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영혼> 올가 토카르축
자기소개해볼까요?
오늘의 책은 <잃어버린 영혼>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는 의미로 노벨상 수상 작가 책으로 선정했어요. 올가 토카르축 작가는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예요. 벼룩시장에서 산 회계장부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고 해요.
오늘은 이 책을 읽고 "비경쟁 독서 토론"을 해보겠습니다. 우선 모둠원들끼리 자기소개해볼까요?
강사님이 말을 마치자 처음 본 얼굴들이 배시시 웃으며 눈을 마주쳤다. 독서 동아리 한마당 행사였던 터라 참석자들 대부분 독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분들이었다. 우리 모둠은 네 명씩 모둠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각 동아리 자리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떨어져 나온 사람들끼리 모둠을 이루고 있었다. 각자의 동아리를 소개하며 자기소개를 더한 두 분과 인근의 작은 도서관 사서선생님 한 분, 그리고 강사님 지인으로 참석한 나까지 네 명. 이 낯선 조합이 오늘 활동을 잘 이어갈 수 있을까.
비경쟁 독서 토론
정답도, 경쟁도 없는 토론이다. 한 때 유행하던 디베이트에 비해 자유롭고 민주적이다. 반론, 반박, 반대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고자 한다.
비경쟁 독서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책 속에서 나오는 명시적 질문을 넘어 추론, 성찰적 질문 등 어떤 질문도 가능하다. 질문을 던지고 질문 자체를 사유하고 답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독서 토론 과정을 지향한다. 다양한 연령대에서 가능한데 특히 학생들에게 집단지성과 민주성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질문을 만들어주세요
질문을 만들라는 강사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질문들이 쏟아졌다. 역시나 여백이 많은 책은 이야깃거리가 많다. 생각보다 깊이 있는 질문들에 깜짝 놀라고, 그중에 하나만 대표 질문으로 뽑아 달라는 말에 고민이 깊어진다.
- 당신이 영혼을 기다려야 한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기다릴 건가요?
- 영혼은 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 영혼을 다른 말로 바꾼다면 무엇으로 바꾸고 싶으세요?
당신의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영혼을 다른 말로 바꾼다면~이라는 질문을 뽑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내가 생각하는 영혼은..부터 나의 삶의 지향까지 다양한 이야기와 공감을 나누는 중에 한 분이 제안을 했다.
번외 질문이긴 한데요. 혹시 읽은 책 중에 자신의 캐릭터를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책 속 주인공으로 자신을 소개한다면 어떤 인물일까요?
아마도 서로의 영혼을 나누고 공감하다 보니 좀 더 깊이 있는 사유와 은유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역시 독서에 진심인 분들이다. 흐름상 생각해 보면 참 뜬금없는 질문 같지만 당시 그 자리에서 이 질문은 신선하다 못해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모두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영혼을 다른 말로 바꾼다면 결국 사랑이라고 답한 그분은 우리의 고민을 지켜보다가 말을 꺼냈다.
저는 그리스인 조르바요. 저는 여자 조르바예요.
나는 그 말이 소개라기보다 어떤 고백처럼 느껴졌다. 토론 내내 적극적으로, 때로는 거침없이 행하는 그녀의 행동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달까. 우리가 그리스인 조르바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그녀의 삶의 지향이 명확하게 보이는 가운데 너무나 용기 있는 고백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의 캐릭터는 무엇일까요?
자칭 타칭 '책에 진심인 사람'으로 살고 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여자 조르바 그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나의 캐릭터는 무엇일까. 여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재차 물었지만 나는 그저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제인에어처럼 주체적인 여성이 되고 싶었고 싯다르타처럼 사유하며 경지에 오르고 싶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고 인간다움에 깨어있는 인물을 닮고 싶었다. 닮고 싶은 인물은 많았다. 그러나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싱클레어 (헤르만헤세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
아직도 여전히 계속 성장하는 내가 답답한 적이 많았다.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어른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제법 나이를 먹은 지금도 스스로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는 거냐 묻는다. 그래. 나는 싱클레어였다.
그러면 나의 데미안은 누구였던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나를 결정적으로 성장시키는 무엇. 많은 사람이 스쳐가지만 누구 하나일까. 살면서 만나는 모든 것. 나에게 생각을 유발하는 모든 것이 데미안이었다.
살면서 마주하는 읽어야 하는 모든 것들. 책. 사람. 그리고 세상.
책을 읽고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이 모든 것이 독서이고 나의 데미안이다.
읽기는 의미 구성 과정이다. (앤더슨,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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