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와즈 사강
수고했어, 올해도
송년회 VS 망년회
유난히 연말 같지 않은 연말이다. 2024년의 고충을 모두 잊을 정도의 강렬한 사건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느낌보다 새해가 더 빨리 달려오는 느낌이랄까.
글쓰기 모임 송년회 모임에서 누군가 말한다.
올해는 망년회(忘年會)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요즘에는 송년회(送年會)라는 말이 흔히 쓰이지만 과거에는 괴롭고 힘들었던 일을 모두 잊자며 망년회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망년회라는 단어가 훨씬 익숙한 단어였다.
나라 살림이 조금 나아지면서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 대신 '연말에 한 해를 보내며 베푸는 모임'이라는 송년회라는 단어를 권장해 오면서 최근에는 거의 사라진 단어가 되었다는 연장자의 설명에 젊은 세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망년회의 한자 표기가 일본식 표기라는 이유도 있다고.)
망년회라는 표현이 더 맞지 않냐는 말에서 2024년이 녹록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남은 2024년이 빨리 가면 좋겠어요? 아님 조금이라도 천천히 가면 좋겠나요?
무용한 질문 속에 나의 2024년은 어땠는지 돌아본다. 새로운 2025년은 희망이 올까?
진심의 가치
다양한 세대가 모인 자리에서 다양한 삶의 고민들이 펼쳐진다. 사실 삶의 고민들은 세대별로 조금씩 모양이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진심을 다하면 언젠가 알아주지 않을까요?
20대 끝자락을 보내는 젊은이의 질문에 모두들 생각에 잠긴다.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치로워진 세상이 되었다. 진심을 담기만 하면 될까?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릴 것인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 답에 결국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이어진다.
진심을 담는다는 것은 길게 가는 본질적인, 어쩌면 기본이 되어야 하는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출발선상에서 진심이 정말 열심을 이길까? 진심도 다하고 열심도 다해야 하는 건 아닐까?
20대 청춘들의 치열한 고민은 늘 안쓰럽다. 그러나 그때의 그 고민은 헛되지 않은 것임을. 결국 나를 만들어가는 고민임에 응원을 보낸다. 물론 30대에도, 40대에도 여전히 같은 고민은 이어진다는 사실.
무엇이 되고 싶은가요?
신년계획을 적어 소원트리를 만들기로 했다.
달리기를 할 거예요.
다이어트를 할 거예요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어요.
대부분 우리의 계획은 행위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무엇이 되고 싶은가요? 상태로 적어보세요."
리더의 주문이 이어졌다.
나는 브람스 교향곡 3악장에 쓰였다는 "자유롭게 그러나 행복하게"라고 적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주인공 폴과 오랜 연인 로제 그리고 시몽 간의 사랑 이야기이다. 프랑스 작가 사강이 24살 때 썼다고 한다. 연인과 사랑에 대한 모호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읽는 내내 24살의 여인이 이런 감정을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하고 감탄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대사는 폴을 사랑하는 연하남 시몽의 대사이다. 폴은 뻔하게 모차르트를 좋아하냐고 물었다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열네 살 연상의 클라라 슈만을 연모했다는 브람스의 실제 삶을 자신에게 투영한 듯하다.
<굿바이 어게인>이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실제 영화 배경 음악으로 쓰인 브람스 교향곡 3악장에는 F-A-F(Frei aber froh/자유롭게 그러나 행복하게)라고 쓰여있다고 한다. 하지만 F-A-E(Frei aber Einsam /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의 브람스의 원래 모토를 생각하면 행복은 상태적 이라기 보다 고독에서 벗어나려는 도전과 갈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부분은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주인공 성장 동기로 제시되기도 한다. 박은빈, 김민재 주연의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음악을 하는 청춘들의 사랑과 성장을 담은 이야기이다. 섬세한 두 배우의 연기에 주인공의 처지가 때로는 답답하지만 깊이 공감된다. 두 청춘의 삶을 응원하게 되는 드라마였다. 드라마에서는 소설에서 모티브라기 보다는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의 실제 삶을 차용하여 이야기 소재로 쓰였다.)
두꺼운 틀에 갇혀 신경 쓸 게 많은 나의 성향상 "자유"는 외쳐야 닿을 동력이라도 생기는 가치인 듯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호기롭게 자유를 획득하고도 스스로는 주눅 들거나 마음에 걸리는 일도 많다.
이제 자유롭겠다는 외침. 그냥 해보겠다는 외침. 그것은 나의 행복을 위한 다짐이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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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