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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 Aug 26. 2024

매큔과 라이샤워

전혜성의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

전혜성 교수가 쓴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중앙북스, 2009)를 읽다가 라이샤워라는 이름이  눈을 사로잡았다. 가물가물한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그리고 오래전에 로마자 표기법에 대해 썼던 기억조차 희미해진 논문들을 떠올렸다. 


라이샤워는 1930년대 후반 매큔과 함께 '매큔-라이샤워 로마자 표기법'을 만든 사람이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은 영어 사용자에게 들리는 것을 기준으로 만들어 영어에 익숙한 사람에게 편리하다. 예를 들어, '부산', '광주', '제주'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르Pusan, Kwangju, Cheju가 된다. 반면 문화관광부에서 2000년에 고시한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우리말의 특성을 반영한 한국인의 편의를 고려한 표기법으로 '부산', '광주', '제주'를 Busan, Gwangju, Jeju로 적는다.


라이샤워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그가 하버드대에 제출한 박사 논문과 관련이 있다. 라이샤워는 박사 논문을 일본 승려 엔닌이 중국 당나라에서 838년부터 847년까지 9년 동안 머물며 기록한 <입당구법순례행기>에 대해 썼다. 엔닌의 여행기당시 중국에 살고 있던 신라인에 대해서 소상히 적혀 있어 라이샤워가 한국인에 대해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라이샤워는 한국의 인명과 지명, 사찰명 등을 중국 발음이나 일본 발음이 아닌 한국 발음대로 표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이샤워는 1937년 두 달 동안 한국에 머물게 되었는데, 마침 자료 조사차 한국에 있던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역사학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매큔을 만나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매큔-라이샤워 로마자 표기법'을 만든 것이다. 그때 매큔은 29세, 라이샤워는 27세였다.


라이샤워를 로마자 표기법을 만든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를 읽으면서 라이샤워가 하버드대학에 한국어 강의를 처음으로 개설한 사람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대학원을 다니며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던 저자 전혜성의 남편 고광림이 당시 하버드대 교수 겸 옌칭도서관 소장 대리로 있던 라이샤워에게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하버드대학에 중국과 일본 학과는 있지만 한국 학과는 없습니다. 이 사실이 무척 애석합니다. 한국을 알아야 중국과 일본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p. 150)라고 역설하였다.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 라이샤워가 한국어 강좌를 하버드대에 설치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혜성 교수는 책에 고 있다. 중국과 일본을 잘 알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한국을 밀어 넣어야 했던 그때의 현실이 한류가 대세인 지금과 너무 달라 안타깝고 씁쓸하지만, 우리나라를 알리고자 하는 고광림 교수의 열정적인 노력 덕분에 하버드대학에 한국어 강좌의 물꼬가 트이게  것이다.


일본에서 미국 선교사로 활동한 부모를 둔 라이샤워는 일본에서 태어나, 후에 주일 미국 대사까지 지내 관심의 중심이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매큔-라이샤워 로마자 표기법'의 첫 번째 저자 매큔은 주 관심사가 한국이었다. 매큔의 아버지는 한국인의 독립운동을 돕고 숭실전문학교 교장을 역임한 교육 선교사였다. 매큔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사랑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교수가  대학에 한국어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켰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매큔은 1948년 만 40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사후에 발간된 <Korea Today>(하버드대출판사, 1950)는 한국을 서방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추진하던 한국 관련 연구는 주춤했지만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과 업적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여섯 자녀를 멋지게 잘 키운 부모로 유명한 전혜성, 고광림 부부의 자녀 교육 이야기라 생각되어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를 읽기 시작했는데, 뜻하지 않게 덤으로 책에서 라이샤워를 만나 예전에 썼던 로마자 표기법 논문들을 떠올리며 라이샤워뿐 아니라 매큔과 관련된 논문을 찾아 읽는 행복과 기쁨을 누렸다.



참고문헌

https://iris.unive.it/bitstream/10278/3729138/1/McCune%28SeoulJournal17%29.pdf

https://iris.unive.it/retrieve/e4239ddd-b865-7180-e053-3705fe0a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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