편이냐고 물었다. 거의  않는단다. "남산골 한옥마을까지 가려면 좀 걸어야 하는데..."라고 걱정을 하니 "괜찮아요! 좋아요!"라고 외쳤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평소 않는다는  미국인과 함께 걸으려왠지 부담이 되어 한 번도 멀다고 느끼지 않았던 익숙한 길이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두 사람은 남산 길 걷는 것을 좋아했다. 미국에는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한 이 없다고 했다.


30분 정도 걸어 우리는 남산골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작은 폭포와 냇물, 잉어가 유유자적 헤엄치는 연못과 정자를 바라보았다. 한적하고 평화롭다. J와 JF는 엄지척을 했다. J와 JF는 포토존을 발견하고 동그란 구멍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얼른 내가 사진을 찍었다. 내일 한복 입고 경복궁을 돌아다닐 거라며 둘은 깔깔거리며 좋아했다.


'달강 카페'에 들어가 J는 복숭아 아이스 티, JF와 나는 따뜻한 카페라테를 시켰다. 우리 건너편 테이블에서 60대 여자분 예닐곱 명이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아마도 동창 모임일 거라고 말해주었다. 나도 중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과 만나 점심 먹고 저렇게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눈다고 했다. 아들은 결혼해서 아기까지 있는데 나는 아직도 아들 고등학교 친구들 엄마와 만나고 있고, 옛 직장 동료들과만나고 있다했다. J와 JF놀라워하며 미국은 다르다고 했다. 자기들은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먹지 않고, 일하는 중간중간 혼자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에 알던 사람들보다는 요즘 알게 된 지인들과 만난다고 했다.


한국말도 연습할 겸 건너편에 앉은 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 보라고 했다. 활달한 J 서슴지 않고 여자분들에게 다가가 내 앞에서 차례 연습한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말했다.  리에서 일어나 흔쾌히 우리 셋을 찍어 주었다.


J가 K-팝이 좋아 한국어를 공부하 친구랑 한국까지 여행하게 됐다고 말하자 여자들은 J가 한국말을 잘한다고 환호하며 자기들은 65세, 초등학교 친구들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친구들? 한국에서는 65세에도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나요?" J와 JF의 눈이 똥그래졌다. J가 즐겁게 한국인들과 한국말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J와 JF의 다음 스케줄은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나는 두 사람에게 전통 장식 박스 안얼굴 팩을 넣어 선물로 주었다. 하루종일 뜨거운 햇빛 속을 다닌  팩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있으면 가끔씩 화면에 얼굴을 비추며 "안녕하세요. 반가워요"하고 도망가던 J의 귀여운 딸 R을 위해서는 자수를 놓은 예쁜 파우치를 준비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화면으로만 보던 J를 실제로 만나 신기하고 반가웠다. 수업 시간에 많이 언급하던 J 절친 JF함께 봐서 즐거웠다.



(2024. 7. 23)



<J에 대해 쓴 브런치 글>


외교관이 되어 한국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https://brunch.co.kr/@hskimku/67


미국인 엄마와 8세 딸의 한국어 사랑

https://brunch.co.kr/@hskimku/85


파이팅! Fighting!

https://brunch.co.kr/@hskimku/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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